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한국에 간다. 방문 기간 중 오롯이 내 시간으로 쓸 수 있는 날은 일주일 남짓이다. 누군가는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보려 애쓰겠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원래 여러 도시를 넘나들기보다 한두 곳에 머무는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어쩌면 여행이라기보다 다른 장소에서 살아보기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이런 성향 탓일까. 작년에 서울에 머물렀던 일주일 동안, 나는 관광 대신 일을 택했다. 필요한 물건을 사고 맛집 두어 곳을 들른 것을 제외하면, 많은 시간을 노트북 앞에서 보냈다. 모처럼 한국에 왔는데 아쉽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놀랍게도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깊은 충족감을 느꼈다.
그 중심에는 한 코워킹 스페이스에서의 경험이 있다. 긴 데스크가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군더더기 없이 감각적인 곳이었다. 적당한 소음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무심한 듯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나 역시 빠듯한 프로젝트 일정에 쫓기고 있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집중이 잘 되었다. 네 시간 동안 화장실 한 번 다녀온 것 외에는 휴대폰조차 들여다보지 않았다. 나처럼 자기 일에 깊이 빠져든 사람들 틈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최고의 몰입 환경을 만들어준 것 같았다.
그때 느꼈던 충족감은 단순히 새로운 환경이 주는 신선함이나 높은 집중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국 맨해튼 같은 일부 도시를 제외하면, 차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곳에서 오래 살다 보니 잊고 있던 감각이 되살아난 느낌이었다. 내가 사는 뉴저지의 동네는 걷기에 좋아 강아지와 산책하며 오디오북을 듣는 즐거움이 있지만,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만족감이었다. 그것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활기 속에서 다른 전문가들과 보이지 않는 연대감을 느끼며 함께 일하고 있다는 감각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을까.
언젠가 짧은 다큐멘터리에서 본 내용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자동차로 마트와 식당을 오가는 교외 생활보다 걸어서 일상을 누리고 이웃과 가볍게 인사하는 마을에 살 때 더 큰 행복과 소속감을 느낀다고 했다. 어쩌면 나의 워케이션은 그런 일상적인 공동체 감각을 일하는 공간에서 찾으려는 시도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어디서, 어떻게 일하는지가 나의 만족도와 결과물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다 보면, 결국 내가 추구하는 프로세스 설계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최적의 환경과 흐름을 만들어 효율과 만족을 동시에 높이는 것. 그것이 내가 시스템을 설계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번 일주일간의 서울 방문 역시, 작년의 그 충족감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나에게 맞는 최적의 일하는 환경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는 하나의 즐거운 실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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