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의 묘.
힘든 열차 여정이었다. 괜히 열차를 타자고 했나 싶을 정도로 긴 여행길이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한참이나 늦은 시간에 도착함은 물론이고 하루를 통으로 기찻길 위에서 보내면서 일정이 틀어지게 되었다. 우리는 쿠바에서의 일정이 정해진 여행자였다. 쿠바는 30일간의 여행을 허락했고, 그래서 우리는 비자비를 내고 입국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바나에 도착을 하게 되면 출입국 관리사무실에서 다시 연장 신청을 하면 되는 일이긴 하지만 입국하면서 출국할 비행기를 예약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일정을 변경하는 일은 인터넷이 느린 이곳에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어렵게 도착한 산타클라라는 아침이 되어 있었다. 그나마 위로를 삼는 일이라면 아침이라 방을 구하긴 쉽다는 것이다. 우리 열차가 생각지도 못한 시간에 도착을 해서 그런지 호객을 하는 사람들이 나와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지도와 인터넷에 나와 있는 숙소 정보를 가지고 주변에 있는 곳부터 숙소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어젯밤, 기차에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 탓에 평소에 잘 들고 다니던 가방은 그 무게가 몇 배가 되는 것처럼 무거웠고, 씻지 못해서 냄새까지 나는 상황이었다.
처음으로 들어간 숙소는 이층에 있는 곳이었다. 직원 분이 문을 열어 줘서 올라간 숙소는 전망도 좋고, 시설도 고급이었지만 오늘 체크 아웃하는 손님이 없어 빈 방이 없다고 했다. 직원분은 영어를 못하는 분이라 실수가 있었다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이곳에서 머물고 싶었는지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우리를 잡아 놓고, 주인은 커피를 한잔씩 내어주었다, 아침에 마시는 쿠바 커피, 심지어 길에 열려있는 저렴한 쿠바식 카페가 아닌, 집에서 마시는 쿠바의 커피맛은 같은 원두를 쓰는 건지 아닌지 모르지만 맛이 달랐다.
좋은 기분으로 마시는 쿠바 커피는 향과 맛이 달랐다. 설탕을 넣어서 주는 쿠바식 커피긴 하지만 그 맛은 일품이었다. 그렇게 숙소에 머무르지도 않지만 내어주시는 '웰컴 티'를 마시고 있으니 주인분이 자신의 사촌이 운영하는 숙소가 있는데,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며, 지금 비어 있기 때문에 바로 체크인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친절한 소개를 해주신 분의 성의를 받아 일단 그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명함을 받아 들고 나와 밖으로 나온 우리는 쉽게 다음 숙소로 갔다.
우리가 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던 새로운 숙소의 주인은 문을 열어 둔 채로 숙소 청소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방을 한번 '슥'하고 훑어보고 나서는 얼리 체크인을 했다. 바로 가방을 풀고 나와서 하루가 짧아진 산타클라라의 여행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간 곳이 쿠바에 독립 전투에서 가장 치열했다고 하며,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곳
바로 산타클라라의 열차 탈취 사건 현장이었다.
1958년 12월, 체 게바라는 불도저를 이용해서 열차를 끊어 버리고, 정부군이 타고 있던 열차를 공격했다. 300여 명의 정부군은 체 게바라의 게릴라성 습격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되면서 이곳의 전투가 독립군의 승리하게 되었다.
실제 불도저는 아니지만 전투 당시 사용했던 같은 모델을 전시해 두었다. 또한 열차의 몇 량을 그대로 옮겨둔 것 같은 컨테이너 벽에 총알 흔적이 그대로 보인다. 컨테이너는 선로 위에 올려져 있고, 안쪽에는 게릴라 군이 사용한 총기와, 의복 그리고 군대에서 쓰는 물품을 전시해 두어 박물관처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조각가 호세 델라 라의 작품으로 5가지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공원 전체는 그때 상황을 묘사해 두었고 사람들은 이것을 보기 위에 즐거움이라곤 없는, 아주 심심한 도시인 산타클라라를 방문하고 있다.
쿠바를 여행하는 내내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전투에 대한 자세한 역사적 내용을 다 알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곳을 방문하던지, 체 게바라의 이야기를 하는 때에는 전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책으로나 정보 북으로 알게 된 사실을 기억하고 밖을 나서면, 아무것도 아닌 공원이 쿠바를 대표하는 야외 박물관을 볼 수 있게 된다. 부족한 인터넷 인프라를 통해서 겨우 알게 된 몇 가지 정보를 짜 맞춰 내면 그럴싸한 이야기가 되어 보고 있는 장면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억에 남게 된다.
산타클라라의 귀한 역사적 유적은 여기뿐만 아니다.
체 게바라의 묘라고 하는 곳도 있으니 다음 장소를 가기 전까지 또 검색하고 정보 북을 찾아보며 공부를 했다.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담아 놓고 우리가 가야 하는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여기처럼 또 많은 장면들이 머리속으로 들어오길 기대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