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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풍 west wind Oct 09. 2024

낡은 이층집으로

무찌마숑_추억섬의 비밀

깊은밤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의 풍경. 

 

낡은 집의 이층 창가. 

흔들의자에 앉아,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늙은 마숑. 

그 옆에 늘어져 있는 검은 고양이(타이거). 


타이거, 흠칫 귀를 쫑긋하며 경계의 몸짓으로 밖을 주시한다. 

저 멀리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 

자동차가 멈추고, 

피터와 마리의 말소리가 밖에서 들린다. 


마리(E)    고마워요 피터. 

피터(E)    별말씀을요. 마리.


그제야 안도하는 타이거. 

힐끗, 마숑을 살핀다.

흔들의자에 여전히 잠들어 있는 마숑. 

타이거,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몸을 일으킨다. 

어슬렁거리며 현관문을 향해 다가가는 타이거.


현관문 열리면 마리 들어온다. 

그 앞에서 마리를 마중하는 타이거. 


타이거    냐~옹

마리       잘 있었어, 타이거? 


타이거, 마리의 다리에 머리를 비빈다. 


마리       마숑은? 

타이거    냐~옹


마숑을 보러 가는 마리, 

한가득 짐을 들고 현관문으로 들어오는 피터.

타이거, 화를 내며 피터의 앞을 가로막는다. 


피터      안녕, 타이거? 

타이거    카~~앆!!! 


여전히 잠들어 있는 마숑. 

마리 다가가서 마숑을 깨운다. 


마리      마숑. 나 왔어요. 


잠에서 깨어나는 마숑.

마리를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본다. 


마숑        ...... 누구? 

마리        저예요. 마숑. 마리! 

마숑        ......마리???? 

마리        네. 마리! 


마숑, 고개를 갸웃거린다. 

마리, 마숑의 무릎에 담요를 덮어준다. 


마리      마숑, 날도 추운데, 들어가죠. 


마숑,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본다. 


마숑      뭘까...? 긴 잠을 잔 거 같은데... 아직도 자고 있는 듯한.... 

마리      (대수롭지 않게) 그야, 방금까지 자고 있었잖아요. 


마숑,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마숑      뭘까...? 무언가... 소중한 걸.... 잊고 있는 거 같은데.... 뭘까? 

마리      (반색하며) 마숑! 기억나는 게 있어요?  

            뭐예요?  


기대에 찬 눈으로 마숑을 바라보는 마리. 

마숑,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마숑      ...... 

마리      잘 생각해 봐요, 마숑. 

            뭐가 떠올라요? 

마숑      (고개를 숙이며) .... 아무것도.... 

피터(E)  (다급하게) 마리! 마리~~~!  

             나 좀.... 도와줘요! 살려 줘요!!! 마리! 


경계하는 타이거 때문에, 현관문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피터. 


타이거     카~~~~아앆!!! 


마리, 타이거를 품에 안는다. 


마리       그럼 안 돼! 타이거. 

타이거    (애교 모드) 냐~~옹. 

마리       얼른 옮겨요. 


피터, 타이거의 눈치를 살피며 짐들을 옮긴다. 


타이거    (애교 모드) 냐~~옹. 

마리       조심해서... 살살! 

피터       (짐들을 옮기며) 절, 미워하는 거 같아요. 

마리        그럴 리가요. 

              그치 타이거? 

타이거     (애교 모드) 냐~~옹. 


타이거, 피터를 바라보는 데 눈빛에 살기가 돈다. 

다시, 마리를 바라보는 타이거. 


타이거     (애교 모드) 냐~~옹. 


피터, 짐을 다 옮기고 난 뒤, 현관문 밖에서 쭈빗거리며 서있다. 


피터         아... 저.... 마리... 

마리         그럼, 내일 봐요. 


피터의 눈앞에서 냉정하게  쾅! 하고 닫히는 현관문. 


피터         ..... 네. 


피터, 힘없이 뒤돌아서서 자동차로 다가간다. 

미련이 남은 듯, 돌아서서 마리의 방을 바라본다. 

불이 켜지는 마리의 방. 


피터      (아련한 표정으로 한숨 쉬며) ... 내일... 봐요.... 마리. 


마리의 방. 

마리, 그제야 모자를 벗는다. 

화려하게 치장된 머리모양이 드러난다. 

머리 사이에 가려진 고양이 귀가 얼핏 드러난다. 

오른쪽만 고양이 귀이다. 

피터가 옮긴 가방들을 바라본다. 

그제야 환하게 웃는 마리. 


마리     그럼, 우리 아가들을 영접해 볼까? 


마리, 가방을 열면 화려한 명품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마리     (기쁨의 비명) 까~악! 까~악! 


마리, 명품에 빠져, 이리 닦고, 저리 만지고, 볼에 비비고, 뽀뽀를 한다. 


마리     아가, 갑갑했지? 엄마가 미안해! 

           응, 너도,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그럼, 아무렴! 엄마가 널 잊었을까 봐? 


그런 마리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타이거 


마리, 명품을 몸에 치장한 체 거울을 바라본다. 

거울에 드러나는 자신의 한쪽 고양이 귀가 못마땅하다.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으로 자신의 귀를 감춘다.


따르릉 거리며 울리는 전화벨 소리.

경계하는 타이거. 


어느새, 두건을 쓴 청순한 모습으로 돌아간 마리가 영상전화를 받는다. 


마리      (딱딱한 표정으로) 네! 마리입니다. 

타이거   (정자세로) 냐옹! 


영상전화 속에 마리와 타이거, 위축되고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뒷모습만 보이는 보스. 어딘가 무시무시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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