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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Jan 29. 2022

모히또 가서 쿠바 한잔

La bodeguita del medio

영화 '내부자들'에서 나온 유명한 대사가 있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보면 이병헌이 조승우에게

"모히도 가서 몰디브 한잔해야 쓰것써"

라고 하는 대사가 나온다. 이때 조승우는 웃음을 짓는다.

그때부터 모히또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칵테일 중에 하나가 되었다.


쿠바에는 몇 가지의 인기 있는 칵테일이 있다. 역사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섞어 마시기 쉽고 맛있게 만들기 위해 많은 종류의 레시피가 있다. 사탕수수가 많이 생산되는 나라에서 제일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사탕수수는 훌륭한 럼의 재료가 된다. 럼은 칵테일에 들어가는 술의 기본이 되는데 이러한 럼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사탕수수가 필요했다. 쿠바가 식민지가 되면서 스페인이나 프랑스인들로부터 인해 커피와 사탕수수를 주요 작물로 심게 되는데, 여기에서 럼의 재료가 생겨나게 된다.


심지어 럼으로 만들어지는 사탕수수는 설탕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인기가 좋았을 것이다. 필요한 설탕을 얻을 수 있었으니 나머지 부산물로 만드는 럼은 피지배층의 전유물이 되었을 것이고, 남은 것을 가지고 돌아와 만든 럼은 그들의 삶을 위로하는 치료제로 여기며 살았을 것이다.


자연환경이 워낙 좋았던 탓에 사탕수수는 최대의 생산물이 되었고, 거기에 나오는 부산물로 술을 더욱 많이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럼은 뱃사람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그렇게 럼은 뱃사람들이 많이 마시던 술이 되었다. 고된 뱃일 가운데 잠을 청하기 위한 중요한 수면제였을 수도 있고, 고통을 줄여주는 진통제였을 것이다.


그 시절의 뱃사람들은 전쟁으로 생겨난 노예를 싣고 장거리 항해를 해야만 했다. 어떤 책에서는 럼이 노예를 배에 싣고 오는 중에 괴혈병으로 사람이 죽어나가자. 이를 막고자, 럼에 레몬을 섞어 마시게 했다는 설도 있다. 그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했던 럼은 배를 타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마시는 술이 되었다.


처음 만들어진 럼은 워낙 도수가 높은 탓에 금방 취하게 되고 알콜 중독이라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었다. 그래서 술의 양을 줄이기도 하고, 독한 술의 중화도 할 수 있게, 레몬즙과 물을 섞어 마시기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술은 도수가 낮아지면서 점차 인기가 많아졌다. 심지어 지금은 더 많은 재료들로 섞어 마실 수 있게 되었는데. 덕분에 몇몇 쿠바에서 만들어진 칵테일이 유명해지기도 했다.

라 보데꾸이따 델 메디오


이곳은 쿠바에서도 유명한 모히또를 파는 가게이다. 가게는 아바나의 여행자 거리 한쪽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워낙 유명한 곳이라 길을 가다 줄이 서있는 게 보이면 바로 그곳이 이 술집이라 할 수 있다.


쿠바는 헤밍웨이 덕에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날 아바나에 도착해 갔었던 다이끼리 술집도 사실 헤밍웨이 동상이 있는 술집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곳의 비싼 물가에도 술을 한잔씩 들고 그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 이곳 또한 그런 가게들 중에 하나이다.


벽면에 적힌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과 낡은 서랍장에 고이 모셔둔 몇 가지의 물품들은 이 가게가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알려주는 메뉴판 같았다.

가게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줄을 서야 했다. 가게가 있는 골목 끝에서도 이 가게에 몰려 있는 사람들 볼 수 있을 정도가 되니 사람들로 가게 안이 꽉 차있다고 보면 된다. 여기가 바로 "쿠바입니다."라고 말하듯이 가게들 들어가기 전부터 연주자의 음악이 들려온다. 쿠바는 웬만한 상황에선 대부분 직접 연주하는 사람들이 공연을 해주는 편이다.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유명한 호텔 로비에서도 들을 수 있고, 식당의 입구에서도 들린다. 심지어 골목의 한쪽 귀퉁이에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어딜 가나 전문가적인 연주 실력으로 라이브를 들려주고 있다. 듣고 있으면 흥이 절로 난다. 쿠바 사람 모두가 음악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먼저 온 사람들이 이미 흥에 취해 있다. 아니면 벌써 모히또를 몇 잔씩 마시고, 술이 올랐는지도 모른다.

음악이 심장과 다리를 움직여 오고, 우리와 함께 들어온 사람들의 탄성과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가게 안에서는 저마다의 언어로 자신의 흥겨움을 이야길 하고 있다.


우리의 익숙한 술집 풍경과는 다르다. 다들 크기가 다른 가방을 하나씩 메고 서 있다. 누가 봐도 여행자 같은 모습이다. 복장의 자유로움이 있다.


다만 술을 만들어주는 바텐더와 종업원은 그들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이들마저 자유로운 복장이었다면 누구에게 술을 달라고 할지 모를 정도로 시끌벅적하고,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


언제부터 술을 만들었을까? 한결같은 우리의 바텐더는 약간 기계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사명감 깊은 느낌의 술을 만들고 있다. 미리 넣어둔 허브 잎과 베이스 위에 럼 '아바나'를 부어 준다. 마치 유명 식당 종업원이 물을 따라주듯 머리 위까지 '아바나' 럼의 입구를 올린다.


흘리는 게 조금 보이긴 하지만 이것도 다 비즈니스 쇼에 하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었다. 사람들이 워낙 많이 들어와서 오래 있지는 못하고, 우리가 주문한 잔을 받아 들고 나와서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헤밍웨이가 좋아한 모히또 술집이라니 괜히 사진 몇 장 더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이 헤밍웨이가 진짜 즐겨 마셨던 모히또 집인가 하는 진위 논란이 있다고는 하지만, 원효대사의 해골물이라고 했던가, 내가 마신 모히또 중에서는 제일 맛있었다.

헤밍웨이는 다이끼리는 '엘 플로리다히타, 모히또는 '라 보데꾸이타' 하고 했다는데. 라 보데꾸이타 사장님이 죽기 전에 헤밍웨이가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고, 나름 고백을 했다는 이야길 들었다.


이야기가 어찌 되었든 럼이 아주 유명한 이곳에서 사람들 사이에 섞어 마시는 모히또 한잔은 분명 그 어느 순간보다 긴 여운을 남긴다.


"어때 다시 쿠바 가서 모히또 한잔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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