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점심엔 유난히 뜨거운 태양이 떠 있었다. 아침을 먹고 옥상으로 나가는 발코니에 앉아 있으니 세상 편안하다. 이런 여유가 그리워 이곳으로 오게 된 것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변변한 볼거리도 없고 즐길거리도 없는 이곳에서의 유일한 낙은 밥 먹고 즐기는 낮잠시간과 해가 질 무렵 걷는 산책시간이 제일 좋은 시간이었다.
가끔은 바다를 보러 가는 것도 좋고 고양이와 함께 노는 시간도 좋은 시간이 되었지만, 밖으로 나가서 얼굴에 닿는 시원한 바람이 더 좋다. 아니 그냥 밖이 더 좋다.
해가 꼭대기를 넘어 어깨 쪽을 지나 내려오면 내가 출몰하는 시간이 된다. 주된 출몰지역은 근처 카페이다. 늦은 점심과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어슬렁 나왔다. 때마침 해는 넘어가는 중이고, 그때를 맞춰 바람이 불어오니 더할 나위 없는 하루의 시작이다.
웬일인지 늘 열려 있던 카페의 안쪽은 불이 켜지지 않은 어두운 상태였고,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하는 수 없이 메인 거리를 돌아 나와 군것질 거리를 찾아 나섰다.
바라 꼬아의 골목은 늘 한산한 편이다. 골목에는 사람이 별로 없고 다니는 차들도 없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이라 밖에는 아이들조차 없다.
한산한 골목엔 지난번 먹었던 소시지가 들어간 샌드위치 집이 하나 있다. 별로 들어간 거 없이 소스 맛으로 먹을 수 있는 하나의 빵조각이지만 이곳에선 귀한 점심이 된다.
하나만 먹기엔 아쉽지만 맥주 하나 음료로 주문하면 나름 든든한 점심이 된다. 거친 빵 사이에 느낌은 소시지가 분명한데 햄이라고 말하는 가게에서 나의 점심을 해결한다. 한 끼 이렇게 해결하고 나서 발걸음을 돌려 도착하는 날부터 가보고 싶었던 작은 언덕에 입구로 향했다.
마을 중심에 언덕 하나가 솟아 있는데, 그렇게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다. 언덕을 오르기 위해 소시지빵을 입에 욱여넣고, 바로 언덕의 입구로 간다.
언덕 입구는 높은 계단이 자리 잡고 있다. 입구에 서서 올려다보는 것만 해도 올라가기 싫은 높이의 계단이지만 하나하나 계단을 오르는 재미가 있다. 어느새 주변을 보면 잔디와 풀숲이 생겨나고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온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는 하루는 시간이 쏜살 같이 지나가 버린다. 무엇인가 하는 거 없이 하루가 지나는 날에는 괜히 여행을 와서 게을러도 되는 건가 싶어서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이기도 한다.
오늘은 다행히 산책의 거리는 짧지 않다. 카페를 허탕 치고 돌고 돌아 골목까지 돌아서 오면 입구가 나오니 충분히 걸었다고 할 수 있다.
계단만 오르면 언덕은 다 올랐다. 크지 않은 도시라 한눈에 들어오는 낮은 정상의 잔디밭 끝에 서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으니 바라꼬아에 여행이 조금 더 깊어진 느낌이다.
이제 남은 여행이 절반이 되었다. 전체 여행의 마지막 나라이기도하다. 벌써 여기까지 왔나 싶기도 하고, 이제 남은 여행의 마지막 나라의 쿠바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조금 아쉽기도 한 곳이다.
여시나 여행은 늘 아쉽기도 하고, 조금 모자라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그렇게 많은 나라를 다니고 사람들을 만났지만 헤어지긴 익숙하지 않고, 떠나기가 쉽지 않다.
이제 여기서 머무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또 한 번 헤어짐과 떠남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서 여행이 더 흥미로운 것 일지도 모르겠다.
다음 편이 언제 나올지 모를 영화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다음 여행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