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고계에서 가장 핫한 이욱재 디자이너 만나보기
삼성 갤럭시부터 한소희가 등장하는 소주 광고까지 섭렵.
클라이언트가 콕 집어, “이 분이랑 작업해 주세요” 하며 부탁한다는 일화까지.
요즘 가장 핫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타이포그래피 전문 디자이너 이욱재(zezé)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타이포그래피 전문 디자이너
이욱재(zezé)
편집디자인, 웹디자인,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을 거쳐왔다.
현재는 한글의 아름다운 표현을 기반으로 즐거운 디자인 회사 StudioWWRY(스튜디오 위윌락유)의 대표 디자이너이자 작가로 활약 중이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꿈꾸는 화려한 포트폴리오와 최신 작업물로 꽉 들어찬 인스타 피드.
이욱재 디자이너는 수많은 작업물의 일부만 엄선해서 업로드하며 인스타 피드를 관리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정말 꿈만 같은 일이죠?
그런데요. 요즘이 이욱재 디자이너의 “맑음” 시기라면,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홀로 “흐림”의 나날들을 버텨냈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이욱재 디자이너의 인생 챕터 몇 장을 함께 펼치러 가보시죠.
맨 마지막에는 브런치 독자분들을 위한 <매력적인 타이포그래피를 완성하는 작업 Tip> 도 남겨둘게요.
*본 콘텐츠는 2023.04.01 (토) 아보카도 가드너 아카데미 일환으로 진행된 강연을 재가공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Chapter 01. 디자인을 그만두고, 다시 시작한 디자인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디자인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어요. 당시 기업 홍보물을 공장처럼 찍어내던 회사에 다녔는데 더 이상 못 견디겠더라고요.
호기롭게 회사를 관뒀어요. 그리고 저한테 일감을 주던 업체도 다 거절했어요. 타투이스트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거든요. 그런데 6개월 만에 또 관두게 됐어요. 회사 다닐 때보다도 못한 수당을 받아 힘들었는데 설상가상으로 타투샵 사장님과도 대판 싸웠지 뭐예요. (웃음)
백수가 되어 빈둥거리다, 타투이스트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한글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시작했어요. 이것도 모니터 화면에 레터링을 하는 일종의 타투라고 생각했거든요.
Chapter 02. 취향을 땔감 삼아 개인작업에 불을 지피다
유명하지 않은 디자이너의 인스타 피드에 관심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어요. 그런데도 당시 저는 외부 시선에 무척 민감한 사람이었어요. 단 한 사람이라도 내가 올린 작업물에 태클을 걸면 어쩌지?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들었죠. 더 나가서는, 누가 내 작업물을 카피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하면서 말도 안 되는 공상도 했어요. (웃음)
그러던 어느 날 제 마음 속에 전환점이 찾아왔어요. 이 몇 명 안 되는 관심을 역으로 이용해 보자는 거였죠. 흐트러지기 쉬운 환경에 놓인 프리랜서인 데다 유독 게으른 성향인 저에게는 적절한 긴장감이 절실했거든요.
외부의 시선이 방해물이 아니라 긴장감을 올려주는 도구라고 인식을 전환하자, 제 작업 디테일이 마법처럼 올라갔죠.
데이비드 보위와 랑만싸롱. 둘 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이에요.
특히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듀스의 김성재.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정규앨범 제목이자 타이틀곡 이름이었던 ‘말하자면’을 개인적으로 작업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이런 식으로 조금씩 제 취향을 담아 개인작업물을 늘려가기 시작했어요.
Chapter 03. 비우는 게 곧 영감
열심히 개인작업을 하고 있는데 슬럼프가 왔어요. 저만의 취향이라 부를 만한 것들도 작업물에 다 써먹고 나니, 어느 순간 영감이 바닥난 거죠. 잠깐 쉬면서 인스타 피드를 쓱쓱 올리는데, “어, 얘 나보다 못했던 앤데? 언제 이렇게 잘 나갔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열등감과 결핍의 감정이 솟구치는 걸 느꼈어요.
순간 깨달았죠. ‘아, 나는 여태까지 열등감, 결핍, 불안처럼 부정적인 감정들로 영감을 끌어내는 사람이었구나.’ 이젠 좀 달라져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내 안의 쓸데없는 번뇌와 욕심을 비워내기로요.
그러면서, ‘비우는 게 곧 영감이다’라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내가 밤새워 작업한 걸 누가 베끼면 어쩌지, 하는 마음도 내려놓았죠. 지금은 오히려 인스타에 작업물을 업로드하면서 저랑 비슷한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내가 누군가의 영감이 되는구나’ 하는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거든요.
Chapter 04. 전시를 준비하며 비로소 독립
디자이너는 전시를 하기 전과 후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돼요. 저는 예전에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남의 눈치를 참 많이 봤어요. 그러다 협동 전시, 개인 전시를 조금씩 해나가면서 점차 저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찾을 수 있었어요. 전시회에 대한 반응보다도,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스스로의 스타일에 대한 믿음이 생겼던 것 같아요.
20대 중후반부터 프리랜서 활동을 했는데 사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입사 전에는 제 성격이 유한 편이니까 사회생활을 잘할 줄 알았는데 막상 회사는 또 다른 세계더라고요. 특히 작업에 걸리는 시간이 남들보다 오래 걸려서 자존감이 서서히 낮아졌죠.
무작정 프리랜서로 전환했고, 30대 중반까지도 제가 어떤 스타일의 디자인을 가장 잘하는 사람인지 몰랐어요. 그런 고민을 스스로 충분히 하지도 못했고요. 비로소 전시를 준비하면서 알게 됐어요. ‘아, 나는 편집디자인에는 재능도 흥미도 없는 사람이었구나. 회사를 그만두고 타이포그래피를 시작하길 잘했다.’
엉겁결에 독립해 버린 제 자신의 선택을 그제서야 진정으로 믿어주게 됐죠.
Chapter 05. 외로움을 마주하면 지속가능한 쾌락이 옵니다
늙어서 손가락 들 힘이 없을 때까지 뭔가를 계속 생산해 내는 ‘할아버지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김정운 작가가 한 말이 인상 깊어요. 안정적인 심리학 교수직을 관두고 무작정 일본에 건너갔대요. 미대에 진학해 현재는 작가가 되셨는데, 누가 왜 그랬냐고 물어봐서 한 답이래요.
“사람은 숙명처럼 자기만의 외로움이 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그 외로움을 회피하는 데 쓴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 외로움과 친해져야 한다. 생산적인 활동을 끊임없이 했을 때 나만의 지속가능한 쾌락을 느낄 수 있다.”
저도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바닥을 찍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그 외로움과의 고군분투가 없었다면 지금도 주변에 누가 나보다 잘되면 욕하면서 지질하게 살고 있었을 것 같아요. (웃음)
Chapter 06. 즐거움이 길이다
정리를 하자면, ‘즐거움’ 즉, '내가 하고 싶은 것’ 이 저를 여기로 이끌었다고 생각해요.
고향이 부산인데요, 서울로 대학을 와서 학자금 대출 갚고 생활비 벌고 공부하느라 이십 대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어요. 마흔이 넘은 이제야 스무 살 같은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싶어요. (웃음)
지금도 확신해요. 60대가 되어서도 지금 마음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러니 여러분도 너무 조바심 내지 않기를 바라요. 지금이라도 나를 즐겁게 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도전해 보세요. 제 취미가 노래 부르고 작곡도 하고 그런 건데요. 본업인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만 종일 매달리는 게 아니라, 적당히 일하며 때론 베짱이처럼 노래 부르고 살아요. 취미생활이 온갖 고민과 잡념으로 꽉 채워져 버린 저를 다시 비우게 해 주거든요. 본업이 아닌 일을 할 때 영감 지수도 차오르는 느낌이에요. 회사에서 하루 종일 시달리던 시절엔 금전적으로 너무 궁핍했었는데, 백수가 되어 디자인을 하며 놀았더니 오히려 돈이 따라왔어요.
제가 개인작업과 훈련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는데, 결국은 ‘놀이’에요. 여러분도 ‘나에게 즐거운 놀이는 뭐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시고 그 답을 차근히 찾아가 보셨으면 합니다.
이욱재 디자이너의 인생 챕터 6장을 함께 읽어본 소감, 어떠신가요?
사실, 오늘 강연은 맑은 어느 오후, 성수동에서 생생한 현장 만남으로 이뤄졌답니다. 스토리에 미처 다 담지 못한 보석 같은 인사이트들이 반짝였던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강연이었는지 궁금증이 생기시지요?
스몰 브랜드를 키우는 BIG IDEA -
아보카도는 2018년부터 지금까지 1천여 개 이상의 스몰 브랜드와 만나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 과정에는 언제나 뛰어난 가드너(아보카도와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를 일컫는 말)분들이 함께였어요.
가드너 분들과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아보카도에서는 주기적으로 <가드너 아카데미>를 개최해 실무에 꼭 필요한 도움을 주실 연사를 섭외하고 강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드너 분들의 더 많은 BIG IDEA를 위해, BIG IDEA를 통한 스몰 브랜드의 성장을 위해. 더욱 풍부한 콘텐츠로 가득 채워진 제8회 아카데미로 돌아올게요.
다음번 가드너 아카데미에 참여하고 싶다면, 하단 안내 링크를 통해 가드너로 지원해 주세요.
아보카도는 스몰 브랜드를 가꿔나갈 역량 있는 가드너 님을 상시 모집하고 있습니다.
아보카도 가드너 아카데미 8회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안내 링크]
- 아보카도 가드너 지원하기 (링크)
- 아보카도 가드너 아카데미 1회 선배의 인터뷰 읽어보기 (링크)
- 아보카도와 함께 성장한 가드너 이야기 읽어보기 (링크)
- 디자이너 배움의 장, 가드너 아카데미 알아보기 (링크)
- 스몰 브랜드를 키우는 아보카도 알아보기 (링크)
- 아보카도 포트폴리오 구경하기 (링크)
TIP 01. 해외 브랜드를 한글 브랜드로 바꿔보는 훈련을 해보세요.
특히 영문 브랜드를 한글화해 보는 걸 추천해요. 저는 비틀스 영문 로고를 한글로 바꿔보거나, (개인적으로 자전거 덕후여서) 미국 자전거 브랜드인 TREK을 한글 ‘트렉’으로 바꿔보는 작업을 한 적도 있어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브랜드들은 대부분 한글 로고가 없거든요. 또, 영문을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받침이 추가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러면 형태가 깨지기 쉬워요. 즉, 받침이 추가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기존 영문 타이포그래피 특유의 뉘앙스를 얼마나 한글로 잘 살려내느냐 하는 게 관건이에요.
이걸 본인이 좋아하는 안 유명한 브랜드를 활용해서 연습해 보면 어느 순간 타이포그래피 실력이 확 늘어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저는 이 훈련법을 ‘한글로 프로젝트’라 명명했어요.
TIP 02. 나만의 줏대(기준)를 세워 두고 작업하세요.
개인작업처럼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환경일수록 오히려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줏대’라고 표현할게요.
사진처럼 먼저 네모 박스를 그려 틀을 잡아두고 그 안에 한 글자씩 넣어보는 거예요. 구조를 먼저 잡아서 틀을 한정 지으면, 오히려 그 안에서 더 자유롭게 놀 수 있어요.
'파도' 타이포그래피 작업도 박스를 그려 구조를 먼저 잡고 작업했어요. 어떤 글자를 먼저 작업하느냐도 일종의 전략이 필요한데요. '스쉐롭게' 작업을 예시로 든다면, ‘롭’처럼 복잡하거나, 특유의 뉘앙스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글자를 중심으로 먼저 작업에 들어가요.
'청소할 때 듣는 노래' 작업을 할 때는 ‘할’과 ‘듣’ 글자를 먼저 작업했어요. 어떤 글자를 먼저 선택해서 작업하는지에 따라 작업물의 퀄리티도 달라지니 신중하게 고민해 보세요.
TIP 03. 나만의 작업 환경을 만들어 보세요.
제가 가지고 있는 작업도구들을 모아놓은 사진이에요.
스케치할 때는 아이패드에서 프로크리에이트앱을 사용해요. 곡선을 그리는데 일러스트레이터 펜툴로 하면 잘 안되더라고요.
아이패드로 손맛을 더해 스케치를 자유롭게 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맥미니, 일러스트레이터 조합으로 넘어가요. 여기에 포토샵, 인디자인도 추가로 사용할 수 있고요.
그리고 저는 무척 게으른 사람이에요. 집에서 작업해도 충분하지만, 일부러 매달 월세를 내가면서 작업실을 두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일종의 채찍질인 셈인 거죠.
사람마다 자신에게 잘 맞는 작업 도구, 작업 방식, 작업 환경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걸 찾을 때까지 다양하게 시도해 보는 걸 추천해요. 일단 찾게 되면, 작업 효율이 놀랍게 좋아지거든요.
*해당 게시글에 사용된 이욱재 디자이너 작업물에 대한 무단 도용을 엄격히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