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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기 Apr 21. 2022

친구의 첫 전시를 축하하며

기록하는 2022년│Episode 76│2022.04.20

친구 H가 오래전 어느 날 화실을 등록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꾸준히 화실에 다니고 있다. 종종 화실에서 그림 그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이사를 축하하며 직접 그린 그림을 선물해주기도 했다. 

참 다정한 사람이다. 친구 H는. 그렇게 다정한 친구 H가 첫 전시를 한다고 한다. 친구의 말로는 같은 화실에 다니는 사람들끼리 작게 하는 거라고 했다. 게다가 전시장이 멀어서 오기 힘들 거라고도 했다. 그렇지만 꼭 가고 싶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H의 첫 전시다. 


퇴근 후 전시장으로 향한다. 회사는 상암이고 전시장은 노원이다. 노원까지 가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지만 어떤 루트 건 대략 1시간 30분 정도는 소요된다. 서울에서 서울이 이렇게 멀단 말인가. 어쨌든 수색역에서 경의 중앙선을 타고 상봉으로 가서 7호선으로 갈아타고 노원에 가기로 했다. 


오랜만의 경의 중앙선은 소풍 같다. 예전에 도곡에서 출퇴근할 때는 매일 탔다. 매봉역에서 3호선을 타고 옥수에 와서 경의 중앙선으로 갈아타서 수색역에 내렸다. 경의 중앙선의 배차 간격은 너무 크고, 도착 예정시간을 제대로 맞춘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지연이 빈번했지만 그럼에도 날씨를 느끼며 탈 수 있어서 그런지 늘 소풍 같았다. 결혼과 동시에 이사했기 때문에 참 오랜만에 탄다. 사람은 당연히 많고, 도착 역시 늦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잘 도착했다.


전시장에 도착한 나를 친구가 반갑게 맞이한다. 친구의 설명을 들으며 친구의 그림을 본다.

작품을 설명해주는 친구의 모습. 혹시나 해서 그림과 얼굴을 반씩 잘랐다.

그림 속 색들이 친구를 닮았다. 작가님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 색들이 참 따뜻했다. 따스하고 밝게 느껴졌다. 친구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 이 그림이 담고 있는 것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과 고민들. 친구의 이야기가 너무 내 이야기 같다.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새삼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 뒤로도 우리는 한참을 더 이야기했다. 평일 저녁이라 그림만 보고 얼른 돌아오겠다는 계획과 달리 전시장에서 저녁까지 먹고(식사를 함께 파는 곳이었다.)도 이야기가 끝나지 않아 결국 친구가 집까지 태워줬다. 


친구 H와의 대화는 언제나 참 즐겁다. 무슨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어떤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다. 친구와의 대화 안에서 나는 늘 꿈꾼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내내 꿈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그림을 더 진지하게 하고 싶고, 나는 그 그림들을 걸어둘 공간을 만들고 싶다. 친구 앞에서는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어떤 꿈들이라도 잡아서 내놓을 수 있다. 이뤄질지 모르는 꿈들을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그렇게 나눴던 것들 중 하나는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나는 언젠가는 나의 공간을 만들 것이고, 친구는 언젠가 그 공간을 친구의 작품들로 가득 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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