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엔 가족과 함께 다 같이
다합에서 하루에 하는 일은 단순했다. 일어나면 가벼운 아침을 먹고 스쿠버를 하기 위해서 다이빙 샵으로 가면 미리 준비된 사람들끼리 버디(스쿠버 친구)를 만들고 다이빙 포인트를 정한다. 그렇게 정해진 포인트로 이동하면 하루에 2-3개의 공기통을 다 쓰고 돌아온다.
매일 바뀌는 버디에 거의 다합에 있는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한 번 나가면 점심을 같이 먹기도 하고, 물에 들어가면 같이 다이빙을 하기 때문에 아주 쉽게 친해진다. 며칠 다이빙하고, 이어서 바로 프리 다이빙도 했다. 곧 그 수업도 다 끝이 났다.
이집트에 들어온 때는 한국 계절로 보면 한 여름이었다. 같은 북위도에 있는 나라여서 그런지 아니면 아프리카에 속하는 나라라서 그런 건지 더운 날씨였다. 하지만 여기도 계절이 있었던 건지 얼마가 지나자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쌀쌀하기도 했고, 아침저녁으로는 춥다는 느낌도 들었을 무렵이었다.
바람에서 가을 운동회의 냄새가 실려 다니는 듯한 계절이 되었다. 한국 날짜로 추석이 다가오는 그즈음이었다. 스쿠버 다이빙과 프리 다이빙을 마치고 나니 이곳에서 나와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과 많이 친해졌다. 여행지에서 처음 만나 친해진 사람들과 가볍게 맥주를 마실 때였다.
"여기에선 물에 안 들어가면 딱히 할 일이 없다. 그렇죠?
그 한마디의 말 때문에 나는 '다합 운동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물에서 하는 거 말고 하루쯤 즐겁게 놀 수 있는 날을 만들어 보자는 게 생각이었다.
운동회라고 해서 별거 없이 다 같이 모여 공도 차고, 게임도 하면서 온전히 하루를 즐기면서 보내고자 했다. 학교에서 운동회를 할 때면 짜인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즐기기만 하면 되는데, 처지가 달라졌다. 포부는 간단하게 공도 차며, 즐거운 게임들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사람을 모은다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그래서 제일 먼저 같이 체육대회를 즐길 수 있을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조장으로 활동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분위기를 이끌어 줄 친구들을 모집했다. 그리고 나선 조장과 같이 할 조원들을 모집했고, 적지만 참가비도 받았다. 생각보다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기꺼이 참여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었고, 외국에서 체육대회를 해본다는 생각이 신기해서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게 50명의 인원에 5명의 조장과 진행팀 5명이 함께 했다. 그리고 늦게 합류한 10명의 인원이 더 해지면서 60여 명 정도의 인원이 한 곳에 모여 체육대회를 시작했다. 장소는 다합의 풋살장. 원래는 풋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끔 빌려서 사용하는 곳이었는데, 우리가 4시간을 통으로 다 빌려버렸다.
게임은 간단하게 준비했다. 일단 O, X 퀴즈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조원들 간의 단합심을 높였다. 거기에 '커플 게임', '맥주 빨리 마시기', '물 빨리 마시기' 같이 대학교에서 해본 적 있는 게임도 있었고, '축구'와 '짝 피구'. '단체 줄넘기', '스피드 게임' 같은 단합심을 요구하는 종목들도 넣어서 진행했다. 전체 진행은 내가 했지만, 나보다 조장들이 더 바빴고, 진행하는 친구들이 더 힘들었다.
우리가 계획하고 우리가 즐기는 운동회는 시간이 갈수록 친밀해진 조원들 덕분에 더욱 재미를 더 했다. 처음엔 서먹했던 조원들이 나중에는 친해졌고, 심지어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번호도 교환하면서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는 후기도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짝을 맞춰서 하는 게임이 단순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것도 있었지만, 모여서 웃고 떠들기에는 충분했다.
겨우 100파운드의 회비를 내고 참가를 했지만 그 이상의 즐거움을 위해 열심히 준비를 했었다. 적은 돈이지만 물가가 생각보다 저렴한 나라인 이집트에선 준비할 수 있는 게 많이 있었다. 운동 중에 마실 물, 맥주, 전기구이 통닭(이집트 식 음식) 그리고 운동회 소품(스케치북, 줄넘기 줄, 유성 팬, 피구 공, 그리고 가장 중요한 호루라기) 들까지 구입을 할 수 있었다.
체육대회는 생각보다 성공적이었다.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큰 이슈가 되어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었다. 조장들과는 준비를 하는 동안 많이 친해지기도 했고, 처음 본 사람들과도 친하게 되었다. 그거면 됐다. 사람들이 많이 남았고, 우리가 즐거웠으니 그만하면 된 것 같다. 그렇게 인생의 한 페이지를 꽉 채운 일을 만들었다.
+아주 좋은 동생을 얻었다. 내가 힘들면 같이 속상해주고, 내가 어려울 때 위로와 격려를 아낌없이 해주는 이들이 있어 든든하다. 좋은 동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