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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풍 west wind Oct 06. 2024

삼천년 만에 돌아온 혜성

무찌마숑_추억섬의 비밀

1997년

사실에 가깝지만, 시대에 어긋난 과학과 문명이 뒤섞여 있는 세기말의 지구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신체의 일부가 동물의 형태인 인간(수인獸人)들도 뒤섞여 있다.

어떤 수인은 스타처럼 주목과 열광을 받기도 하고, 어떤 수인은 경멸과 멸시의 시선과 대접을 받기도 한다.

그러한 각 세계 도시의 일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도심 중앙에 세워진 커다란 전광판

TV 화면 속의 아나운서

아나운서(E)  오늘 밤이죠. 세기말의 우주 쇼가 펼쳐집니다.

                  헤일 밥 혜성은, 헬리혜성의 100배의 밝기를 지니고 있으며.....


또 다른 도시

TV 화면 속의 출연자

출연자(E)    이번에 보게 될, 헤일 밥 혜성은 엘런 헤일과 토마스밥이 1995년에  발견한 것으로....

                 천체 관측사에 있어.... 아주 중요한 발견이며....


또 다른 도시

TV 화면 속의 아나운서

아나운서(E)  3000년을 주기로 지구를 지나가는 헤일 밥 혜성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우주자기장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으며, 정부는 어떠한 사태에도 피해가 없게끔

                  만전의 준비가 되어있다고 발표.....


채널 바뀌듯 바뀌면,

TV 화면 속에서 서로 다투고 있는 출연자들

출연자1(E)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세기말에 저런 혜성이 지구 가까이 지나간다는 것이

                  지구 멸망의 순간이 다가 온 것이 아닐까, 심히...  

출연자2(E)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그저 자연현상의 일부일 뿐입니다.

출연자1(E)    우주를 관장하는 신의 섭리를 누가 알겠습니까?

출연자2(E)    신의 섭리?! 21세기가 다가오는 오늘 날에,

                   저런 미신적인 사고를 가진 자와 함께 있다니...

출연자1(E)    뭐요? 이 사람이 보자보자 하니까....

출연자2(E)    당신의 무지함을 탓하세요!!!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사회자(E)      자자! 두 분 흥분을 좀 가라앉히시고요.


사회자의 중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언성을 높이며 삿대질을 하며 싸우는 출연자들


그런 TV 화면 앞에  늘어지게 기지개를 펴는 피터의 두 손이 나타난다.

낡고 한적한 시골 기차역의 대합실

여전히 TV 화면 속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언성을 높인 체, 삿대질을 하며 싸우는 출연자들의 모습과 그들을 말리는 사회자의 모습.

텅 빈 대합실의자에 앉아 있는 피터,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시계를 바라본다.


오후 6시 10분


피터    (걱정스레) .... 늦네.....


저 멀리서 종소리와 함께, 낡은 증기기관차의 모습이 나타난다.

피터, 반색하며 일어난다.


피터    왔다! 왔어!!!


기차가 도착한다.

잠시 후, 소박하고 수수한 옷차림의 마리가 혼자 내린다.

머리엔 커다란 모자를 착용했으며, 양 손 가득 투박한 가방을 들고 내린다.


피터    (두 손을 흔들며) 마리! 여기에요. 여기!


피터, 환하게 웃으며 마리의 짐을 건네받는다.


피터    이런 건, 저한테 시키시지.... 짐이 꽤 많네요.

마리    (청순하게 웃으며) 마숑에게 필요한 게, 많아서요. 이거 저거 사다보니...


웃는 마리를 보며, 순간 얼굴이 빨개지는 피터.


피터    (혼잣말) ... 역시... 착해...

마리    네?


피터, 서둘러 기차역을 나선다.


피터    아, 아네요. 빨리 가죠. 마숑이 좋아하겠어요.


마리, 느긋하게 따라간다.


마리    그런데, 마숑은...?


한적한 시골 기차역 밖.

낡은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피터, 낡은 자동차 트렁크를 열어, 짐을 넣는다.


피터    주무세요. 점심 드시고 나서, 계속.

마리    (안심했다는 듯이) 그렇군요. 뭐 특별한 건?

피터    네. 없어요. 똑같았어요.

           그런데... 마리...


피터, 실수로 짐을 땅에 떨어트린다.


마리    (발끈하여) 조심하세요!

피터    .... 죄송해요.

마리    (화난 걸 참으며) 살살 다뤄 주세요. 깨지는 게 있어서 그래요.

피터    .... 네.... 죄송해요.


마리, 자동차에 올라타며


마리    서두르죠. 마숑이 깨기 전에 돌아가려면.

피터    (허둥지둥) 아... 네...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자동차의 모습


무표정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마리.

피터, 마리의 눈치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용기 내어 말을 건넨다.


피터    저.... 그런데, 마리.

마리    (건성으로) 네.

피터     오늘 밤.... 그러니까 오늘 밤에, 세기의 우주 쇼가 펼쳐진데요.


여전히 마리의 눈치를 살피는 피터.

마리, 무표정하다.


피터    저.... 그게 헤일 밥 혜성이란 건데.... 3000년마다 지구를 지나가는...

          그게... 오늘 밤 보인데요.

마리    ......

피터    저... 그게 그러니까..... 괜찮으시다면.... 저랑.... 같이... 보실래요?


피터,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다.


마리, 피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못마땅한 표정.

이내 환하게 웃으며 피터를 바라본다.


마리    피터.

피터    네!

마리    죄송해요. 오늘은 할 일이 많아요.


급격하게 풀이 죽는 피터.


피터    ... 아... 네. 그러시겠죠.

          마숑을 돌보셔야 하니까...


백미러로 트렁크에 실린 짐들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마리.


마리    그럼요. 그게 제 일인걸요. 전, 돌보는 일에 사명을 가지고 있어요.

피터    .... 네.


마리, 갑자기 의욕에 넘친다.


마리    서두르죠. 더 이상은 못 참겠어요.

피터    네?!

마리    (환하게 웃으며) 얼른 만나야겠어요.

          얼마나 절, 기다리겠어요?

피터    아... 네...

마리    밟아요! 피터!! 더 빨리!! 더 빨리!!!


속도를 높이는 자동차.

점차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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