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다시 만난 샤갈

2025년 마르크 샤갈 특별전 beyond Time

by 흐르는 강물처럼


2004년에 샤갈전에 갔었고, 21년 만에 두 번째로 샤갈전을 관람하게 되었다.


2004년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

- 서울시립미술관


그림을 좋아하던 나는 샤갈전에 갈 생각으로 진작부터 마음이 들뜨고 설렜다.

미술관에서의 우아한 관람을 상상하고, 관람이 끝난 뒤에는 예쁜 기념품도 하나 구매해야겠다는 야무진 욕심도 갖고 있었다.

아기를 데리고 나가는 모처럼의 외출, 미술관에서 샤갈의 그림을 본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초보 아기 엄마는 아무것도 몰랐다.


주말 관람객이 너무 많이 몰려서 사람들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떠밀렸다. 쉼 없이 유모차를 밀면서 강제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던 시간 과연 우리는 그림을 관람한 것인지, 그림을 그냥 지나친 것인지 알지 못했다.

아기는 아기대로 답답한 공기가 싫었는지 칭얼거리기 시작했고, 아기 울음소리가 신경이 쓰인 우리 가족은 서둘러 밖으로 나와 버렸다.


샤갈의 그림이야 당연히 좋았을 테지만, 마음 편하게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아쉬웠다.


어린 아기와 미술관 동행이라니, 나 역시 뭘 몰라도 아무것도 몰랐던 초보 아기엄마였다.




21년 뒤.

2025년 마르크 샤갈 특별전 beyond Time

-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예술의 전당에서 샤갈전이 전시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04년 유모차를 타고 동행한 아기였던 큰 애가 샤갈을 좋아하는 20대 청년이 되어 이번 샤갈 특별전을 함께 보러 가게 되었다.

샤갈의 그림을 21년 만에 보게 된 것, 샤갈의 그림에 대하여 애와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며 관람을 함께 하게 된 것 자체만으로 무척 감격스러웠다.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전시회 공간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주말만큼은 아니지만 유명한 화가의 전시라 그런지 평일 오후에도 관람하러 온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큰 애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샤갈, 프랑스 사람 아닌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본능적으로 대답했다.

“샤갈? 러시아 사람 아니니?"


샤갈은 러시아 비텝스크의 가난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러시아에서 그림을 배우고 그림과 관련된 일도 했지만 본격적인 배움을 위해 프랑스에 갔다.

잠시 러시아에 돌아왔 그는 인생의 뮤즈이자 첫사랑 벨라를 만나게 된다. 프랑스에 있다그녀와의 결혼을 위해 러시아로 돌아왔던 그는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인해 러시아 국경이 봉쇄되어 발이 묶여 버린다. 베를린을 경유하여 다시 프랑스 파리로 돌아와 작품활동을 하다가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나치의 탄압을 피하여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다가 벨라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 그는 깊은 슬픔에 빠진다.

리투아니아, 베를린, 이태리, 미국 등 여러 곳을 머물면서 그는 작품활동을 계속 이어간다.

프랑스로 돌아와 프랑스에 정착하게 된 그는 프랑스국적을 취득하였고, 60세에 바바라는 여인을 만나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하게 된다.

그의 국적은 방랑하던 삶의 흔적을 이야기하듯 러시아였다가 무국적상태였다가, 소련과 프랑스의 이중 국적상태로 바뀐다.


샤갈을 좋아하는 이유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밝고 아름다운 다채로운 색깔.

색채와 빛의 마술사라는 별명답게 샤갈의 그림에는 다양한 색깔이 등장하며 어우러진다.

하늘을 나는 연인들처럼 자유롭게 놓인 구도.

꿈속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듯 환상적인 이미지와 풍경.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순수함.

샤갈의 그림이 가지는 이 요소들은 샤갈 자신을 그린 그림이 되고 그의 삶의 원천을 설명하는 도구가 되고 그의 언어가 되어 그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한다.

그는 고향인 러시아 비텝스크를 평생 그리워하였고, 벨라를 꿈꾸었다.

그의 사랑의 기쁨, 행복, 그리움과 아픔, 고난과 괴로움은 다양한 색깔과 형태가 되어 그림과 예술작품으로 남겨졌다.

그의 그림에는 수탉, 암소, 당나귀, 염소 같은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그가 고향에서 본 풍경들 속에 있는 따뜻하고 친숙한 존재들로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샤갈이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시절, 라퐁텐우화와 성경삽화 제작의뢰를 받고 동판화 에칭으로 작하게 된다. 이 작품들은 전시회 섹션 2에 전시되어 있다.

경삽화, 라퐁텐우화 그림들도 그만의 스타일로 그려져서 처음 보는 그림들데도 낯설지가 않고 따뜻하고 평온한 동화책처럼 느껴졌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겨낼 수 있었던 그의 배경에는 깊은 신앙심이 자리 잡고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유명한 그림이든, 아니든, 그의 그림들은 다르게 평가할 이유도 없고 그림과 그림 사이에 편차도 없다.

유명하지 않은 그림이라도 ‘아, 샤갈이구나!’하는 것이 있는 것은 샤갈 그만의 색깔, 분위기, 향기와 멋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 유명한 그림이 없다, 레플리카(복제품) 비중이 높다, 이런 말들이 있기는 한데, 나는 그저 샤갈 그림이 좋아서 좋다는 결론이다.

어떤 이유나 근거를 댈 필요 없이 좋으니까 그냥 좋은 거다.

이유가 꼭 있어야 하나요?

좋으면 그냥 좋은 거지.




2004년 서울시립미술관 화창한 주말, 구름같이 모인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거짓말처럼 회사 동료가족을 우연히 마주쳤다.

한참을 뒤적이며 살까 말까 망설였던 전시회 책자를 그 동료가 고맙게도 사주었다.

고이 모셔놓았던 그때 전시회 책자를 찾아서 다시 보니 반갑고 신기하다.

이번 관람에는 다른 기념품은 몇 개 안 사고 도록을 큰 마음먹고 샀다.

비싼 줄은 알지만 아무 때나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원작의 색깔, 질감 등 인쇄 품질과 느낌이 더 좋기 때문이다.

도록을 이따금 펼쳐보면서 관람할 때 느꼈던 감정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되새기고 싶다.


[이번 전시회의 특성에 관하여]


8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한 전시회

보통 예술가의 시기별 또는 작품의 스타일로 구별하여 전시회를 구성하는데, 이번 전시회는 테마별로 8개의 섹션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을 담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섹션 6 지중해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섹션 3 파리도 너무 좋았다.

SECTION 1 기억

SECTION 2 주요 의뢰작품

SECTION 3 파리

SECTION 4 영성

SECTION 5 색채

SECTION 6 지중해

SECTION 7 기법

SECTION 8 꽃


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는 7점이 전시되었는데 이를 두고 새로운 작품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작품을 보다 완성도 있게 만들기 위해 색깔과 구도를 미리 러프(rough)하게 그려놓은 스케치 작품이다.

그래서, 세계최초라는 이름을 내세운 홍보에 낚인 것처럼 느껴져 화가 날 뻔했다.

하지만, 스케치 작품들은 기존 원작보다 거칠고 순수한 느낌이 있어서 더 마음에 들기도 했다.

큰 애는 스케치 작품이 훨씬 마음에 든다고 하니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마다 받아들이는 생각은 다를 것 같다.


스케치작품. 원작.

어떤 것이 마음에 드나요?


미디어아트에 대하여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의 천장화, 하다사 의료센터의 스테인드 글라스 등 작품들을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구현하여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촬영이 허가된 구역은 섹션 3, 섹션 4로 한정적인데, 바로 이 구간도 해당된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빛을 투과한 모습으로 미디어아트를 구현하여 스테인드글라스의 실제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구성하였고 배경음악도 제법 잘 어울렸다.



체험형 전시

샤갈은 다양한 소재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시도했으며, 소재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것을 관객이 스스로 느껴볼 수 있게 하였다.


지금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았는데, 아쉬운 면도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작품들을 짜임새 있게 잘 구성한 전시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 좋은 관람이었다.




마르크 샤갈 특별전 beyond Time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2025. 5. 23.~ 2025. 9. 21.

관람시간 10:00~19:00

입장마감 18:00 [월요일은 휴관일]


[주차요금]

전시관람티켓이 있으면

3시간 이내 평일 4천 원, 주말 6천 원

출차 전에 무인 주차요금 정산기에서 주차요금을 미리 정산하기 바랍니다.

[도슨트, 오디오가이드]

도슨트 시간은 따로 있으니 시간을 확인하기 바랍니다.

이용요금 3,000원으로

배우 박보검의 다정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오디오가이드를 대여하여 관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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