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 Vacation] 네번째 글
※ 더웨이브컴퍼니는 서울을 떠나 강릉, 사무실에서 벗어난 해변, 그리고 로컬에서 일하고 활동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지역 그리고 일과 휴가, 워케이션에 관한 저희의 생각과 고민을 담은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연봉이나 비전, 커리어만큼 직업을 선택하고 일하는데 중요한 게 있을까요? 직장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동료와의 관계, 회사의 분위기를 언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봤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나네요. 왓챠에서 방송 중인 드라마 '좋좋소'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정사장 : "(에스프레소 원액을 건네며) 나는 우리 회사 복지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이렇게 다 신경 써주잖아. 그러니 회사 분위기도 좋고, 안 그래?"
직원들 : "…"
극 중에서 정승네트워크 대표인 정필돈 사장이 주인공 충범과 회사 직원들에게 하는 대사입니다. 커피 머신을 놔달라는 직원들의 요청에 에스프레소를 선물하는 장면이지요. 언뜻 보면 '대표가 사원들을 신경 쓰고 있구나'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드라마 속 정사장은 전형적인 꼰대 사장님으로 나옵니다. 에스프레소가 있으니 커피를 원없이 타 먹을 수 있을 거 같지만, 정작 야근 수당은 잘 챙겨주지 않는 게 작품에서 나오는 정사장의 단면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목적과 꿈을 가지고 입사합니다. 어떤 이는 자아실현이나 커리어에 대한 커다란 성취를 이루기 위해 일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출근을 하곤 합니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며 일에 몰두하려고 하지만, 사회생활, 회사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의 연속이기에 상호 간의 관계는 필수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내 일만 잘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모든 업무에 있어 소통과 협업이 필수적으로 포함돼 있습니다.
연봉을 많이 주고, 업무도 나에게 딱 맞더라도 사람 때문에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고의 복지는 탁월한 동료다'라는 말이 직장인들 사이에 회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누구나 학창 시절, 사회생활을 거치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에 따라 나의 모습을 바꿔갑니다. '나'라는 모습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캐릭터를 가지고 활동하는 셈이죠. 가끔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일적으로 만난 사이에서도 시간을 공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분도 쌓입니다. 많은 직장인이 '사람이 좋으면 일하기도 좋다'라는 말에 공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이들과 삐걱댄다면 회사 생활 자체가 쉽지 않은 건 당연한 이치죠. 동료는 단순히 친한 존재여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능력이 뛰어난, 소위 말하는 '탁월한' 사람이어야 할까요?
저희는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으로 '탁월한 동료'가 필요하다는데 모두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해 정의 내리는 것에 관해 고민했습니다. 저희는 탁월한 동료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능력과 상황을 공유하면서, 전문가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자'로 이해했습니다. 틀에 갇히거나 특정 관념, 생각에 얽매이게 되면 그대로 주저앉거나 기계적으로 일하기 쉽습니다. 반면 여기서 자유로워진다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하게 되죠.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두 창조적으로 고민하고 일한다면 더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1인 기업이 아닌 이상 회사에서 우리들은 동료들과 함께 모여 협력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성원에 따라 그 회사가 지향하는 미션, 비전, 핵심가치가 달리 정해질 것이고 그에 따른 사내 문화도 정립되겠죠. 특히 MZ세대들은 회사와 구성원인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줄고 있습니다. 이를 대신해서 자아실현, 라이프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동료들의 구성과 사내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이를 맞춰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삶과 일을 함께 맞물려 돌아가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웨이브컴퍼니 최지백 대표는 회사를 창업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한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창업할 때 친구들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회사의 중요 프로젝트였던 '강릉살자'에서도 친구로 만난 이들이 동료로 바뀌는 경험이었죠. 개인적으로 친구가 동료로 바뀌는 건 그렇게 추천하는 편은 아닙니다.(하하) 친구는 보통 어떤 목적 없이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 대화나 친교를 이어가며 만나게 되니 이해관계와는 거리가 있죠. 반대로 동업이든, 채용이든 이해관계가 끼게 되면 곤란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협업은 제외하고요!"
그는 친구가 동료로 되는 것과 달리 동료는 좋은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을 이루고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가치관이라고 말했습니다. 회사가 아니더라도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은 어디에서 만나도 쉽게 친구가 되는 까닭이겠죠? 학교를 졸업하고 통상적으로 우리는 직업을 갖고 일을 하게 되니 일을 같이 하는 사람들, 동료가 친구가 되는 일이 당연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회사의 주인입니다."
회사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회사 대표가 자주 하는 말입니다.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니 소위 '주인의식'을 갖고 내 것처럼 회사와 업무를 이어가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 직원들이 주인일까요? 법적으로 회사의 주인,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는 사람들은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일 겁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앞서 말한 말을 믿는 직원은 거의 없을 겁니다. 직원들 역시 누가 주주인지, 어떤 사람이 대표이고 실세인지 다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 몰입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일을 내가 ‘대신’ 해준다고 한다면 대충 할 가능성이 큽니다. '주인의식'이라는 말에 거부감이 들더라도 계속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최 대표는 이에 관해 "책임만 많이 지워놓고 권한은 주지 않는 악덕 사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역할과 권한에 대해 명확하게 이양하고 회사가 성장하며 구성원들도 권한과 책임이 같이 성장해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대부분 회사에서 말하는 기업의 미션과 비전, 공유하는 가치를 구성원들이 이해할 때 온전히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가치를 공유하고 한 가지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모습이 보이면 유대감이 형성하게 됩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상태에서 가장 높은 유대감이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최근 여러 기업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ESG에서 Governance 기준이 될 수 있는 부분 역시 유대감과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상적인 동료로 '탁월한 동료', '신뢰할만한 동료'를 말했습니다. 완벽하게 탁월하고 100% 신뢰할만한 사람을 바라기보다 이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목표일 겁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회사에서 하나의 목표, 인정할 수 있는 미션과 비전을 공유하며 유대감을 쌓는 사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자유롭게 성장하는 동료, 타인에게 조언을 해줄 수는 있지만 험담하지 않는 사람,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며 능력을 키우는 동료,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되, 내 생각과 책임을 명확히 하며 타인과 협업할 수 있는 사람」
이상적이라고 생각되는 모습들을 정리했습니다. 이런 동료들로 회사가 구성되면 이상적인 회사가 될 수 있을까요? 물론 자발적이면서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이 함께 하면 역동적으로 회사가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조금 더 현실적인 모습은 위와 같은 목표를 세우고 가까워지는 동시에, 현재 업무와 비전을 공유하는 동료와 맞춰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