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다양한 동물을 접했다. 초등학교 때는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사다 나르기 바빴다.
순간의 귀여움을 소유하고 싶은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운 나이였다. 알고 보니 그 병아리들은 닭을 파는 농원에서 걸러진 아픈 병아리였다. 아침이 되어 병아리가 숨 쉬지 않는 걸 느끼고 대성통곡하며 눈이 퉁퉁 부은 채 학교로 가곤 갔다. 햄스터 토끼 등 다양한 반려동물과의 추억은 이어졌고
유년기를 끝으로 해피라는 믹스견 강아지를 키우게 됐다. 유학을 떠나야 했던 그때 얼마 안 돼서 정을 나눌 새 없이 이별하게 되었고 내가 없는 부재의 결핍을 해피는 가족들에게 채워주었다.
한국으로부터 언니가 소식을 전했다. 해피는 자동차 사고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멀리 있던 나는 슬픈 감정을 함께 공유하지 못했다. 그 후 집으로 돌아온 뒤 언제든 다시 키울 기회는 많았지만, 내가 떼를 부리면 아버지는 그때마다 두 눈가가 촉촉해지셨고 더는 그런 감정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