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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Sep 15. 2020

[어른 수학] 닿을 듯, 그렇지만 닿지 않아. 친구사이

직선의 방정식

학생들의 시험기간이 곧 나의 시험기간이 되어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자료 준비를 하다 보면 아이들이 들어오는 시간이 되어버린다. 한 학년, 두 학년 수업을 하고 학생을 보내면 그럼 그렇게 하루가 지나 버린다. 코로나-19로 인해 시험기간이 짧아진 요즘 그렇게 하루들이 모여서 연속으로 몇 주가 되어 버렸다. 완전히 해 놓은 것도 없는데. 그 와 중에 시간은 참 잘 간다. 


그렇다고 뭘 안 한건 없다. 조금씩이라도 하려고 많은 노력은 했다. 하지만 쉽게 성과가 드러나지 않은 직업이다 보니. 기다기는 수밖에 없다. 차곡히 시간을 쌓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글 쓰기도 마찬가지였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시간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쓰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으니 의무감에 글을 써 내려갔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술을 먹고 말을 하면 못 알아듣는 것처럼, 시간이 없는데 글을 쓰면 주정하는 것 같이 되어 버렸다. 


오랜만이라 더욱 즐겁게 쓴 이야기. 시작. 



-직선의 방정식


직선의 방정식은 흔히 그래프라고 부르는 X축과 Y축으로 만들어진 좌표평면 위에 일정한 함숫값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 값들의 연속적인 자취에 의해 만들어진 도형이다. 


직선의 방정식은 학창 시절 의외로 꽤나 오랜 시간 배운다. 초등학교에서 그래프 읽는 법, 중학교에서 그래프 그리기, 그리고 고등학교 과정을 지나 수능시험까지 나오는 수학의 꽃이다. 처음엔 쉬운 내용으로 시작했다. 좌표에 점을 찍는 것부터. 차근차근, 그리고 그 점을 이었다. 선이 되었다. 


그러다 나중에는 그래프를 해석하는 법이 바뀌었다. 값을 보고 점과 선을 그랬다면, 반대로 어느 때는 선만 그려진 그래프를 해석해서 그래프가 그려지게 된 이유를 찾아내기도 했다. (이 부분을 가르치기 제일 어렵다.)


직선의 방정석은 의외로 간단하게 해석할 수 있다. 그래프는 우리가 눈으로 수학적 추리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직관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보기만 해도 상황을 알 수 있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증가를 하면 증가하는 그래프 감소를 하면 감소하는 그래프가 명확하게 나누어진다. 


직선의 방정식에서 그 직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그래프는 그 기울기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기울기가 가파를수록 증가의 폭이 크다는 것이고, 반대로 기울기의 값이 작아 완만한 기울기 값으로 가지게 되면 증가의 폭이 크지 않다는 것의 의미한다. 이렇게 그림으로 보이는 수학은 그 값을 한눈에 해석하기 쉽게 나타 내고자 하는데 그 의미를 둔다. 따라서 누구나 보기 쉽고 읽기 쉬운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 


-두 직선의 관계


그래프가 좌표평면에 두 개 이상 그려지면, 그래프의 증가나 감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두 그래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두 직선이 하나의 좌표 평면에 있다면 두 그래프는

1. 한 점에서 만난다. 

2. 안 만난다(평행) 

3. 일치한다. 

라는 관계로 정의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의 관계는 결과적으로 기울기와 관계가 있는데. 기울기가 같으면 두 개의 그래프는 평행하거나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기울기는 직선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기울기만 잘 해석할 줄 안다면 그래프를 해석하기는 조금 더 쉽다.


글을 쓰면서 사람들도 직선의 방정식처럼 관계를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주변의 사람들의 직선은 서로 얽혀있다. 그래서 수많은 교점들이 생긴다. 또한 수많은 평행선들이 생긴다. 만약 인간의 관계가 직선의 방정식처럼 해석할 수 있다면 사람을 사귈 때, 내가 가진 감정의 기울기에 집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상대방에 대한 기울기가 같으면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것이고, 내가 상대를 향해 1도의 기울기만 있다고 한다면 결국 사이는 가까워지게 된다.


만약 인간의 관계가 직선의 방정식처럼 해석할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사람을 사귈 때, 상대방에 대한 기울기가 같으면 영원히 만날 수 없다는 가설은 틀렸다. 워낙 복잡한 관계에서 나와 기울기가 같다고 영원히 기울기가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도중에 기울기가 변한다면 그건 직선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직선의 기울기를 떠나 누구든 상대에게 1도 기울어져 있다면, 시간이 지난 언젠가 꼭 닿을 수 있다.


그렇다. 관계라는 게 직선적이지는 않다. 늘 변하고, 수많은 상황에서 달라지며, 적절하게 곡선도 섞여있고, 둥글둥글한 원도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직선으로만 표현될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전체를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서로 자신의 기울기만 주장하고 팽팽한 평행의 상태라면 관계의 교점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내 삶이 다른 사람들과 얽혀있다면, 그래서 사람들 사이의 교점이 관계라면 나는 조금 기울어져 살고 싶다. 팽팽하게 평행을 유지하는 것도 많은 에너지를 들인다. 그냥 교점 한 두 개가 생기면 그 뒤로는 각자의 방향을 움직이면 되니까, 그냥 기울어져 살고 싶다. 


기울기가 다른 직선의 방정식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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