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 Vacation] 열네 번째
※ 더웨이브컴퍼니는 서울을 떠나 강릉, 사무실에서 벗어난 해변, 그리고 로컬에서 일하고 활동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지역 그리고 일과 휴가, 워케이션에 관한 저희의 생각과 고민을 담은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워케이션은 단어처럼 일(Work)과 휴가(Vacation)가 공존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워케이션을 받아들이는 입장마다 일과 휴가 중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는 워케이션과 가장 깊이 연관된 기업과 근로자에게서도 마찬가지죠.
다섯 번째 연재 글이었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복지, 회사에서는 어떨까?'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복지, 휴가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생각은 천차만별입니다. 워케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쉬기 위해서 가고, 어떤 사람은 조금 더 편하게 일하고 싶어 워케이션을 떠납니다. 영감을 얻거나 새로운 공간에 나를 노출시키면서 새로운 경험을 얻으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는 근로자나 기업 모두가 예측할 수 있는 동시에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만약 내가 회사에서 복지 제도로 워케이션을 도입하려고 알아보는 경우라면 그 고민은 더 깊어지죠. 더군다나 요즘 잘 나간다는 회사들은 하나같이 워케이션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들 때쯤 인사 담당자인 여러분의 머릿속에 스치는 말이 하나 있을 겁니다.
'워케이션을 하는 이유는 뭘까'
남들이 다 한다고 우리도 하는 게 아닌, 꼭 워케이션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워케이션의 '특별함 + 나만 갖고 싶은 느낌적인 느낌'
앞서 언급했듯이 많은 기업에서 워케이션을 하나의 복지제도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야놀자, 토스 등 여러 기업들이 워케이션을 하나의 제도로서 정착시키려고 하고 있죠.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기업, 근로자의 입장이 조금씩 다르지만, 워케이션이 확장되고 많은 사람이 워케이션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습니다.
가상 사무실과 온라인 오피스를 추구하는 오비스는 <다가오는 엔데믹, 기업 필수 복지 '워케이션'>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호텔스닷컴에서 진행한 설문 결과, 고용주의 70%는 "직원들이 워케이션을 떠나는 것을 장려한다"라고 응답했고, 86%는 "워케이션이 직원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응답했습니다. 또한 직원들도 마찬가지였죠. 집중력 및 업무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며 정신건강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보여줬습니다.」
이처럼 워케이션이 하나의 큰 흐름이 되었다는 이유 외에도 이를 회사에서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더 있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사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MZ세대와 기성세대 차이는 문화, 일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회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그에 대한 느낌에서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조금 더 특별하고, 독특한 무언가가, 회사에 있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내가 회사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일 이유가 될 수 있죠. 과거처럼 애사심을 강조하고, 잦은 술자리를 통해 형체도 없는 협동심을 만드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워케이션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이를 시행하고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희소성이 있는 것이죠. 나중에 많은 기업에서 워케이션을 실시하더라도 기업만의 특성과 특별한 장소로 워케이션을 떠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Hip'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많은 기업에서 워케이션을 하나의 복지 제도로서만 바라보는 면이 큽니다. 또 다른 형태의 휴가로 보거나, 원래 제공되던 연차를 나눠서 사용하게 하는 등의 방식과 인식이 이와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자칫 잘못하면 직원들의 만족도 저하와 반발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휴가와 워케이션은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내 마음대로 하루 종일 쉴 수 있는 휴가와 달리, 워케이션은 정해진 시간에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가서 일을 일대로 다 하는데 회사에서는 휴가로 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워케이션을 휴가로 활용하려는 기업이라면 여러 가지 워케이션 중 업무보다 휴식에 방점이 찍힌 프로그램을 골라야 할 것입니다. 참가자(직원)가 일을 회사에서 거의 다 마무리하고 나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경험과 휴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면 회사에서 바라는 '가벼운(Light) 휴가'가 될 수 있겠죠.
MZ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과 워케이션
최근 각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에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MZ세대 신입 사원들의 잇단 퇴사'를 꼽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에서는 '배가 불렀다', '고생을 안 해봐서 저런다'라는 단편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하지만, 그 어느 시기보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끊임없이 답을 만들어야 하는 MZ세대가 사무실을 떠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지난 5월 기준 통계청의 청년층의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은 1년 6개월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7월 취업 플랫폼 사람인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1년 이내 조기퇴사자'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9.2%가 'MZ세대의 조기 퇴사율이 높다'라고 답했다고 전합니다. 이에 기업에서는 '개인의 만족이 훨씬 중요한 세대라서', '이전 세대보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지만, 실제 퇴사를 하는 2030 세대들은 '더 좋은 회사로의 이직을 위해'가 20대 56.3%, 30대 55.7%로 나타났습니다. 지금 회사보다, 혹은 MZ세대가 생각하기에 더 좋은 기업을 다니고 싶다는 것이죠. 결국, 미래세대가 바라보는 좋은 기업으로 가는 길에 대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워케이션이 좋은 기업과 무슨 관련이 있냐고요? (참고 기사 : 아시아경제 2022년 7월 27일 기사)
지난여름 저희가 운영하는 일로오션에도 기업의 참여 사례가 있었습니다. 기업 A의 직원들은 일로오션을 통해 강릉과 워케이션을 즐기고 갔습니다. 지난달 19일 지디넷 코리아 김성현 기자의 일로오션 리뷰 기사에도 직원들, MZ세대가 워케이션을 왜 특별하게 여기는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A기업 직원들은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자율적인 근무가 익숙하다. 업무 시간엔 로비나 야외에서 자유롭게 일하고 이외 시간은 온전히 쉬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서울에서 2시간 소요되는 일을, (이곳에선) 빨리 마치고 놀고 싶단 생각에 1시간 만에 끝냈다. 예상외로 업무 효율이 높고 개개인 자율성이 보장돼, 애사심을 재고할 수도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지디넷 코리아 기사 내용 일부 인용).
50대와 60대가 중심이 되어 만든 많은 기업의 사내 문화들은 과거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효율적이고 높은 성과를 내는 구조였지만, 현시점에서 바라보면 맞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잦은 회식, 수직적인 분위기 속에서 창의적인 생각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라고 하는 이중적인 구조, 자율성과 거리가 있는 사무실 등등 여러 가지 요소에서 MZ세대들이 그동안 자라고 배웠던, 그리고 몸으로 겪었던 삶의 모습,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과 거리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회사 일을 잠시 멈추고 바깥으로 떠날 수 있는 휴가 역시 회사 분위기에 따라, 눈치 보여서 못 쓰는 경우도 종종 있죠.
또한 최근 몇 년간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팬데믹 사태가 이어졌고, 원격근무,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 강해졌습니다. 누가 맞고 틀리냐를 떠나서 사무실, 회사의 분위기가 조금 더 유연해져야 하고 일 역시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변화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사내 문화, 회사의 업무적 특성으로 인해 기존의 시스템을 크게 바꿀 수 없는 기업일수록, 워케이션은 직원들, MZ세대 사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스스로 업무의 양과 집중도를 정하며, 일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주는 건 그만큼 기업이 근로자 하나하나를 신경 쓴다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개별 근로자들에게는 자율성을 보장받는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실제 워케이션을 실시하는 기업들은 단순히 다른 곳에서 일하게 해주는 것을 넘어 휴가와는 다른 느낌의 보상을 제공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기업 문화나 일하는 방식을 글로벌 빅테크 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려 우수 인력을 확보하려는 '테크 올인 전략(Tech All-in)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업무 생산성의 향상과 사기 증진, MZ 세대 직원들과의 밀접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세금 환급 업무로 잘 알려진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워케이션을 실시하면서 ‘워케이션은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였다. 프로 운동선수가 비시즌(워케이션)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내년 시즌(5월)을 대비하듯이, 꼭 필요한 단계라고 인식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번아웃을 막기 위해 개인의 삶을 찬찬히 돌아볼 수 있도록 일단 쉬는 게 중요했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워케이션, 지속적인 업무를 위한 윤활유가 되길 바라며
어릴 적 수업 시간에 '10년 뒤 미래, 20년 뒤 미래'에 대해서 각자가 생각하는 바를 그리거나 적은 기억이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는 상상의 영역에 있던 것들이 과학 기술의 발전과 사람들의 인식 변화로 실제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매번 목격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모습 역시 계속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좀 더 유연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원하는 많은 분들에게 워케이션은 기대 이상으로 꽤 괜찮은 해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팬데믹, 기술의 발전 등으로 일하는 데 있어 공간의 영역이 옅어지고 있는 21세기에 워케이션은 받아들여야만 하는 큰 흐름이 되고 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