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약속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날들이 약속이 없는 날이다. 때론 밖에 나가기 싫어서 일부러 약속을 안 잡은 경우도 있다. 평소엔 놀고 싶다가도 막상 휴일이 되면 집에서 쉬고 싶어 진다. 나른해지고 나태해짐을 격하게 즐긴다. 나태하다고 욕하는 사람 하나 없다.
전날 불같이 태운 날은 필수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 괜찮은 모임이 있어서 나갔다가 온 날 당연히 집에서 쉬어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있다. 날이 좋은 날. 평일에 일하는 나의 주말은 빨래와 해야만 했던 미뤄뒀던 일을 하는 날이다. 느지막이 일어나 빨래를 하고 밀린 웹툰 몇 개를 보다가 누웠다. 아직 빨래는 돌아가는 중이고, 점심은 때가 지났다. 배가 고프긴 한데 해 먹기는 귀찮아 배달을 시켜 먹자고 어플을 열었다. 에어컨 바람에 누워 배달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다시 보다만 웹툰을 열었다.
이렇게 보내는 시간은 나의 일반적인 휴일이다. 잘못된 것은 없다. 그냥 단지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내가 조금 싫어질 뿐이다. 빈둥거리고 나면 컨디션이 좋아질 것 같은데, 오히려 몸이 더 뻐근하고 온몸이 무거워 짐을 느낀다. 한 자세로 누워 핸드폰만 보고 있어서 그런지 몸이 굳어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소화도 시원하게 되질 않는다.
저녁 시간이 되었지만 아까 먹은 게 전혀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좋아지는 줄 알고 배는 안 고프지만 다시 저녁을 입으로 밀어 넣는다. 저녁만 먹는 게 아니다 더부룩하니 술도 한잔 곁들인다. 맥주 넘기는 맛이 좋다. 소화도 잘 되는 것 같다.
널어 둔 빨래를 걷어와 정리하며, 넷플릭스를 켠다. 볼 건 없지만 못 볼 것도 없으니 아무거나 눌러 시청하기를 누른다. 눈이 바쁘다. 넷플릭스 보랴 핸드폰 보랴. 토요일은 늦은 시간이 되어야 잠이 든다. '부스스' 다음날 눈을 떴다. 나에게 일요일은 하루가 아니라 반나절이 되어있다.
휴일을 즐기고 싶은데 이렇게 보내고 나면 하루를 때우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의 깊은 내면에선 휴일이면 이때다 싶어 게으름이 밀고 나온다. 침대와 게으름은 협공을 아주 잘하는 편이다. 활동 영역이 화장실을 제외하고 침대의 한 평 남짓이 된다.
휴일을 이렇게 보내자고 계획한 건 처음부터 나였지만, 이렇게 휴일을 보내고 나면 또 후회한다. 반나절만에 지나간 일요일의 저녁엔 늘 다음 주 토요일에 대한 계획을 세워 보지만 소용이 없다. 루틴, 습관, 관습, 버릇, 해 오던 일과 같이 고치기 힘든 일이 있다. 이럴 땐 용기, 변화, 훈련, 처음 해보는 일과 같은 단어를 떠 올려보면 된다. 습관이 고착되어 버려 나와 함께 되어 버렸을 때. 삶의 변화를 준다. 습관적인 행동을 할 것 같은 때 할 수 있는 또 좋은 습관을 만들어 버린다.
토요일 아침, 가기 싫었던 수영장엘 다녀와서 평일에만 하던 일을 토요일 오전까지 스케줄을 출근했다. (평일 시간을 쓰고 싶어서) 간단한 일을 마치고 나선 평소에 용기가 없어하기 어려웠던 것을 배우러 간다. 일주일에 3시간 정도를 투자하는 취미 같은 일이지만 토요일 3시간으론 부족하고, 개인적으로 평일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숙제가 많은 수업이라 신청하게 되었다. 나름 일상에 중요한 일이 되어 버렸다.
토요일에 집에서 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도록 습관을 바꾸었다. 배우는 일을 찾고 쉽게 하지 못했던 일을 시작했다. 더 이상 토요일에 나른하거나 나태하지 않아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