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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보다 무거운 마음

by SseuN 쓴

2024년 12월 29일 아침.


새벽같이 일어난 우린 공항으로 달렸다. 내가 사는 곳은 대구지만 대구 국제공항을 두고 부산으로 떠야만 하는 일정이라 어쩔 수 없이 새벽 동이 트기 전에 집을 나서야만 했다. 한적한 도시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올라갈 때까지만 해도 걱정이 없었는데, 막상 공항에 도착할 때가 되자 주차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공항 주차장치곤 작지 않은 크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적지 않은 공간을 다 채우고도 남을 수의 차들이 공항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주차장의 안내엔 '만차' 등이 꺼지지 않는다.


공항은 두 바퀴나 돌았다. 포길 해야 하나 싶었다. 그냥 근처 유료주차장에 차를 넣고 가야겠다는 결심으로 주차장을 빠져나가려는데, 한쪽에 빛이 보였다. 요리조리 주차하면 얼추 자리하나는 만들어지겠다 싶어 얼른 주차를 했다. 비행시간이 빠듯해 야서 국제선 로비에 도착한 우린 일단 도착했다는 것에 감사를 해야 했다. 보안 검색대로 향하는 기나긴 줄을 보고 또 한 번 좌절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빠지는 줄에 기대감을 걸어봤다. 우리가 서 있는 줄이 그나마 움직임이 눈에 띄는 곳이라 우리 뒤로도 한참의 사람들이 줄을 이루고 서 있었다.


보안 검색대 앞은 사람들의 본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가볍게 든 가방을 내려놓고, 입었던 두꺼운 외투와 모자를 벗어야만 한다. 모자를 쓰고 있어 몰랐는데 모발의 수가 적었다던지 전혀 그렇게 모이지 않았는데 언더웨어로 귀여운 캐릭터 티셔츠를 입고 있던 사람들도 볼 수 있는 곳이 보안검색대 앞이다. 요즘은 가지고 타면 안 되는 물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사람들이 알아서 물품을 걸러서 준비하긴 하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조배터리를 기내로 가지고 가야 하는지 위탁수화물로 보내야 하는지 몰라 방송에서 몇 명이나 불러 가방을 다시 싸야만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곳이 이곳이기도 했다.

많이 여유로워진 공항의 보안검색을 통과하고 안쪽으로 들어와서 출국수속대 앞에 섰다. 성인은 이미 우리나라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으니 따로 등록할 필요 없이 지문과 여권만으로 통과할 수 있는데, 나는 출국 도장을 받고 싶어 줄을 서면서 안내해 주시는 분께 따로 부탁을 드렸다. 하지만 그분은 도장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되어 도장을 받을 수 없다는 말만 하시곤 시큰둥하게 본인의 할 일만 하셨다. 조금 섭섭해진 발걸음으로 자동출입국관리소를 통과했다.


게이트가 있는 복도는 늘 활기가 넘친다.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재잘거리는 소리도 즐겁고 신나는 톤의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면세를 사는 사람들, 아침을 먹지 못해 간단한 요깃거리를 찾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습이 보인다. 12번 게이트는 한쪽 끝에 위치하고 있어 출발하기 전 미리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도착했지만 무슨 일인지 비행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입장이 어려웠다.


전광판에는 '딜레이'라는 단어만 보이고 방송에선 공항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탑승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중이라 차례대로 비행시간을 느려진다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우린 앉아서 이 시간을 즐겼다. 창 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비행기들과 일하는 사람들을 보며 게이트가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친구 중 하나가 본인이 영상을 받았는데 현재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사고라며 비행사고영상을 보여줬다. 우린 아직 비행기에 오르기 전이었고, 타려는 비행기와 같은 항공기의 비행기를 타야만 했던 우리는 그제야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사고가 난 비행기는 한국으로 돌아오던 중에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고, 나는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야만 하는 순간이었다.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며 수많은 걱정이 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비행기의 게이트는 열렸고 사람들은 탑승하기 시작했다. 같은 사고가 또 일어나지 않게 기도하는 수 밖엔 없었다. 영상에 나온 모습으론 꽤 많은 사람이 다쳤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나중에 뉴스로 알게 된 인원을 듣곤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출발예상 시간보단 한 시간이 지난 시간에 출발한 비행기는 무사히 오사카 공항에 도착을 했고, 마음속으론 기장님께 박수를 보내드렸다. 여행은 어제저녁부터 시작해서 이미 첫 단추는 끼웠지만 많은 사람의 생명이 이슬처럼 사라진 사고를 보곤 나만 재미있다고, 신난다고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못했다. 또 한 번 명복을 빌며, 그동안 쓰지 못한 일본여행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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