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이 지금처럼 유행하지 않을 때. 동남아 여행이라고 하면 태국을 제일 먼저 떠올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태국을 찾던 시절이 있었다. 누군 배낭하나 메고 낭만을 찾아 떠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해변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마시는 한 병의 맥주를 즐기기 위해 떠나기도 했다.
태국은 5시간이 조금 넘는 직항 비행기가 있어 짧은 휴가를 보내기도 적절한 위치에 있는 나라이다. 대부분이 태국의 방콕을 방문하고 제대로 휴양을 즐기고 싶다면 푸껫이나 치앙마이를 선호한다.
태국의 계절은 뚜렷하지 않다. 다만 강수량에 따라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데, 9월은 우기로 한 달에 대부분이 비가 오거나 흐리기 때문에 맑은 하늘을 기대하긴 힘들다.
방콕의 물가는 배낭 여행자의 가벼운 지갑 사정에 단비다. 나는 태국을 방문할 때마다 넉넉하지 못한 예산에 다소 빈약해진 자존심을 회복하는 활력을 얻곤 한다.
다른 어떤 걸 소개하더라도 음식이 빠질 수는 없다. 물론 호불호가 생기는 고수를 넣은 음식이 많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역시나 미식의 도시답게 매력적이고 맛있는 음식이 넘치는 곳이다. 국물요리 향신료요리 해산물요리(특히 해산물 요리는 최고다)고기 요리, 면 요리, 쌀 요리, 볶음 요리, 튀김 요리, 꼬치 요리까지 원하는 방식 재료를 구별하지 않고 넉넉한 인심을 자랑한다.
처음 태국을 찾았을 땐 철저한 정보의 탐색이었다. 누군가 맛있다는 이야길 블로그에 쓰면 나는 그걸 검색하고 가보는 방식이었다. 방콕은 생각보다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고 사람들이 친절해 금방 식당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블로그에 올라온 맛집을 검색하며 다닌 경험이 첫 번째 여행이었다.
두 번째 태국에 도착했을 땐 이미 맛집이라고 한국에서 소개된 수많은 곳을 다녀 본 뒤였다. 심지어 구글 맵에 맛집으로 소개된 곳까지 다녀왔으니 거의 모든 곳을 다녀봤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이번엔 검색을 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물어 맛있는 집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지인들과 이야기하다가 점심 메뉴를 추천받거나 맥주를 마시고 싶은데 추천해 줄 수 있냐며 가벼운 이야기를 건넨다. 안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기분 좋아하며 본인의 맛집을 추천해 준다. 가끔 입맛에 안 맞을 때도 있고 가게가 너무 위생적으로 민감한 부분에 못 간 몇 번을 제외하면 모두 성공적인 식사였다.
맛집이라고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곳들도 가보면 내 입맛에 안 맞을 때도 있는데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곳에서의 실패는 오히려 적은 확률일지도 모른다.
세 번째 태국을 방문했을 땐 푸팟퐁커리를 먹으러 식당을 찾아 나선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숙소 앞에서 해결했다. (커리는 처음 올 때 맛에 반해서 계속 다닌 곳)
잠시 여행으로 태국을 방문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검증이 끝난 맛집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다. 시간도 짧은데 맛없는 음식으로 여행의 즐거움을 깰 수는 없으니 말이다. 여행 즐거움 중엔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음식이니까 말이다.
한 곳을 N회차 방문 할 땐 인터넷에 소개된 맛 집만을 고집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나의 경우는 간단하다. 이미 먹어 본 맛이기 때문이다. 김치찌개를 예로 들면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주 먹는 음식 중 하나이다. 김치찌개 식당이라고 이름 붙은 곳은 김치찌개를 잘하는 집이다. (물론 손님 없이 파리만 날리는 집은 예외다.)
그러니 나도 태국에서 지내는 동안 동네를 돌아다녔을 테고, 동네를 돌다 보면 사람들이 모여 밥을 먹는 집을 쉽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팟타이를 먹고 싶다면 지나가다 팟타이를 맛있게 먹고 있는 사람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면 맛있는 팟타이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똠얌꿍을 먹고 싶으면 똠양꿍 먹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식당에 들어가 같은 메뉴를 시켜 먹으면 된다. 나중에는 사람들에게 물어서 가도 된다. 그 정도로 편한 태국생황이 되면 말이다.
태국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무진장 넘쳐난다. 하지만 모두를 먹을 수 없으니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하지만 미식의 나라답게 어디든지 실패하지 않는 맛에 태국의 매력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