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구에 살고 있다. 텔레비전을 자주 보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부모님이 보고 계시고 있을 때 옆에서 지나다가 보게 되는데, 한 번씩 광고로 앙코르와트 투어를 소개하는 영상이 나오곤 한다. 아마 대구 사람이라면 TBC와 MBC에서 주관하는 여행을 한번 씩을 들어봤을 것이다. 씨엡립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도시에 말도 안 되는 유적이 있다는 사실을 들은 것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긴다.
캄보디아는 지금 아주 힘든 시기를 맞이 하고있다. 사실 캄보디아가 힘들지 않은 시기는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적다. 오랜 시간 프랑스에 식민지였다가 독립해서도 내정이 불안했고, 베트남과 태국에서 쳐들어 오는 바람에 국정을 돌볼 수 없을 정도로 정부의 힘을 열악했다.
한테 크메르 제국이라는 중세의 영광은 온데간데없고 현재 구호나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한순간에 이렇게 된 것은 아니지만 주변국들의 가혹한 침략에 정신을 차릴 틈도 없었을 것이다.
특히나 이번 캄보디아서 범죄단이 숨어서 활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서 주변국들로 하여금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그저 인건비가 싸고 임대료가 저렴한 나라여서 범죄인들이 기회를 잡은 것이지만 캄보디아는 지금 앙코르와트보다 범죄집단의 소굴로 더 유명해진 상태이다.
나도 처음 씨엠립에 도착했을 땐 아무것도 모르니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저 예약해 놓은 숙소 주소만 하나 들고 도착했다. 씨엠립은 작은 도시라 이동하는데 불편하진 않지만 인프라가 열악하여 이동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도착해서 숙소로 이동하는 툭툭를 길거리에서 잡았다. 이들에게는 우리에게 영업을 하는 중이겠지만 우리는 이들이 없으면 이곳에서 나갈 수 없으니 이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 우리와 영어가 가장 잘 통하는 사람에게 짐을 맡겼고 나보다 절반은 작아 보이는 분과 함께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수영장이 있는 숙소였고, 깨끗한 숙소였다. 에어컨이 있는 방에 아침까지 주는 씨엠립 최상의 컨디션을 가진 방이었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저녁을 먹지 않아 밖으로 나오는데, 기다리고 있던 툭툭 기사분을 다시 만났다. 아마 다음 날부터 시작될 투어를 영업하러 오신 듯했다
기사님이 워낙 순하게 웃으셔서 우린 그분께 시내로 데려다 달라고 하고 식당을 추천받았다. 식당에 도착한 우리는 기사님도 식사를 안 했을 것 같아 밥을 같이 먹자고 했고, 거절하던 기사님을 현지어를 모른다는 핑계로 식당에 함께 들어갔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식사가 차려지고 하나씩 먹으면서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우린 친해졌다.
기사님을 영업한 것이 우리인지 아니면 기사님이 우리를 영업했는지 헷갈리긴 하지만 우리는 그 기사님과 함께 투어를 다니기로 결정했다. 길고 긴 여정의 시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었거나 보존 중이라고 하면 안내 표지석부터 울타리까지 둘러져 있고, 정복을 입고 순찰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돌아다니는 풍경을 상상한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넓은 대지위에 그리 높지 않은 건축물, 중간중간 모이는 관광객들을 이끌고 다니는 유명 여행사 가이드만 눈에 띄었다.
들어가는 길을 그다지 편하지만은 않았다. 곳곳에 파인 웅덩이는 과거에 잘 손질된 돌이 있었던 자리 같은데, 지금은 그 자리에 웅덩이가 생겨버렸다. 웅덩이가 아니더라도 지나야 하는 길은 곳곳에 돌들이 튀어나와 있거나 서로 맞물려 있지 않아 걷기엔 불편할 정도였다.
잘 보존되었다 할 수는 없는 형태였다. 과거 프랑스 연구진이 이곳에 와서 그 구조를 보고 절대 캄보디아에서 지을 수 없는 수준의 예술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손색이 없던 앙코르와트는 수많은 고난을 겪으면서 이젠 그 형태만 남았다.
서구인들의 부분별 한 연구라는 명목의 침략은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앙코르와트의 수많은 유물이 그 시대 문화 지식수준을 말해주고 있다. 베트남, 태국과의 전쟁으로 목조 건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돌무더기만 흩어져 있다.
전쟁과 수탈 뒤 불안한 내정은 그나마 남아있던 유물마저 도굴꾼들에 의해 도둑맞아 부처가 새겨졌던 벽은 마치 앙코르와트 도로를 연상시키 듯 곳곳에 구멍이 나있다.
여전히 현재는 과거가 되고 미래는 우리의 현재가 된다 현재가 쌓으면 과거가 되고 과거의 기록은 나의 역사가 된다. 작은 역사가 큰 역사가 되고, 가치가 있다면 살아 남고, 없으면 누군가에 의해 사라진다.
앙코르와트는 가치를 인정받은 곳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연구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중 우리나라가 선택받은 것이다. 2026년 완성을 목표로 문화재청이 함께 복원 중에 있다.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툭툭 기사님과 연락을 했다. 물론 글을 쓰기 위해 연락은 하긴 했지만 안부도 물을 겸 연락은 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툭툭 기사를 하고 있지 않았다. 코로나 시절을 견디지 못해 그도 관광 사업을 이어나가지 못한 것이다.
영어로 하는 대화라 대화 스트레스가 쌓여 길게는 연락하지 못했지만 그간 우리가 지내온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현재 한국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있기는 해도 예전처럼 많이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아쉬움 섞인 이야길 끝으로 다시 추억에서 돌아왔다.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면 내가 앙코르와트를 다시금 볼 수 있는 날이면 우리는 맛 좋은 식당에서 다시 만나 앙코르와트 이야길 나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