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중독기(중독이라는 현실의 자각),
2편 탈출기(출. 쇼츠. 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편 탈출기
[출. 쇼츠. 기(出. Shorts.記)]
생각이라는 것을 해보자. 생각을 해야 한다.
생각하는 것이 낯설지만 생각해 보자.
한동안 스마트폰에 빠져 사느라 생각이 장시간 멈춰져 있었다.
오랜만에 사고 회로를 돌리려니 부릉부릉... 시동이 아주 오래 걸렸다.
쇼츠를 안 보겠다고 결심한다고 해서 저절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면 문제를 먼저 파악하고 먼저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쇼츠 보는 것에 앞서 스마트폰 사용하는 이유를 생각해야 했다.
현실의 인식이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솔직하게 나를 들여다보고 반성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인식]
○ 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유튜브 등 동영상을 하루 몇 시간 시청하는지
○ 그밖에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은 무엇인지,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나의 질문과 답]
Q : 나는 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가?
A : 그냥 심심해서. 오늘의 일은 내일로 미루고 지금은 놀고 싶다.
스마트폰이 생각보다 대단히 유용가치가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심심해서 뉴스 읽고, 심심해서 유튜브와 웹툰을 본다.
(그리고 난 해당 사항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게임하고, 영화와 드라마를 본다)
보다 건실하게 여가생활을 하며 보낼 수 있는 시간들을 스마트폰이 어느 순간 모두 빼앗아버린 것 같았다.
스마트폰(smart phone)은 폰(phone) 자체는 스마트(smart)했을지 몰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스마트폰 사용하는 사람들이 스마트함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하였다.
[시간의 재구성, 시계 보고 시간 확인]
유튜브를 몇 시간 시청하는지 먼저 확인해 보자.
유튜브 앱을 실행하여 [내 페이지]에 들어가면 [시청시간]에 일주일간의 시청시간, 하루 몇 시간을 보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시청중단 시간 알림 메뉴와 취침시간 알림 메뉴 등도 있으니 이를 활용하면 시청시간 조절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스마트폰 사양마다 다르겠지만, 내 스마트폰의 경우 ‘디지털웰빙’이라는 앱이 있어서 이를 실행하면 어떤 종류(뉴스와 정보, 소셜, 오디오...)의 앱을 하루 몇 시간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주간 리포트를 보면, 어떤 앱(브런치스토리, 밀리의 서재, 카카오톡...)을 일주일 동안 몇 시간 사용했는지 확인도 가능하다.
이 작은 스마트폰에 나의 소중한 시간이 이렇게 장시간 매여 있다니 정말 깜짝 놀랐다.
너무 허무하고 한심하다.
챗지피티 생성 이미지
이불 밖으로 나오자!!!
방법 1. 운동하기
운동을 먼저 등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운동하면 쇼츠 덜 보겠지 하는 단순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은 여러 가지로 큰 의미가 있었고 정신과 육체 모두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했다. 시간 나면 침대로 가서 누웠다.
침대가 눈에 보이면 침대에 눕고 싶은 유혹이 강렬했다.
따뜻하고 편안한 이불속 쇼츠 시청은 그냥 자연스러웠다.
방법 2. 어두운 밤, 잠잘 때만 누울 수 있다는 다짐
잠잘 때가 아니면 침실에 아예 가지 말자고 다짐했다. 낮에는 쳐다보지도 말자.
너무 피곤할 때나 너무 아플 때 아니면 눕지 말자.
식탁이나 소파에 억지로 앉아있자.
바빠야 한다, 심심할 틈 없게!!!
방법 3. 스마트폰 멀리하기, 책 읽기, 이북리더기 전자책 읽기
스마트폰을 쓰기 전의 나는 책을 종종 읽었다.
스마트폰 쓰고부터는 거의 책을 읽지 않았다.
종이책은 집 안에 널리고 널렸는데도 책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나의 눈은 언제나 스마트폰만을 쫓고 있었다.
그래서 스마트폰 자체를 멀리하기 위한 극단적 방법으로 이북리더기로 책을 읽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에 대해 거부감이 있어서 구입을 망설였던 이북리더기를 이번에 큰 마음먹고 구매했다. 밀리의 서재도 일부러 연간이용권으로 결재하여 전자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북리더기는 스마트폰에 비하면 너무 느려서 불편한 점이 있었다.
스마트폰의 빠른 속도가 어느새 표준이 되어버린 요즘 이북리더기의 느린 속도를 감당하는 것은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이북리더기의 매력도 많았다. 스마트폰보다 전자책의 활자는 종이책에 가까운 따뜻한 감성이 있었다.
눈의 피로도 훨씬 덜 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자체를 멀리 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아이템이었다.
누워있을 때에도 이따금 이북리더기를 베개옆에 두고 아무 책이나 읽어댔다.
그렇게 스마트폰이 아닌 이북리더기에 익숙해져 갈 즈음, 스마트폰의 사용을 줄이면서 쇼츠에 대한 갈망도 자연스럽게 희미해져 갔다.
방법 4. 요가, 필라테스, 홈트, 헬스... 생활의 활력을 주는 운동
저렴한 가격과 시간 활용이 괜찮아서 회사에서 하는 동호회 활동으로 요가, 필라테스 등에 가입하여 적극적으로 운동했다.
나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집에서도 홈트를 시작했다.
내 나이에 운동해야만 하는 이유는 널리고 널렸고, 운동할수록 나의 생활패턴과 식단에도 관심이 생겼고 좋아졌다. 체력도 전보다 나아지고 나의 마음도 차츰 평안함을 찾기 시작했다.
방법 5. 글쓰기
브런치라는 곳을 우연히 알게 되어 글쓰기에 대한 나의 관심이 폭발하였다.
예전부터 글쓰기를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나에게 ‘브런치스토리’라는 공간은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새로이 갖게 하고 용기를 주었다.
글쓰기는 건강한 생활로 이어지기 위한 나의 의지와 결심을 다져주었고 스스로의 약속을 매일 점검하고 실천하게 하였다.
글쓰기는 내 생활에 숨은 활력소가 되었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다.
어느새 글쓰기는 내 생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브런치는 누구에게나 활짝 펼쳐놓은 비밀스러운 나의 일기장과 같아서 나로 하여금 쉽게 포기할 수 없도록, 허물어지는 나를 이어주는 징검다리이자 나를 지탱해 주는 버팀목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너무 바쁘다.
나는 심심할 틈이 없어졌다. 원래 바빴지만 더 바빠졌다.
회사 다니면서 아이들 밥 챙기고 살림하는 것이야 기본 디폴트값이었고 운동도 많이 하고 할 일도 더 많아졌다.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 날 때마다, 머릿속에 뭔가가 떠오를 때마다 글을 조금씩 써두어야 제때 글을 올릴 수 있다. 독서를 위한 시간도 상당 부분 할애해야 한다.
이밖에도 기도, 성경 읽기, 영어 공부, 그림 그리기, 공연과 전시회 관람, 여행 등 하고 싶은 것들도 여전히 많다.
지금도 운동 영상과 요리 영상을 보려고 가끔 유튜브에 들어가면 [좋아요] 버튼 누른 것만 잽싸게 보고 얼른 나온다. 순식간에 몇 시간이 지나버릴까 겁이 나서다.
아직 나 자신에 대해 온전하게 믿을 수는 없다.
지금 와서 보니 나는 그 당시 쇼츠와 스마트폰에만 중독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우울과 무기력함에 잠식되어 있었다.
내가 탈출하고자 한 것은 쇼츠와 스마트폰뿐만이 아니라 이불속의 정체된 삶이었다.
나는 내 인생에서 무의미한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공교롭게도 무언가에 내가 지금 중독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뭘까?
.
.
.
.
.
브런치.
글쓰기.
나는 브런치스토리, 글쓰기의 매력에 중독되어 버렸다.
하지만, 나를 살리는 글쓰기는 굳이 벗어나려 애쓰지 않으련다.
그저 감사할 뿐.
#중독 #쇼츠 #유튜브 #스마트폰 #우울 #운동 #브런치 #브런치스토리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