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 차오르거나 설레거나 / 2025.4.21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4월로 시작하는 유명한 시, T.S. 엘리엇의 황무지다.
열흘 전 여의도 윤중로에 만개한 벚꽃길을 걸으며 절정이란 이런 것? 감탄사를 연신 내뿜었었다.
나와 너의 개인사가 어떤 지하고는 상관없이 이렇게 몽환적으로 아름다워도 되는 거야?
그래서 겨울에서 넘어와 연두와 봄꽃 작렬하는 너무 아름다운 사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나 보다.
4월 중순으로 향하며 이내 어수선한 정국을 닮은 듯 내 마음처럼 비와 눈이 내려 봄이 실종된 듯하더니만
4월 20일 일요일, 다시 제대로 봄스러워졌다.
여리여리 연분홍으로 하늘까지 침범하던 벚꽃도 나무에 초록잎이 나오면서 소임을 다한 듯 팔랑팔랑 떨어져 내린다. 며칠 비가 충분히 내려서인지 한 주 전만 해도 겨울 나뭇가지 그대로였던 나무들에 싱그러운 연두 잎이 전투적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제 그들의 때가 온 것이다.
이게 진리라는 건가?
꽃들에게는 때가 있다.
간혹 환경의 변수 때문에 꽃들도 헛갈릴 때가 있긴 하나, 결국 기준과 같은 때 그 한 시절을 피었다 간다.
매화가 피고, 목련이 피고, 벚꽃 산수유 개나리가 피고, 복숭아꽃 살구꽃 배꽃들이 피고, 철쭉이 피고....
곧 장미의 계절이 오겠지.
물론 사람에게도 때가 있다.
사람의 경우 때라는 건 에너지가 모아지는 시기 혹은 에너지가 많은 시기라는 혹자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에너지가 충만할 때 많은 것을 끌어들인다고 한다.
특히 긍정적인 사심 없는 희망의 에너지는 매력으로 작동해 좋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등등
저절로 잘되는 것이다.
나의 에너지가 많을 때는 언제나 그때이므로 그냥 뭐든 한다. 좌충우돌해도 에너지로 밀고 나간다.
에너지가 떨어진 경우 어정쩡한 에너지의 경우는 판단을 잘 내려쓰지 않으면 금방 거덜이 난다.
그러니 중년의 때가 되면 찬찬히 살피고 충천을 자주자주 해야 한다.
그래서 괜한 일에 용쓰지 말라는 말이 있나 보다.
부쩍 노인 다워지신(?) 엄마와 가까운 곳의 숲을 산책했다.
빠른 걸음 조절을 못하는 나는 산책 내내 먼저 막 걷다가 다시 엄마가 걷는 위치로 돌아오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그럭저럭 산책은 이어졌다.
산책길에 본 봄 풍경의 컬러가 벚꽃의 연분홍에서 찐 분홍으로 더 진해지고 있었다.
거기에 그 생생한 야들야들한 연두의 색이라니~!
지금은 연분홍에서 좀 더 컬러풀한 찐 분홍으로 가는 때다.
그리고 지금은 엄마와 산책하는 시간이 중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