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euN 쓴 Mar 11. 2022

비냘레스에서 트리니다드로 가자

빵(음식) 빵빵!!(자동차)

오늘이 이곳 비냘레스에서 보내는 마지막 아침이다. 요 며칠 이곳에서 머무르면서 비냘레스의 근교도 돌아보고, 아침마다 가벼운 산책으로 숙소 주변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아마도 내가 알게 된 이야기들은 관광지를 소개하는 책에선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그곳에서의 시간들을 잊을 수 없기 때문에 기록을 해둔다. 누군가 이곳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니까.


오늘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트리니다드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동을 앞두고 있는 날은 할 일이 많다. 아니, 할 일이라기보다는 해야 할 업무가 많다고 하는 편이 좋겠다. 우선 숙소 주인과 계약된 사이에서 해약된 사이로 바뀐다. 그동안 잘 머물렀으니 내야 할 숙소비 계산을 해야 한다. 관광산업이 주 수입원이라 숙소에서 받은 서비스 중 몇 가지는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아침은 포함이라 했지만 내가 먹고 싶어 하는 메뉴를 추가한다거나. 미포함된 저녁을 한 끼라도 부탁해서 먹는다면 모두 추가 금액으로 계산을 해야 한다. 그러니 어떤 건 요금이고, 어떤 것은 무료인지 잘 계산해야 하고, 실수 없이 지불해야 한다.

숙소를 해결했다고 하더라도 떠나는 날의 표를 구입하는 일이 난관이다. 전날에 표를 미리 사두어야 방을 뺄 수도 있고 다음 숙소도 예약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곳에서는 표를 사러 가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트리니다드로 가는 버스가 이틀에 한 번씩 뿐이라 이미 방을 뺀다고 이야길 하고 나온 우리는 집도 없고 이동수단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도 이곳만의 방법이 존재하니까 말이다. 우선 이곳에서 트리니다드로 가는 길은 아바나를 지나가기 때문에 거기까지 가서 트리니다드로 가는 방법이 있다. 두 번째로는 이곳에서 바로 트리니다드로 가는 버스가 있는데, 우리가 타고 들어왔던 시외버스가 아닌 대절 버스 같은 개념이라 보면 된다. 같은 곳으로 가는 사람들이 모여 버스를 빌리고 경비를 사람 수로 나누어 내는 방식인데, 이 방법도 기업화되어 있는 것 같았다.


시외버스 터미널 앞에 서 있던 많은 사람들이 내일 어디로 가는지 물어온다. 우리도 일단 내일 당장 잘 집이 없으니 차선책으로 대절 버스를 이용해 그곳까지 가는 방법을 택했다.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건 차가 오래되었고, 언제 고장 나도 모를 정도의 상태인 만큼 개인이 운영하는 버스를 타고 먼 길을 가게 된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심과 호기심이 동시에 만족이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호기심이 불안감이 이겼으니, 영어를 할 수 있는 직원에게 우리 숙소 주소를 이야기해두고 선금을 내고 영수증을 받아 나오면 끝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내일 아침 집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급하게 다녔더니 허기진 느낌이 있다. 바로 보이는 길가에 샌드위치를 팔고 있는 두 청년에게 다가갔다. 빵을 주문하니 속에 치즈와 얇은 햄만 들어있는 빵을 내밀었다.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닐 정도로 배가 고파서 잘 사 먹지 않았던 탄산음료 하나까지도 추가를 해서 먹었다.  


목도 말랐지만. 빵 사이 넉넉하지 못한 속 재료가 목을 더 막히게 할 예정이니 더-더욱 필요했다. 퍽퍽한 빵을 먹고 돌아서 골목을 지나 숙소가 있는 길로 들어가니 커피를 팔고 있는 카페가 보였다. 이곳은 커피가 원산지이니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저렴하다. 쿠바의 매력을 하나 더 추가하자면 꼭 저렴한 커피도 넣어야겠다.


우리 자판기 커피나 맥심 커피믹스처럼 언제 먹어도 같은 맛이 아니라, 가게마다 맛은 조금씩 달랐다. 기계로 추출해서 물을 넣어주는 아메리카노가 아니다 보니, 주전자에서 끓여내는 방식과 다양한 원두를 사용하는 이곳은 같은 맛의 커피가 없다. 거기에 심지어 커피를 넣은 양이 달라 매일 맛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도 한잔을 먹으면 단맛과 쓴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커피는 다시 움직이는 활동 에너지를 넣어준다.  

그렇게 한 입 털어 넣고 난 빈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숙소를 향해 나섰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걸어 다니다 보니 그동안 몇 번이나 지난 거리라도 새롭게 보이는 모습들에 몇 번이나 걸음을 멈췄다. 특히 매일 숙소로 들어가는 길 입구에 인도 위의 색이 바랜 부조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듯, 낯선 조각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빵집에 들러 아침에 먹을 조식을 준비해 나왔다. 이곳에 온 첫날 슈퍼에서 산 가루우유에 먹을 생각을 하니 조금 마른 빵이라도 맛있게 보이면 집어 들었다. 역시나 아침에 빵을 열어보니 조금 퍽퍽한 느낌이다. 쿠바에서 먹은 빵들 모두 우리가 좋아하는 '파리의 빵집'이나 '인사하는 빵집'에서 파는 달달하고 촉촉한 맛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아주 맛있는 우유 가루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 과한 정보이긴 하지만, 매일매일 운동 갔다 온 직후 씻기 전에 한 잔씩 마셨더니 반가운 화장실 소식을 만날 수 있었으니 우유는 배신하지 않았다.

가루를 한가득 넣어 만든 시원한 우유 한 잔과 빵 몇 가지를 꺼내와서 먹고 나니 밖에서 들려오는 힘겹게 만들어 내는 배기음에 준비한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가방을 버스에 올리는 동안 설거지를 하고 나와 주인아주머니께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역시나 언제 만들어졌을지 모를 연식에 버스. 이게 달리는 게 신기할 정도다. 차는 곳곳에 녹이 슬어 있어 발로 툭 차 버리면 뚫어질 것 같은 자동차 겉모습이다. 우리를 태운 차는 다음 목적지를 향했는데, 차의 조수석에 탄 직원이 종이에 적힌 주소에 따라 한 집 씩 방문하고 손님을 태운다.


우리가 거의 처음에 탄 편이라 비냘레스의 곳곳을 드라이브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집을 방문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서 얼마 지나지 않아 손님이 꽉 차고, 우린 고속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별일 없는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