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를 향한 매거진<언유주얼 7호> 김준경 글
더워터멜론이 4호부터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언유주얼은 밀레니얼 세대의 눈과 마음을 만족시키는 단 하나의 매거진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들이 우리의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한 매거진인데요. 이번호의 키워드는 '나이'입니다. 더워터멜론의 아보카도를 총괄하고 있는 수박의 A가 필진으로 참여하면서 브랜드들은 어떻게 오랜 시간동안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가설을 하나 세워 보자. 브랜드의 연식과 그 브랜드를 애용하는 고객의 나이는 비슷하다. 만약 이 가설이 맞다면, 1908년 2월에 탄생해 올해로 112살이 된 컨버스 converse를 신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최고령으로 인정받은 일본의 와타나베 지테쓰 할아버지와 엇비슷한 동년배 어르신들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컨버스는 트렌드를 리드하는 브랜드로 100년 넘게 1020젊은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1960년에 설립되어 60년 동안 흰색 몸통에 검은색 머리 스타일로 ‘국민 볼펜’이라는 명성을 얻은 모나미는 어떤가. 하루 20만 개를 생산한다는 이 볼펜은, 나의 친구라는 뜻을 가진 브랜드 네임에 걸맞게 60대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가 사용중이다.
올해로 8살,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불닭볶음면은 정반대다. 10대부터 4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이 30년 만에 새 공장을 짓게 만든 효자 상품이 됐다. 각종 ‘맘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면 ‘딸램(딸내미)’이 좋아해서 같이 먹어 봤는데 팬이 되었다는 이야기와 불닭볶음면을 활용한 요리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쯤 되면 앞서 세운 가설이 틀렸다는 점은 누구나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브랜드들이 브랜드 나이와 상관없이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소비자의 나이가 아닌
관심사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브랜드들은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느 연령대에 속한 고객의 입에서도
계속 오르내리도록 만들었다.
컨버스는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컬래버레이션을 잘하는 브랜드로 손꼽힌다. 공략하는 타깃 소비자가 지금 현재 시점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반영한 시의적절한 상품을 출시하고,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구매로 이어지게 만든다. 라인프렌즈와 BTS가 함께 만든 캐릭터 ‘BT21’를 컨버스에 담고, 컨버스 키즈에는 <겨울왕국2>의 엘사가 그려져 있다. 배트맨 8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제품은 DC로고와 배트맨의 시그니처 심벌이 그려진 박스마저 소장 가치를 불러일으켰고, 빠르게 품절됐다.
300원짜리 모나미 볼펜은 2013년 첫 리미티트 에디션을 선보이며 완판을 기록한 이후에 고가의 한정판 프리미엄 에디션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저렴’하고 ‘흔하다’는 브랜드 인식을 ‘갖고 싶고’, 다음이 더 ‘기대되는’ 브랜드로 바꿔 나간 것이다. 올해 1월에는 종이에 쓴 글을 그대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기기로 옮겨주는 ‘네오스마트펜 모나미 에디션’을 출시하며, 고객의 관심이 식을 새가 없는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불닭볶음면을 검색하면 17.9만개의 게시글이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은 개수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찾아보니 13분 전에도 신규 영상이 한 개 업로드되었다.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불닭볶음면을 먹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는 뜻이다. 불닭볶음면은 2012년 정식 출시 몇개월 전 소셜커머스를 통해 시범판매를 시작한 이후, 유명 크리에이터 영국남자의 ‘불닭볶음면 챌린지’를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TV에서 광고 한 번 본 적 없는 라면이 마니아층에만 머물지 않고, 전 세계를 휩쓸게 된 것은 철저하게 디지털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기획 단계부터 디지털 시대에 익숙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 나간 것이다.
고객의 나이와 브랜드 나이 사이에 연관성을 찾다 보니, 『디지털 시대와 노는 법』(우승우 이승윤 차상우, 북스톤, 2019)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과거의 브랜딩이 지속 가능한 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면, 새로운 시대의 브랜딩은 변해가는 환경에 적응 가능한 체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시대는 계속 변하고,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 등 동세대를 규정짓는 특징도 변화한다. 어느 시대에나 ‘적응가능한 브랜드’가 살아남을 뿐이다.
<출판사 서평>
언유주얼 7호의 키워드는 ‘나이’다.
누군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말할 때, 다른 한편에서는 ‘나잇값’을 들이대며 나이에 따라 해내야 하는 과업이나 취해야 하는 삶의 태도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개인의 의지대로 무언가를 이루기 어려운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해가 바뀔 때마다 더해지는 숫자 1의 무게가 버겁기만 하다.
우리가 나이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필요한 것은 몇 살이 되었든지 ‘그럴 수 있다’라는 포용력일 것이다. 우리가 무슨 일을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관없다. 삶에서 이룬 것이 적어도 괜찮다. 우리는 얼마든지 ‘그럴 나이’다.
이번 호는 '당신에게 나이란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흥미로운 설문조사로 시작합니다. 설문문항은 나이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다루고 있습니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정년기간은 늘어나고 100세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요즘, 서로가 나이에 상관없이 동등한 관계에서 대화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나이를 먹는 다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보다는 긍정적인 응답, 구체적인 응답이 많았습니다. 이처럼 '나이'라는 같은 주제로 다양한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 더 풍성한 내용은 <언유주얼 vol.7 그럴나이>에서 만나보세요! 다음 호에서도 수박 식구들의 브랜드 이야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