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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Feb 10. 2022

올드카 별거 있어?

아바나 올드가 투어

올드카 투어를 하기 위한 줄이 아침부터 길게 늘어서 있다. 광을 어찌나 잘 내었는지 멀리서도 반짝거리는 자동차는 오늘도 사람들의 관심의 중심에 있다. 외관은 누가 봐도 새 차와 같이 깨끗하다. 깨끗한 차량 앞, 뒤로 쭉 뻗어 나 온 안테나는 마치 차에 더듬이가 달려 있는 것처럼 치장되어 있다. 심지어 안쪽 의자 부분은 에나멜 원단으로 만들어졌는지, 자동차의 광택을 한층 더 했다.


나도 처음 쿠바에 들어왔을 때부터 눈앞에 지나다니는 형형색색의 자동차를 보면서 언젠가 한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탓에 나 같은 가난한 여행자에겐 호객도 해주지 않는 기사들을 매일 아침이면 인사도 없이 지나쳤다.


숙소에서 나와 오비스포 거리로 들어가는 길 입구엔 수많은 차들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들의 젊은 시절 도로 위를 가득 채웠던 추억들이 차들과 함께 였을 것이다. 어쩌면 한 때 그들이 소유하고 싶었던 로망이 있었던 차들 일지도 모르겠다.


이유야 어떻게 되었던, 평소 자신의 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차들이 즐비해 있고, 한 번쯤은 타 보고 싶었던 차들이 서 있다면 나라도 줄을 서 있을 것이다. 타보고 싶었을 뿐 아니라 가지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도 우연히 올드카를 탈 기회가 생겼다. 오늘 일정 중 마지막으로 선택을 했던 장소가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인데, 거기까지 가는 길에 탄 택시가 바로 내가 타보고 싶었던 오래된 자동차였다. 그것도 나름 현지인의 삶과 이어져있으며. 쿠바스러운 차량이었다.


위치상으로는 우리 숙소가 있고, '까피툴리오'가 있는 곳이 바로 쿠바의 구시가지라고 하고, 주로 큰 호텔과 잘 닦여진 해변 도로가 있는 곳이 베다도라고 하며, 신시가지라고 부른다. 우리는 그곳에 있는 유명한 호텔 '나시오날 데 쿠바'를 다녀오기로 계획했다.


해가 질 무렵, 구시가지의 시내 골목에서 베다도로 가는 택시를 기다렸다. 아바나가 쿠바의 수도라고 하지만 교통수단이 다양하게 없는 것이 조금 불편하다. 편하게 택시를 타면 되겠다 싶지만 택시 중 노란색 현대식 자동차는 주로 공항과 아바나 시내를 오가는 용도로만 사용된다.


그러니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택시 수단인 인도의 릭샤와 같이 생긴 원동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꼬꼬 택시는 저렴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인기가 많다. 꼬꼬 택시는 주로 관공서나 관광객들이 많이 있는 곳에 밀집해 있는데. 생긴 게 동그란 달걀처럼 생겼다.


꼬꼬 택시는 좁아서 여러 명이 타기엔 불편하지만 가까운 거리를 저렴한 가격으로 이동하기 편리한 이동수단이다. 꼬꼬 택시 말고도 자유롭게 운행 중인 택시는 개인차량으로 운수업을 한다. 그래서 겉보기엔 택시 같지 않은 느낌이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꼬꼬 택시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이런 택시를 콜렉티보 택시라고 부르고, 합승택시라고 보면 된다.  

예전엔 시골에 가면 읍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차의 배차간격이 워낙 길다 보니, 아버지께서 가끔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가 가는 할머니 동네 쪽이나 거쳐가는 쪽이면 같이 차를 타고 들어가곤 했었다. 요즘엔 마을에서 차를 맞춰 나가면 같이 모여서 들어오시기도 한다던데, 약간 그런 느낌의 택시라 할 수 있다.


콜렉티보 택시는 버스처럼 목적지가 정해진 택시로 최종 목적지로 가는 길 중간에 같은 행선지를 가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타고 가는 방식이었다. 우리가 지내는 올드 아바나에서 베다도 지역으로 가는 길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택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자리는 하나씩밖에 안 남아서 우리 둘이 한 번에 탈 수 있는 차가 나타날 때까지 몇 대의 차를 보내고 나서야 같이 차에 오를 수 있었다.


늘 다니는 도로지만 확실히 차가 다니는 도로는 한적하다. 내가 운전하는 입장이라면 충분히 즐기면서 운전을 할 수 있는 도로라 이 좋은 도로 위를 운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렌터카 사업이 잘되려나?

차에 오른 우린 이미 세명이 타고 있는 택시였는데, 뒤에 타고 있던 여자분 두 명과 앞에 타고 있는 한 분의 남자였다. 형은 뒷자리의 끝에 앉아 있고, 나는 앞자리 남자분의 옆자리에 앉았다. 내가 앉은자리는 기사님의 바로 오른쪽에 앉았는데, 자동차의 변속 기어가 내 허벅지에 위치하고 있었다.


기사님은 걱정하지 말고 타라고 하지만 대학교 다닐 때 중고로 샀던 자동차가 매뉴얼 차라서 변속 기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던 터라 세상에 없는 다소곳 한 자세로 앉아서 갈 수밖에 없다.

자동차는 내가 봤던 차들 중에 가장 신비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외부의 색깔도 밝은 초록색 페인트가 칠 해져 있었는데, 내부에서 보이는 자동차는 모든 공간은 외부의 색깔과 같았다. 이미 오디오는 빠지고 그 자리가 휑하게 엔진룸이 보이는 중이다. 알 수 없는 계기판들이 몇 개 보이고, 속도를 알 수 있어야 하는 속도 계기판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면서 내는 택시비를 거슬러 주기 위해 동전을 준비해 두는 곳으로 바뀌어 있다.


안전벨트는 이미 멜 수도 없고, 창문은 내가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손잡이가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올리는지 알 수 없지만 적도 부근에 위치한 쿠바에서 에어컨 없는 차의 창문을 닫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손잡이가 없어도 충분히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차는 한적한 도로를 빠져나와 조금은 속도를 높이며 달려 구시가지를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한참을 달리고 있던 중에 사람들이 내리는 곳에 도착을 했는지 기사님은 차를 세우고 사람들이 내릴 수 있게 안내해 주었다. 우리는 잠시 내렸다가 다시 차에 올랐는데, 앞쪽 조수석의 좌석을 접어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올라타자 차는 달리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둘이 차를 전세 내 듯, 도착하는 곳까지는 한 번도 서지 않고 도착했다.


운이 좋으려면 이렇게 운이 좋을 수 있다. 밖에 잘 닦여진 자동차를 타는 것도 아주 기억에 남고, 신이 나는 일이지만, 이렇게 일상에서 사용되는 오래된 자동차를 타는 것도 자주 해 볼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말고도 많은 손님을 태워야 하는 기사님은 우리를 호텔까지는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 위에 세워 주고 다시 도로 위로 빠져나갔다.

인생은 늘 순간의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내가 선택한 결과가 생각보다 좋을 때 나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차를 타게 된 것이 행운이었다. 세상 잘 닦여진 차를 타는 것도 좋은 경험이겠지만, 차가 귀한 나라에서 택시를 탄다는 것은 오히려 더 좋은 경험이라 생각이 든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꼭 같은 기분을 느끼진 못하더라도 뭐 별거 있어? 이게 다 여행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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