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여행 (다카야마시)

by SseuN 쓴

이번 일본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을 꼽는다면 바로 우리가 신청한 소도시 여행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부터 다카야마시와 시라카와고시 이렇게 두 도시를 돌아보고 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끼리 차를 빌려 작은 도시까지 갔다 오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던 터라 선택한 일정으로 미리 한국 여행사를 통해 투어 관광을 신청했고 단체관광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미리 결제를 하고 왔으니 특별히 내야 하는 돈도 없었다. 다만 아침에 일찍 출발하는 일정이다 보니 출발지를 잘 알지 못했던 우리가 아침에 조금 헤맸다는 것만 빼면 아주 완벽한 투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원래 투어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투어 여행이 가지고 있는 그 특유의 강제성과 상품을 구매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여행을 해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저기 제시간에만 움직여야 하는 일정이 짜여 있는 여행 같은 경우에는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만 하는 것 위주로 여행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때론 힘에 부치는 경우도 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천천히 여행하면서 현지의 삶을 방해가 안 되는 선에서 엿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투어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여행의 감성을 사전에 차단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차별이 심했던 중국 투어 여행은 투어 여행을 시도하고자 하는 마음을 사라지게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이번 투어 여행은 버스만 왕복으로 운영하고 그 어떤 것도 강요하는 상품 강요도 없으며, 반드시 이용해야만 하는 옵션도 없는 순수한 버스투어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품에 장점은 절대적 자유 시간을 보장해 주는 것에 있다. 이러한 자유 시간으로 얻어진 우리의 시간은 온전히 마음을 둘러보고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유익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타야 하는 버스가 서 있는 정류장을 찾지 못한 것 빼면 아침부터 분주하지 않았을 텐데 자칫 잘못하면 버스를 타지 못 할 뻔했기 때문에 아침도 못 먹고 달려 나왔다. 항상 아침 먹는 습관이 있던 나는 몹시 나 배가 고파서 터미널로 달려 나가는 중에서도 밥을 먹어야 되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었다. 어차피 길을 잘 찾는 친구가 길을 찾아 줄 것이고 나는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편의점이나 마트만 찾아봤다.


각자의 분업 대로 광수와 편은 길을 찾았고. 나는 편의점에서 아침에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요깃거리를 구입했다. 아슬아슬하게 터미널에 도착하니 우리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안심이 되긴커녕 오히려 사람이 많으니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이곳이 아닌가 싶어. 사무실은 들어가 문의해 보니 같은 일정으로 투어를 떠나는 버스는 한대가 아니었고 같은 일정으로 움직이는 버스는 총 세대였다. 우리는 3호차에 올랐는데 우리가 탄 버스에서만 영어 할 수 있는 가이드가 있었고 나머지는 일본어만 가능한 가이드가 동행하는 것이었다.

1. 역시나 휴게소


어딜 가더라도 긴 여정에 오아시스 같은 장소는 바로 휴게소이다. 투어를 가는 길에 위치한 휴게소는 출발한 지 약 두 시간 만에 도착했다. 산엔 눈이 많이 있었지만 도로엔 눈이 하나도 없어 편하게 운전하며 도착한 휴게소에는 많은 수의 차들이 다음 목적지를 가기 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도 이들의 틈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편의점엔 우리 고속도로 편의점처럼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와 음료가 있었고 다른 점이 있다면 식당이 있으면서 편의점에서도 밥을 판다는 것이다. 암튼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쏟아져 휴게소로 들어가는 바람에 인산인해였다. 이곳은 대관령과 마찬가지로 목축업이 발달하면서 유제품이 신선도가 높은데, 편의점에서 파는 대대분의 인기 있는 상품이 바로 이 유제품이다.


우유 푸딩과 요구르트를 사들고 밖으로 나와 설산을 바라보니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눈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으니 바로 사진을 찍어댔다. 영화처럼 눈에 누워도 보고 눈오리 만들어 세워둔 거랑 뽀뽀도 해보고 눈을 뭉쳐서 던지기도 해 봤다. 오랜만에 눈을 봐서 반가운 마음에 신나게 놀다가 버스에 올랐다.


2. 아침시장


아주 큰 크기를 자랑하는 도시는 아니다. 일본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지역에 자리하고 있어 산악지역이 대부분. 사람이 사는 거주지역은 아주 작은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험준한 산에 둘러싸여 오래전부터 사람들에 왕래가 적은 탓에 전통적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도착한 한적한 곳의 주차장으로부터 나와서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다카야마 시의 아침 시장이었다. 아침시장은 조용하고 작은 마을의 활력이다. 이곳에서의 아침시장은 마치 아파트에서 가끔 열리는 요일장과 같은 느낌의 시장이었다. 크게 번화한 거리도 아니고 상가가 많은 것도 아닌 그냥 소소한 요일 장 같은 느낌을 받았다.


현지인보다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었고, 우리와 함께 버스를 타고 왔던 한국인 부부분들과 대만인 단체 관광객들이 시장이 선 골목을 가득 채웠다. 즉석으로 만드는 수많은 간식과 음료수들이 우리를 유혹하고 그 틈을 노려 아기자기한 기념품들이 좌판을 채우고 있었다.


가게 상가들도 문을 활짝 열어두고 당고나 음료수를 팔고 있고, 가게로 들어가면 밖에서 볼 수 없는 기념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볼거리와 먹을거리에 눈을 떼지 못하며 앞으로 조금씩 전진해 나가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 시장의 끝에 다다르자 우리도 살짝 배가 고파졌다.


3. 마을의 풍경


마을의 풍경은 작은 시골마을의 모습과 흡사했다. 분주함도 없고, 그렇다고 느긋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적당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마을에 활기가 있음을 설명했다. 작은 천으로 흐르는 물길은 아마도 더 큰 마을을 향해가고 있을 것이다.


겨울이라 곳곳에 소복하게 내려앉은 눈은 원래 마을의 모습을 가렸고, 하늘에서 내려준 솜이불 마냥 한 조각씩을 덮고 있는 모습이었다. 문득 여름의 마을이 궁금해졌다. 제주도도 이런 호기심에 사계절을 모두 다녔던 터라. 약간 미래가 그려지는 듯했지만 이내 현실적 문제를 떠올리고 나니 겨울의 마을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살얼음이 낀 강을 가로지를 수 있는 다리는 마을의 크기보단 그 숫자가 많았다. 수많은 다리를 지나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곳에서 하루가 아닌 며칠 동안 머무르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시골의 밥 짓는 냄새는 안 나지만 그 분위기를 볼 수 있었고, 작은 조형물마저도 일본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마감새가 인상에 깊게 남는다. 석조 물건을 하나 만들더라도 그 모양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보는 맛이 있다.


한참을 다녀서 그런지 배가 고팠다.

4. 식후경 아님 식도락


여행의 목적이 뭐냐고 물으면 식도락이 나의 여행에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목적에 비해 다소 준비가 덜 된 것도 사실이다.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진작 한국에서부터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으로 검색해서 찾아봤겠지만 사실 우리 여행에서 그런 준비는 없었다.


대신 밥을 먹을 시간이 되면 주변에 맛있는 음식이 있는지 간단하게 검색을 마친 뒤에 식당으로 이동하는 편이다. 광수가 주로 식당을 검색 하긴 하지만 우리도 먹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부탁하곤 한다. 그렇게 해서 찾은 식당이 이번에는 소고기가 메인인 식당이었다.


아무래도 관광지다 보니 한 그릇에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지만 요리에 소고기가 들어가고 우리가 시킨 음식이 생각보다 맛있어서 부담했던 금액은 합당한 금액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심지어 우리가 하나씩 맛보자고 시킨 소고기 초밥은 너무나 맛있어서 혹시 다음번에 기회가 돼서 이곳을 다시 여행한다면 꼭 한 번 더 먹어 보고 싶은 음식 중에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식당은 점심시간이지만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는 곳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두 테이블 정도 대기를 했다가 바로 들어가서 먹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은 관광지다 보니 정해진 식당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식사를 하다 보니 인기 있는 식당이나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식당에서는 꽤나 오랜 시간 기다렸다가 밥을 먹어야 하는 불편함을 겪을 수 있는데 우리는 생각보다 기다리지 않고 밥을 먹었다.

식당에 들어왔을 땐 아주 따뜻한 공기가 식당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식당에 중앙에는 나무인지 석탄 인지를 태우는 옛날식 난로가 있었고 그 위에는 물이 끓고 있는 냄비가 놓여 있었다. 우리가 안내된 곳은 난로에서 가까운 쪽에 있는 테이블이었다. 밖은 눈이 오는 한겨울의 날씨였지만 안쪽은 따뜻한 봄과 여름 그 어느 중간 날씨 었다.


종업원은 우리에게 따뜻한 물수건을 내어 주었고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차도 내어 주었다. 메뉴판에는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도록 사진이 항상 첨부되어 있었고 주문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편했다. 우리가 먹고 싶은 메뉴를 주문한 뒤에 우리는 식당을 둘러보았는데 마치 식당은 작은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것처럼 작은 소품들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모두 시간을 담고 있는 듯해 보였다


식사는 가격에 맞게 아주 푸짐하고 맛있게 요리되어 나왔다. 일본에 음식이 조금 적게 나온다는 편견이 있었던 터라 한 끼를 제대로 먹은 날은 왠지 속은 기분이 든다. 물론 적은 양을 적은 비용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들도 많이 있었지만 우리가 가는 식당에는 꽤나 많은 양의 음식들이 준비되어 나오고 아주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국밥 한 그릇 먹을 정도의 가격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를 만큼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배가 부르고 나니 우린 밖으로 나와 작은 기념품가게 들러 이곳을 대표하는 자석과 엽서를 구경하기로 했다.


5. 사케의 진수


진짜 진짜로 정말 정말로 맹세코 이야기하는 거지만 우린 기념품을 사러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우리는 기념품가게에 들렀다가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사케 도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막걸리 도가처럼 이곳에서도 많은 장인들이 술을 빚어 팔고 있는다. 심지어 오래된 술도 가에서는 많은 종류의 술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인이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인기 있는 술인지는 잘 알지 못하고 그저 오래된 역사를 가진 술 빚는 장소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사케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라고 해야 될지 공장이라고 해야 될지 분위기가 조금 묘했다. 한쪽에서는 술을 담은 큰 항아리가 보이고 사람들은 왔다 갔다 술을 운반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들어간 쪽에서 보면 다양한 사케들이 선반 위에 놓여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그 선반 주위를 구경하고 있었다. 우리도 잘 모르지만 사람들이 구경하는 틈에 함께 끼어들어 구경했다. 아마 여기서부터였을 것이다. 우리가 술에 취하게 된 것이.


수상한 자판기를 보았다. 이곳에서의 시음은 무료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판기에 작은 동전을 넣어 한 잔씩 맛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어딘가 모르게 기발한 시음 기계가 있었다. 구경하고 있던 우리들도 앞에 있던 사람들이 하는 방법을 유심히 보다가 한 잔 시음하기로 했다. 마시기로 결정하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줄이 꽤나 길었고 사람들도 시음하기 위해서 자판기 앞에 많이 몰려들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술은 뒤로한 채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발견한 곳이 또 다른 도가였다.


맞은편에 새로이 들어간 매장은 잔을 하나 사면 이곳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든 종류의 수를 맛볼 수 있는 아주 혁신적인 시음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이번에는 자판기처럼 하나씩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잔을 사서 있는 종류를 맛보기로 했다.(자판기 술 값이나 잔 값이나 같음) 거기에 놓여있는 종류를 모두 맛보기 위해서는 조금 튼튼한 간이 필요 할 것만 같았다. 일단 우리는 그곳에서 판매하고 있는 술에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 술 냉장고 앞에 서서 설명이 되어 있는 작은 설명서를 번역기를 돌려가며 읽고 그 설명서를 보고 나선 한 잔씩 아주 작은 잔에 정확히 한 잔씩 서로서로 시음했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취해갔다. 점심으로 먹은 것이 식사가 아니라 안주가 되어 갔고 작은 잔이지만 연거푸 사케를 들여 마신 우리는 알콜에 조금씩 조금씩 젖어 들어갔다. 그 와중에 광수는 술이 맛있다며 한 병 사기로 했고 우리는 철없이 안주가 모자란다며 그곳에 팔고 있는 발효된 치즈를 구입해서 다시금 맛있었던 사케를 시험하기로 했다. 충분히 시험했으니 이제 그만 가자고 하는 광수를 뒤로한 채 우린 사케로 향했고 벌써 소문이 난 건지 사케 시음하는 병이 들어있는 냉장고에 빈병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곳에 일하는 직원들이 수시로 채워주니 빈병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순간에 불과했다. 그렇게 다시 채워진 병들을 기울여 내 잔 채우고 다시금 마시고 채우고 마시고를 반복했다.


작은 잔이지만 맛은 확실하게 좋았고 목 넘김도 부드러워 한 번에 목을 넘어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 맛에 사케를 먹는 것 같았다. 마치 부드러운 음료를 마시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 끝에 남아있는 알콜은 이것은 술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중간에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난로 앞에 앉아 있으니 정말이지 노곤하게 잠이 쏟아졌다. 하지만 뒤에 일정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시간에 맞춰 일어나야 했고 일어나는 게 워낙 아쉬워 마지막으로 한 잔 더 마시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물론 술을 산 건 광수밖에 없지만 우리도 사케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나온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 돌아가는 나의 손에는 사케가 들려져 있었고, 그 사케는 우리 가족들이 내가 한국에 돌아온 기념으로 저녁을 먹을 때 좋은 기념품이 되었다.

돌아가는 길에 대한 작은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내가 지도를 보며 길을 찾고 있던 중에 내가 가자고 했던 그 길이 막혀 있는 골목이어서 두 친구는 나에게 사케 먹고 취해서 그렇다며 버스를 놓치게 되면 모두 내 탓이라는 말을 하며 나의 뒷덜미를 잡아끌고 버스에 올라탔다.


물론 그 정도 시험으로 취한 것은 아니지만 정말이지 모든 것을 멈추고 여행을 와서 느끼는 편안함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버스에 오르면 결국 우리는 목적지에 다 다르기 때문에 아무 걱정 없이 다시 우리가 듣고 있던 음악을 들으며 잠깐 잠을 청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우리는 그다음 목적지가 어떤 곳일지 기대하며 각자의 사케 잔을 가방 가장 깊숙한 곳에 집어넣으며 입맛을 다시금 쪽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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