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 Vacation] 열세 번째
※ 더웨이브컴퍼니는 서울을 떠나 강릉, 사무실에서 벗어난 해변, 그리고 로컬에서 일하고 활동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지역 그리고 일과 휴가, 워케이션에 관한 저희의 생각과 고민을 담은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자율성, 적응력, 창의성을 갖춘 사람이 워케이션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가고 집중해서 일할 수 있다
'저희 회사에서 워케이션을 사내 복지 제도로서 활용하려고 하는데 어떤 점이 좋은지, 직원들에게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될지, 회사에는 어떻게 긍정적으로 피드백이 돌아올지 궁금합니다'
지난주에 우연히 직장인 플랫폼에서 본 글의 제목입니다. 해당 게시물을 올린 글쓴이는 자신을 인사담당 직원이며 차장급 인사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많은 이의 입에서 언급되고 있는 워케이션에 대해 앞선 글과 같이 질문을 했습니다.
글 아래로 달린 댓글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의견이 적혀 있었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사무실이 아닌 새로운 공간에서 일하는 경험이 무척 특별하게 느껴졌다'
'결국 일하는 건데 놀러 간 기분이 들어서 집중이 안됐다'
'사무실에서 얻기 힘든 영감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등등.
여러 댓글 가운데 눈에 띄는 댓글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워케이션을 갔을 때 만족도가 높은 편인가요?"
그동안 워케이션, 일과 휴식에 관한 일반론적인 이야기를 주로 했던 저희에게 자극을 주는 문장이었습니다. '워케이션, 일로오션을 오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판단의 근거를 드려야겠다'라는 점을 상기하는 말이었죠. 그간의 후기와 실제 참가자들이 직접 인터넷에 올린 리뷰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들었던 이야기들을 종합해 어떤 분들이 좀 더 만족도 높게 프로그램을 소화하는지 여부를 확인했고, 워케이션을 만족스럽게 느끼는 사람들,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떨어지는 분들의 특성을 정리해봤습니다.
회사의 업무라는 게 위에서 내려오면 처리해야 하거나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이 혼재된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는 성공을 위해, 다른 이는 돈을 벌기 위해, 커리어를 위해 일하고 있지만, 사람이기에 기계처럼 언제나 같은 에너지와 집중도로 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사무실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일만 해야 하는 환경에 의해서, 업무에 집중하도록 유도합니다.
하지만 '사무실을 벗어나는'이라는 단서 조건이 붙는 워케이션의 경우, 자율적으로, 주체적으로 일하는 방식이 중요하게 작동합니다. '오늘은 사무실에서 대강 시간 때우고 가야지'나 '어제 밀린 일 오늘 끝내야 하니 야근해서 어떻게든 끝내긴 해야 하는데'라는 방식으로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해 일을 한다면 스스로 지치거나 압박을 받는 외부 요소가 없어지기에 심적으로 풀어지기 쉽습니다.
실제 많은 워케이션에서는 파도살롱과 같은 코워킹스페이스, 호텔, 전문 숙박시설과 함께 마련된 오피스 데스크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하지만, 속된 말로 '나를 갈구는 상사'도 없고, 압박받는 사무실의 잿빛 페인트도 없죠. 스스로 완벽하게 일할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워케이션 기간에 일과 쉼을 어떻게 구분할지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이도 저도 안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평소에 누군가가 시켜서 일하는 사람보다 자율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집중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명확히 구분할 줄 아는 코워커들이 워케이션에 효율적으로 녹아드는 모습을 봤습니다.
지난 1월 일로오션에 참가했던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신나리님, 정인경님은 브런치 리뷰 콘텐츠를 통해 이렇게 적었습니다.
「의외로 무슨 일을 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다. 당연히 그 주에 예정되어 있던 미팅이나 루틴한 업무들이 있었지만, 워케이션에서 하면 더욱 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는 일을 가져가고 싶었다. (중략) 워케이션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워케이션에는 vacation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일을 마치고 나면 평소에 할 수 없던 휴식을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간 까닭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많은 일을 들고 갔나 보다. 조직 내 첫 번째 실험이었기 때문에 워케이션이 쉼이 아닌 일의 다른 형태임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100%의 업무를 가져갔다. 하지만 진정한 워케이션을 즐기기 위해서는 70%의 업무와 30%의 쉼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
워케이션은 말 그대로 일과 휴가가 함께 공존합니다. 모든 부분을 사무실에서 평소 일하던 방식과 일정, 양을 그대로 가져간다면 워케이션에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을 참가자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워케이션은 기존에 익숙한 공간인 집과 사무실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 코워커를 노출시켜서 일을 경험하는 방식입니다. 자연스럽게 낯선 공간에 자신을 내던져야 하죠. 물론 업무를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와 오피스 공간은 사무실에서 쓰던 여러 가지 물품과 시설을 거의 그대로 제공하고 있기에 '시설적인 면에서 부족함을 느껴서 일이 불편하다'라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다만 앞서 말한 항상 사무실에서 만났던 동료, 함께 일하는 사람들, 익숙한 환경이 아니기에 나름의 적응이 필요합니다.
'적응력?', 그렇다면 오지 탐험을 하는 베어그릴스나 코미디언 김병만 씨처럼 생존의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워케이션 가서 먹을 게 없어서 바다에 뛰어들 일도 없을 거고, 숙소가 없어서 집을 만들어야 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대신 새롭게 일해야 하는 워케이션의 업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나의 습관과 일하는 방식을 워케이션의 것과 조화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일로오션에 참여했던 네이키트 덴마크 공동대표이자 편집자인 안상욱 님은 워케이션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휴가지에서 일한다고 오해하지는 말자. 휴가 가서 업무 카톡 받고 호텔 로비에 랩톱 펴놓고 일하는 비자발적 원격 근무와 워케이션은 다르다. 워케이션은 업무를 정식으로 처리하는 와중에 휴가지의 이점도 누리는 업무 방식이다. (중략) 강릉은 휴가지로서 퍽 매력적인 도시였다. '영감을 받는다'는 명분(혹은 핑계)으로 5일 동안 일은 거의 안 하고 사실상 ‘베케이션’을 즐긴 나도 다 가보지도 못할 정도로 명품 카페와 맛집이 즐비했다. (중략) 파도살롱과 일로오션 숙소 로비 책장에는 이들이 큐레이션한 강릉·로컬 콘텐츠가 가득해 이 자료를 살펴보는 데만도 시간이 모자랐다 미리 점찍어 둔 책을 다 훑어보느라 하루는 새벽 2시가 지나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브런치에 워케이션 리뷰 콘텐츠를 작성한 모아나 마케터도 '일 뿐만 아니라 적절한 휴식도 필요하고, 평소 업무보다 80% 수준으로 업무를 줄여야 휴식도 함께할 수 있다. (중략) 업무 코어타임을 미리 공유하며 평소와는 다를 수 있는 업무 상황을 미리 (회사에) 공지하면 좋다'라고 말했습니다.
워케이션 프로그램마다 특성과 제공 서비스가 조금씩 다르기에 자신이 참여하는 워케이션의 세부 프로그램 시간과 업무의 균형을 맞추면서 하는 게 효율적인 워케이션 시간을 보내는 첫 단계가 될 것입니다.
워케이션을 오는 참가자 분들은 일을 포기할 수 없으면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을 조금 줄여서 하되, 다른 부분으로 평소 업무 루틴에서 빠진 부분을 채우려고 합니다. 이때 가장 많이 하고 싶어 하고 얻어가려는 부분이 리프레시(Refresh)와 영감, 그리고 인사이트(Insight)입니다.
식견을 얻고 새로운 감정과 휴식을 위해서 무언가를 부단히 하고, 알아보라는 뜻은 아닙니다. 워케이션에 포함된 워크아워(Work Hour)를 제외하고 쉬는 시간, 자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함께 워케이션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도시를 떠나 자연에 몸을 맡기면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커피를 들고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다른 이는 일하다가 솔숲 아래에 잠시 누워서, 어떤 사람은 대도시가 아닌 지역 중소도시에 머물면서 보이는 새로운 풍경에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낯선 것, 익숙하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경계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더 면밀하게 관찰하죠. 그 가운데 각자가 생각하는 바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 많은 참가자들이 일하다가 자연을 바라보며 쉴 때, 일이 생각보다 안 잡혀서 다른 참가자와 서로의 일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프로그램에 마련된 대화 시간에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들으면서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합니다.
소도시(So.dosi)의 김가은 대표는 일로오션에 참여하고 나서 창의성과 영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안온한 일상 속에서 뇌의 늘 쓰던 부분만 좁게 쓰고 있었다면, 쏟아지고 밀려들며 몰아치는 감각 자극이 잠자고 있던 나머지 부분을 깜짝 놀라게 흔들어 깨운 것 같았다. (중략) 쓸데없이 켜져 있던 잡념이란 프로그램이 모두 셧다운 되고 시스템이 리부팅되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작' 모드로 전환하는 나를 발견했다」
뉴스레터 '트렌드 어워드'를 운영하는 김기태 에디터는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이런 영감들을 받았다는 게 저도 신기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대화 프로그램, 큐레이션 된 매거진과 책들, 아기자기한 가게와 골목들을 통해서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었고 창의적인 계획을 세우게 됐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렇다고 자율성, 적응력, 창의성과 맞지 않는 사람들은 워케이션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냐라고 물으신다면, 아니라고 답하겠습니다. 워케이션이란 단순히 일과 휴식을 취하는 수단, 방식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만큼이나 수많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워케이션 프로그램들이 전국적으로 생겨나고 있죠, 현재 강원도에서도 일잘러들을 위한 네트워킹이 가능한 게스트하우스형 워케이션, 반려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일할 수 있는 펫케이션, 숲 속에서 조용히 힐링하며 캠핑과 일을 즐길 수 있는 캠케이션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진행, 준비 중에 있습니다.
저희가 운영하는 워케이션 프로그램 '일로오션'도 '쉴 수 없는 당신에게'라는 슬로건처럼 일을 더 중요시하는 분들에게 조금 더 편안한 업무 환경을 제공하고, 새로운 업무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로오션 프로그램은 위 3가지 성향이 있는 분들이라면 워케이션으로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기에 주저하지 않고,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나는 저런 타입은 아닌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역시 각자의 성격과 업무 방식, 스타일에 맞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이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으니 취향에 따라 고른다면 좋은 기회이자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