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리서치 워크플로우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블로그 초안 자동화 지침 역시 매우 상세하고 체계적으로 설계했다. 나는 이 정교한 프롬프트만 있다면 AI가 내 생각을 그대로 담아낸 훌륭한 초안을 만들어줄 것이라 자신했다.
그렇게 아이디어 DB에 마케팅 성공기와 인터뷰 수기의 상태를 'Draft Request'로 변경하자 시스템이 초안을 생성했다. 하지만 결과물을 확인한 순간,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을 만든 후 테스트 했을 때와는 많이 다른 결과물이었다.
마케팅 성공기 초안에는 내가 크몽과 링크드인을 통해 얻었던 구체적인 성공사례들이 온데간데없고, 밋밋하고 평범한 AI 마케팅 가이드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더 심각했던 것은 인터뷰 수기였다. 분명 내가 서면 인터뷰를 받은 경험을 기록했는데, AI는 내가 가상의 인물을 인터뷰한 소설을 창작해 냈다. 이것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내 스토리의 본질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였다.
처음 내가 내린 진단은 'Garbage In, Garbage Out', 즉 GIGO였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이 원칙은 20년도 더 전 MIS 대학원 시절 귀가 따갑도록 듣던 격언이었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히 통용되는 것을 보면 불변의 법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내가 아무리 지침을 잘 만들어도 애초에 아이디어 요약 자체가 부실하면 AI는 엉뚱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료가 문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디어 요약 지침을 저널리스트처럼 강화하여 생생한 재료를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이 진단만으로는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았다. 나는 정교한 지침과 생생한 재료라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음에도 여전히 AI는 나의 의도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고, 이는 나에게 더 근본적이고 복잡한 질문을 던졌다.
GIGO가 유일한 원칙이 아니었다. 재료가 훌륭하고 지침이 정교한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다면, 문제는 둘 중 하나였다. 내가 아무리 정교하게 프롬프트를 짜도 AI가 이 수준의 생생함을 구현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이 작업을 수행하는 AI 모델 자체의 한계인가?
실제로 나는 제미나이가 구조화에는 능하지만, 때때로 결과물이 밋밋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창의적인 글쓰기에는 약한 모델일 수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AI 엔진 자체를 클로드로 교체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변수가 있었다. 주 2회 발행 마감은 다가오는데 번역 프로젝트와 한국 방문 일정으로 클로드 교체 실험을 할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았다.
궁여지책으로 나는 힘들여 만든 자동화 시스템을 잠시 멈췄다. 그리고 다음 글의 초안을 위해 자동화 없이 제미나이와 직접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자동화 결과물과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 차이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았지만, 이 경험이 내게 중요한 실마리를 줄 것 같았다.
결국 나는 하나의 딜레마를 해결하려다 더 크고 흥미로운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다. 엉터리 초안의 문제는 과연 AI 모델을 교체하면 해결될까? 아니면, 애초에 AI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완전 자동화라는 접근 방식 자체가 내가 원하는 풍성한 결과물을 얻는 데는 비효율적인 방식일까? 공교롭게도, 일정에 쫓겨 이 자동화 시스템을 잠시 멈추고 AI와 직접 질문을 주고받으며 초안을 다듬어보니, 오히려 그 어떤 자동화 결과물보다 더 풍성한 통찰을 얻게 되었다. 이 아이러니한 경험은 완전 자동화라는 나의 목표 자체에 대해 다시 한번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어쩌면 AI와의 진정한 협업은 자동화가 아닌, 어떻게 상호작용하느냐에 그 답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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