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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Dec 14. 2022

음악의 재능은 누가 주는 거야?

노래와 연기의 재능이란.

노래를 부르는 게 무서운 때가 있었다. 어린 시절 교회에서 노래는 잘하는 친구(여자)와 둘이서 노래 한곡을 같이 불러야 하는 순서를 맡았다. 우리는 6학년으로 나이도 같아서 같이 하는 것이지만, 사실 우리 말고는 같은 학년의 친구가 아무도 없었다. 반강제적으로 우리는 둘이서만 노래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빠져나갈 수도 없었고,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버린 것이다. 처음엔 철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주인공이 되는 순서가 있다는 사실만 뇌리에 박혔고, 다른 건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노래를 연습하기 위해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나는 그 자리를 뛰어 나가고 싶었다. 음악이라는 것을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던 나는 발성도 엉망이었고, 음정도 엉망이었다. 음표를 보고도 음을 낼 수 없던 나는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6학년이라면 초등학생들 중에서 제일 나이 많은 선배이다. 내가 속한 아동부에서는 내가 제일 대장이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피아노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읽을 수도 없고 소리 낼 수도 없는 신생아와 같았다.


피아노를 쳐주시던 선생님은 한음씩 찍어 눌러 주셨지만 나는 그 음을 낼 수 없었다. 마치 청룡열차를 타고 올라가듯 그 음을 쫓아 올라가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러다 그 음이 맞으면 다음 음을 들려주시는데, 나는 또 그 음을 낼 수 없어 다시 '아~아!' 하고 청룡 열차를 타며 음을 맞추기 바빴다. 그렇게 연습해서는 그 아이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 친구는 어린이 합창단 소속이며 아버지께는 음대 교수님이셨다. 시작부터 다른 선에 있는 아이 었다. 우리 둘은 피아노 옆에 같이 서 있었지만 그 친구는 내가 그렇게 연습할 동안 내 옆에서 서서 지켜보기만 하다가 그냥 가버렸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반주를 해주시는 선생님께 부탁을 드렸다. 연습을 시켜 달라고 했다. 생업이 있으신 선생님의 시간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피아노의 어떤 건반을 누르면 되는지 선생님께 물었다. 그걸 종이 메모했다. 시작하는 '도' 건반에 스티커를 붙이고, 거기를 1번으로 생각해서 숫자로 번호를 붙였다, 건반을 누르는 순서대로 종이에 옮겨 적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응원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매일 연습을 했다. 학원을 다니고 있지 않았던 나는 시간이 남들보다 많이 있었다. 아무도 없는 교회에 목사님께 말씀드리고 들어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음을 따라 낼 수 있게 1번부터 누르며 들리는 음과 내는 음을 똑같이 맞추는 연습을 했다. 몇 시간이고 그 자리에 그렇게 연습을 했다.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교회는 무서웠지만 노래를 못 불러 무대에 서서 사람들이 비웃을까 봐 더 무서웠다.


다음날에는 선생님이 적어준 순서대로 음을 내기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한 음을 내고 나면 다른 음을 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한 음을 내고 나면 다음 음을 내는 게 가장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많았다. 하나하나 똑같이 들릴 때까지 연습을 했다. 연습을 하고 있으면 늦게라도 반주 선생님이 오셨고, 연습 한 곳까지 확인받으며 점검까지 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다. 제대로 연습을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친구와 함께 하면서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게 전부였다.


드라마 같은 반전을 기대했겠지만, 역시 그 일주일 가지고는 턱 없이 모자라는 결과였다. 너무 떨어서 어떻게 노래를 했는지 지금도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그때 나는 음악을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였다는 사실과 지금은 악보를 보고 노래를 부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사실 정도만 드라마 같은 변화라 할 수 있겠다. 그 드라마가 대하드라마처럼 장편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게 떨었고, 음도 다 틀렸지만 앉아 계신 분은 전혀 웃지 않으셨다. 모두 응원을 했고, 나는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중학교를 올라가면서 그 친구와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만 남는다. 나는 그 이후로 음악에 노력이라는 것을 했다. 음악을 어느 정도 하려면 악보를 볼 수 있는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런 지식은 배워야 했다. 초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은 이미 잊었는지 배울 때마다 새로웠고, 놀라웠다. 실력은 일취월장하게 오르지 않았다. 다만 서서히 내가 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고 있었다.


지금도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무대에 올라 노래를 하게 되는 날이 있다면 그날에 내가 마이크를 잡을 수 있게 말이다. 많은 노래를 부르고 연습하다 보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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