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오른다는 흥분감에 연극이라는 경험에 도전했다. 남들 앞에 서는 일이 여전히 힘들고 부끄럽기만 한 나에게 주는 작은 훈련 같았다. 물론 이젠 연극을 훈련이라 생각지 않고 나의 즐거운 일상이라 생각하게 되었지만 처음 시작은 퇴근 후 운동을 가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낮은 레벨의 캐릭터가 훈련을 통해 레벨업을 하는 것 같이 나름의 인생 튜토리얼 같은 것이었다.
우리 '연약한 주인공'은 아직 약한 부분이 너무나 많이 있었기 때문에 나름 긴 시간 공연을 준비하면서 '연극'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내가 배우고, 경험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다.
첫째, 연극을 통해 사람들 앞에 서고 싶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남들 앞에 서는 일이 힘든 나에게 주는 작은 훈련 같은 일이다. 공연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일'은 강의를 하기 위해 '강단에 서는 일'과는 비슷한 듯 약간 다른 느낌이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는 짜인 '롤' (대본)에서 맡은 배역을 연기하고, 공감을 얻기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강연을 위해 강단에 서면 내가 연출이 되어 한 시간을 끌고 나가는 것이다.
강의나 강연을 연극 장르 '원맨쇼(일인극)'와 비슷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조금은 다른 결에 어떤 것이다. 정해진 롤을 짜는 것은 강사본인이 하는 것이지만 연극에서는 만들어진 대본에 의해 내가 움직이는 것이다. 내가 정보를 전달하고 싶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강의에 반해 대사의 전달과 상대 배역과의 짜인 대사를 위해 움직이는 수동적인 것이 연극이다.
둘째,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시간을 공유한다는 일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유대관계를 의미한다. 협업을 하는 것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일인데, 하물며 좋아하는 일을 공유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보통의 마음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연극은 특히나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혼자 하기엔 어려운 일이다. 혼자 공부하면 되는 자격증 시험이 아니다. 다소 유기적이며 비정형화된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취미로써 연극을 선택하는 것은 나를 믿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을 믿고 시작하는 것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비슷한 취미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것은 나 홀로 하기엔 어렵기도 하고, 마음적으로 안정감을 찾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공감을 얻어내는 일을 본능적으로 쫓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혼자 하고 싶지 않고, 같이 하고 싶어지는 마음은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유대감에서부터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주인공이 되고 싶어지는 마음
매번 같은 마음은 아지니만 가끔 아주 가끔은 내가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계속 그런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문득 어떤 때에 무심결에 내가 주인공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연애 프로그램을 보거나, 관찰 예능을 보는 것처럼 우라는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여행을 다는 모습에서도 내가 주인공은 아닌 여행이고, 경연 프로그램을 보고 있어도 내가 주인공은 아니다.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도 내가 주인공이 되는 일은 아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수직적인 일이던지 내가 계획하더라도 더 큰 회사의 의뢰를 받아 설계하는 일이다. 누군가의 주문에 의해 움직이는 일에 젖어 있는 것이다. 그나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가 주도적인 경우가 크다. 내가 원하는 강의를 하고 내가 설계한 프로그램대로 실행하는 것도 있고, 쉬는 날도 마음껏 정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선 내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관객이 없다는 점에서 내가 주인공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다수가 하는 일을 하면 내가 주도적이지 못하고, 내가 주도적으로 일을 하면 내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적다는 게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래서 내가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었다.
처음부터 내가 말하는 주인공은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 중에 주인공의 역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쓰고, 정성을 쏟아낸다는 말이다. 역할의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스스로가 주인공이라고 자각하는 일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늘 가장자리에서만 주인공이었다면 하루쯤 무대 가운데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보고 싶었다. 뭘 하는지 모른 채 지나가는 시간이 무의미하고 아까웠다, 그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나도 내 나름의 롤을 만들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이 꼭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훈련도 시키고, 연습도 하면서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 도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었다. 대본이 나와 있는 인생은 없으니 그때마다 대본을 만들고 필요하면 수정도 한다.
인생의 주인공인 '나'를 역할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