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곁에 계시지 않아.

매일이 어버이날

by SseuN 쓴

내가 살아보니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부모님이더라.

어릴 땐 친구들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았어.

같은 교복을 입고 지내는 무리가 나의 전부라는 생각을 했단 말이지.

고민도 함께 나누고, 문제도 같이 해결하기도 했어.


어쩔 땐, 모든 친구들이 등을 돌려 극심한 외로움에 해서는 안 되는 생각도 했었지.

그렇지만 그때에도 내 옆에는 나와 같이 교복을 입은 또래들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했었어.

늘 손을 잡고 계시며, 학교에 몇 번이나 찾아오신 부모님은 못 보고 말이야.


얼마 지나지 않아 교복을 벗을 때가 되었어.

교복을 입고 있었을 때와는 많이 달랐어.

서로의 학교가 일단 너무 떨어져 있어서 자주 만날 수 없었어,

그래서 교복을 입고 만났던 친구들은 조금씩 사이가 멀어졌고, 다시금 새내기 친구들이 생겼어.


새로운 친구들이 생기니 조금은 기분이 들뜨게 되더라.

나를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았어.

그리고 그때 마침 이성 친구가 생겼어.


처음엔 학생이라 그 씀씀이가 크자 않았어.

하지만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고, 돈은 없었기에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어.

연애는 내가 하는데, 돈은 부모님 주머니에서 나온 거지


시간이 지나 20대의 후반으로 달려갈 때쯤.

늘 내 손을 잡아 주시던 어머니는 더 이상 내 손을 잡아 주실 수 없게 되셨어.

늘 나의 후원자아자, 프로 연애 참견러는 나의 곁에 계시지 않게 되셨지.


사고가 있기 일주일 전에 나와 내 사촌들은 엄마와 영화를 보러 갔었어.

영화를 보고 패밀리 레스토랑도 갔었는데, 그때가 어머니 인생 최초의 스테이크 집 방문이셨어.

고모이기도 하고, 이모 이기도 한 우리 엄마는 그날이 가장 행복했다며 저녁엔 눈물을 보이셨어.


나는 앞으로 영화도 자주보고, 외식도 자주 하고, 여행도 자주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

하지만 이젠. 그럴 수가 없게 되었어.


20대에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생각이 바로 지금 당장 해야 하는 효도였다. 내가 잘 자라고 부모님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효도일 것이라 생각했다. 오만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었다. 부모님도 당연히 그 들이 삶이 있으시지만, 자식은 늘 부모님의 0순위 선택지라고 보면 된다.


친구와 술을 마시며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하필 바쁜 날에 아버지는 병원 진료를 본다고 하셔서, 못 가는 마음이 불편하더라. 근데, 갑자기 회사에 일이 정리되면서 병원을 같이 갈 수 있게 되었지. 그때 진료실 들어가는 아버지의 거칠고 깡마른 손을 잡는데, 눈물이 날 것 같더라. 그리고 병원은 크고 좋은데, 노인들은 한번 들어가면 하루가 걸리는 이유를 알겠어. 너무 복잡하고, 바빠서 우리 노인네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거지. 그래서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왔다 갔다 한다고."


내가 어릴 때 병원에 신세를 조금 많이 지게 되면서 어머니는 회사를 그만두시고 나의 곁을 지키셨다. 아버지는 택시 운전을 하시던 중에 어머니와 잠시 교대하고, 동생 밥을 챙겨주시러 집에 가시고, 아버지는 나와 같이 병원의 좁은 침대에서 잠을 잤다. 지금 생각해 보면 30대의 부모님들이 나를 위해 했던 엄청난 희생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가 때의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인 지금 내가 학원 문을 닫고 병원에 들어가 하루 종일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잘 모르겠다.


평소에 효도를 하라는 말은 어쩌면 지난날을 후회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중요한 유언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같은 의미로 나도 덧 붙여 말하자면, 진짜 지금 효도를 해야만 한다고 부탁하고 싶다. 내가 보기엔 지금 네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효도가 아닐까 싶다.


효도라는 말이 조금 상투적이고, 낡은 단어 같지만 가장 의미로운 단어라는 생각이다. 일찍이 나와 같은 아픔이 있는 사람들은 부모님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울렁인다. 그런 일을 겪지 않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에 젖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에게 적절한 시기라는 것이 없다. 순시 간에 일어나는 일이라 내가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도 없다. 오직 하늘에서 정한 시간이 있을 뿐이다.


만약 당신이 20대라면 지금 당신에게 제일 많은 것이 시간 일 것이다. 방학이면 여행도 가고, 심야에 영화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떨까? 맛을 내긴 어렵겠지만 미역국을 끓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만약 당신이 30대에 경제력이 생겨 여행을 조금 더 멀리 갈 수만 있다면, 호텔만 예약해서 다니기보다는 한 텐트에서 잠을 잔다거나 혹은 같이 안 자 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저녁을 만들어 먹고 불 앞에서 이야길 하는 시간도 보냈으면 좋겠다.


전혀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연애를 하는 것처럼 하면 된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사준 적이 있거나 받은 적이 있는 날에는 꼭 부모님께 꽃은 선물해 보자.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면, 같은 집에서 부모님 모시고 한 번 먹어보자. 선물을 고르는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면 부모님을 위한 선물 고민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런 일이 쌓이고 쌓이면 이게 효도의 장르가 된다.


취업 준비를 한다는 핑계는 이제 그만, 회사를 들어가니 너무 바쁘더라는 말도 이제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오늘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 당신의 부모님께 뭐라도 해드리는 시간을 가지고 있도록 해보자. 지금이 효도하기 가장 좋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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