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원두막] 요즘 무슨 생각 하고 있냐고요?
안녕하세요. 수박의 디자이너 BH입니다. 오늘은 수박원두막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를 펼쳐볼까해요. 출퇴근길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창밖을 구경하기도 하지만 평소에 하지 못했던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해요. 이 생각들은 주로 "왜?"로 시작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시작은 좋았으나, 꼬리를 물려고 할 때 항상 목적지에 도착해버려 흐름이 끊겨버리고 말더라고요(핑계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제가 최근에 한 2가지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해볼게요.
질문1.
여러분은 몇 개의 에코백을 갖고 계신가요
저는 다 꺼내보니 혼자만 7개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는 직접 구매한 것, 또는 선물 받은 것을 제외하곤 절반 이상이 행사나 전시장에서 받은 증정품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꼭 에코백이 필요하기 때문에 받는 것도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소비자 입장에서 증정품이란 안 받으면 섭섭한 존재 아닐까요? 하지만 이렇게 계속 쌓이다 보니 제 일상 속에서 에코백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코백이 정말 Eco일까요?
당연히 에코백의 출발은 Eco, 환경 때문이었습니다!
1997년 영국의 디자이너 안야 힌드마치가 환경단체들과 함께 동물 가죽이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취지에서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가방을 내놓으면서 에코백의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되었는데요. 그 초기에 많은 연예인들이 나는 비닐봉지가 아닙니다(I’m not a plastic bag)이라고 적힌 에코백을 사용하며 이슈가 됐고, 이후 에코백은 전 세계적으로 큰 유행으로 번져나가며 지금처럼 우리 어깨에 메고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성공적인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결론은 합성 원단 사용, 과잉 생산하는 방향으로 변질돼서 본래 취지를 잃었다고 할 수 있어요. 에코백 개발 초기에는 천연 면과 같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소재를 사용했었지만, 이런 대중화가 있고 나서는 특히 수많은 브랜드들이 제작하다 보니 대부분 천연소재가 아닌 합성 원단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브랜드 행사 때 자주 받아봤기 때문에 여기서 피부로 직접 와 닿는 부분이 과잉 생산일 텐데요.
많은 브랜드에서 기념품으로 에코백을 찾는 이유가 무엇보다 낮은 단가와 프린팅 하기 쉬운 소재이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서는 환경을 보호하자는 나름의 좋은 취지를 덧붙여 퀄리티 있는 홍보용으로 반가울 수밖에 없죠.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홍보 문구가 들어간 에코백은 들기 꺼려지게 되고, 그만큼 안 쓰게 되는 에코백이 쌓이게 됩니다.
최근에는 브랜드 로고가 들어가더라도 예를 들어 비마이비 에코백처럼 좀 더 디자인틱하도록 신경 쓰는 모습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개발된 에코백은 실제로 131번을 사용해야 비닐봉지 1장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집에서 잠자고 있는 에코백이라도 다시 한번 보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질문2.
지금 듣던 그 노래도 3분 일걸요
이동시간에 빠질 수 없는 것, 바로 이어폰으로 듣는 노래죠! 가끔씩 3분의 러닝타임이 아쉬운 노래들이 있지 않나요? 그런 반면 처음 듣는 노래가 예상까지 되는 게 싫증 날 때도 있어요. 다들 약속이라도 한 걸 까요? 갑자기 대중가요 속 3분의 비밀이 궁금해졌습니다.
저랑 같은 생각을 하는 분이 많네요. 답변을 살짝 살펴보자면 '제 생각엔 아마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 3~4분이 아닐까 싶네요', '보통 곡이 5분을 넘으면 상당히 지루해집니다', '7분 넘게 좋은 노래 구간을 작곡하는게 어렵기 때문 아닐까요?', '노래는 짧을수록 따라부르기 쉽고 집중도 잘됩니다'라는 대답이 있어요. 아냐 이건 부족해. 조금 더 음악의 역사까지 내려가서 살펴볼게요.
노래가 3분인 이유. LP판 때문입니다.
1900년대 초, 지금처럼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테이프도 CD도 없던 당시에는 LP판이라는 존재가 음악계 주류 매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습니다. 음악이 처음 녹음될 때의 기술적인 문제인데요. 초기 나온 레코드판을 '78판'이라고 부립니다. 회전수가 78rpm, 판이 축음기 위에서 1분에 78번 돌았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입니다.
초기 10인치 레코드판의 한 면 길이가 3분, 12인치는 4분이었기 때문이에요. LP판의 녹음 기술은 3분에서 5분 정도가 한계였던거죠. 더 길게 녹음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했지만 음질 저하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는 쪽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방식이 더 대중화되는 데에는 라디오가 큰 영향을 줬는데요, 당시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던 매체 중 하나가(어쩌면 유일한 수단) 라디오였죠. 라디오에서 노래가 나오기 위해서도 레코드판에 녹음해야 했었기에 5분 이내의 노래만 전파를 탈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기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러닝타임이 제한됐다 해도, 기술이 미친 듯이 발전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왜 3분 법칙이 적용되고 있는 걸까요?
우리가 3분이라는 시간에 길들어졌기 때문입니다. 1950년대 이전에는 3분의 길이였지만 1960~80년대를 거치며 약 4분정도가 되었다고 해요. 가끔 5분 7분 20분이 넘는 곡들이 이벤트성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걸 보면 얼마나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시간에 대해 익숙해졌는지 생각하게 되요.
지금까지 요즘 제 잡다한 2가지 생각거리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일상에서 왜?를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까지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비록 속 시원한 대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가볍게 검색해보는 것 액션 자체도 전의식을 의식으로 전환하기에 충분할 것 같고, 일상에서 닿는 작은 물건을 보더라도 살짝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세요? 거기에 대한 대답은 찾으셨나요? 다음에도 저의 고민과 대답을 가지고 찾아와보겠습니다.
- 더워터멜론 BH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