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는 국제공항이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간사이 국제공항을 오사카 공항이라고 부른다. 간사이 국제공항은 우리나라 인천공항처럼 갯벌을 간척하여 만든 공항으로 지금은 제2터미널까지 만들어 확장을 마친 상태이다. 제주항공을 타고 도착한 우린 제2 터미널에서 내렸다.
터미널에서 나온 우린 바로 나고야행 기차표를 샀다. 기차를 타고 나고야를 가는 건 이번 여행에서 나고야에서 출발하는 투어가 가장 중요한 코스이기 때문이다. 그곳으로 향하는 비행기보단 기차가 훨씬 빠르고 편하기 때문이고 버스보다 훨씬 간편한 이동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직접 표를 구매할 수 있었고 그 표를 들고 역으로 가면 바로 기차를 탈 수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나고야로 가야 했던 우리는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기차를 타러 가는 길은 그렇게 멀지 않았지만 꼭두새벽부터 운전과 비행기를 이용했던 우리는 생각보다 피곤했고 배가 고팠다.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은 열차에 시간표에 무리가 있었고 어쩔 수 없이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해야만 했다. 편의점에 나라 일본이라는 말처럼 없는 게 없이 다 준비되어 있는 일본에 편의점은 우리가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식당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바로 편의점으로 향했고 편의점에서 보이는 대로 음식을 집어 담았다.
나는 평소 일본 관련 영상을 볼 때마다 일본에서 먹는 계란말이가 너무나 궁금했다. 백종원 님이 이본에서 달걀말이 공장에서 직접 사 먹을 땐 그야말로 화면에 빨려 들어갈 정도로 집중하기도 했었다. 그 탓일까? 일본에서 먹는 계란 말이야 맛은 과연 어떨까 하는 마음에 제일 먼저 계란말이를 집어 들었고, 계란말이만 먹자니 배가 고플 것 같아 김밥도 집어 들었다. 목이 말라 음료수까지 가지고 오니 두 손은 금세 무거워졌고 들고 있는 음식을 보니 마음은 포근해졌다.
아무래도 열차 시간이 조금 빠듯해서 바로 먹지는 못하고 일단 열차 플랫폼까지 가지고 왔다. 어찌 된 영문인지 우리가 타야 할 열차는 이미 와서 손님들을 기다리는 중이었고 우리가 도착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에 문을 열어 주었다. 시간이 조금 남긴 했지만 열차에 올라 우리 짐을 놓고 무거운 가방을 내려두니 몸도 마음도 한결 편해지는 것 같았다.
들고 다니던 가방에서 편의점에서 샀던 음식들을 의자 등받이에 있는 식탁에 올려놓으니 잘 차려놓은 한 상이 되었다. 아직 열차가 출발하기 전이라 열차에 사람은 거의 없었고 기회는 자주 올 것 같지 않아 열차 안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종류는 다르지만 열차 안에서 간단한 도시락을 먹는 것까지는 허용된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땐 너무나 민망했고 사람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허겁지겁 우리가 샀던 음식들 먹어 버렸다
차갑게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일본식 계란말이는 내가 생각했던 폭신한 질감의 것이 아니었다. 다소 딱딱한 느낌에 식감이었지만 그도 그 나름대로의 맛이 한국 것과는 달랐다. 조금은 짜다고 해야 할까 아님 간이 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 내가 집에서 만들었을 때와는 조금 결이 다른 계란 말이었다. 내가 집에서 만들 땐 조금 딱딱하고 과하게 익힌 계란프라이를 말아 낸 것 같은 식감이었다면 이건 마치 생크림 빵을 냉장고에 넣어어 조금 딱딱해진 형태의 빵을 먹는 것과 같은 식감의 계란말이를 먹는 것 같았다. 계란말이를 허겁지겁 먹어치운 나는 김밥을 꺼내 놓고 음료수를 한 모금 마셨다.
일본 열차에 좌석은 우리나라 새마을호 정도에 넓은 간격이었다. 그래서 앞사람이 등받이를 뒤로 밀거나. 내가 뒤로 의자를 밀더라도 서로서로 충분한 공간이 있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열차는 중간중간 정차 할 역에 잠시 정차했다가 출발하는 완행열차 같은 것이었다. 일본에서 처음 열차를 타서였을까? 아님 감정이 몽글해서였을까? 일본의 예스러운 열차를 타고 있으니 처음 기차를 탔던 어린 시절의 내가 생각이 났다.
어렸을 적 할머니집을 나와 의성에서부터 대구역까지 운행했었던 열차였다. 내가 기차를 한 번만이라도 타 봤으면 좋겠다는 말에 어머니는 할머니 집에서 멀리 떨어진 역으로 가서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동대구역까지 기차를 타 본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엄청 오래된 이야기. 어쩌면 30년도 더 지난 이야기지만 아직도 그 처음 탔던 기차에 흥분감을 잊을 수가 없다. 어쩌면 이런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그때 느꼈던 그 흥분 감이 다시금 떠올라 앞으로도 그 일은 쉽게 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처음 한 동안은 기차에 달리는 모습을 보겠다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넋을 놓고 보다 가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버렸다. 아마 오늘 일정을 아침 일찍 시작해서였는지 금방 잠이 들고 말았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깼다 반복하다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잠에 빠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