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된 것들은 사랑스럽다

시골 강아지 백구 해피의 이야기

by Whalestar 금예린

부재의 결핍을 채워준 강아지 '해피'

어렸을 적 다양한 동물을 접했다. 초등학교 때는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사다 나르기 바빴다.

순간의 귀여움을 소유하고 싶은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운 나이였다. 알고 보니 그 병아리들은 닭을 파는 농원에서 걸러진 아픈 병아리였다. 아침이 되어 병아리가 숨 쉬지 않는 걸 느끼고 대성통곡하며 눈이 퉁퉁 부은 채 학교로 가곤 갔다. 햄스터 토끼 등 다양한 반려동물과의 추억은 이어졌고

유년기를 끝으로 해피라는 믹스견 강아지를 키우게 됐다. 유학을 떠나야 했던 그때 얼마 안 돼서 정을 나눌 새 없이 이별하게 되었고 내가 없는 부재의 결핍을 해피는 가족들에게 채워주었다.

한국으로부터 언니가 소식을 전했다. 해피는 자동차 사고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멀리 있던 나는 슬픈 감정을 함께 공유하지 못했다. 그 후 집으로 돌아온 뒤 언제든 다시 키울 기회는 많았지만, 내가 떼를 부리면 아버지는 그때마다 두 눈가가 촉촉해지셨고 더는 그런 감정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언니 보고싶어 멍! 시고르자브종 '해피

할머니 댁 시고르자브종 '해피'의 탄생

천안에 계신 할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백구 새끼들이 여덟 마리나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한달음에 다음날 그곳에 도착했다. 새끼 강아지들은 옹기종기 어미 품에 모여있었다.

강아지 간식을 손에 쥐고 살살 유혹을 했다. 한 마리가 뽈뽈뽈 나에게 다가온다. 어미는 나를 아는 얼굴이라 경계하지 않는 눈치다. 본능에 이끌려 따라온 강아지 한 마리를 품에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름을 '해피'라 붙였다. 부를 때마다 꼬리 모터를 가동한다. 녀석 좋아하고 있구나. 가지고 온 강아지 똑딱 핀을 머리에 꽂아줬다. 귀여운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 온 피로가 한방에 싹 달아난다. 역시 귀여운 것은 힐링이 된다.


결핍된 것들은 사랑스럽다

해피는 진도개의 믹스견으로 요즘 말로 '시고르자브종'이다. 시골+잡종 혹은 똥개를 뜻한다. 요즘의 신조어로 귀여운 시골 댕댕이들을 조금 멋스럽게(?) 순화한 말이다.

순종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런 결핍된 요소들이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다가온다.

해피는 내가 가고 난 후에도 나를 기억했다. 밤마다 내가 누운 이불 안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 어미의 품으로 돌려줬지만 해피는 한동안 그렇게 나를 추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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