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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alestar Jun 12. 2020

난독증 작가의 서가 (1)

                                                                            

©whalestar

논픽션 동화  '난독증 작가의 서가' (1)


한 글자 한 글자 다시 끝 문장에서 다시 위로 아래로 글들을 훑어 나간다. 한 문장을 이해할 때 걸리는 시간은 타인의 시간보다 억겁으로 길게 느껴진다.


얼렌증후군, 학습장애 다양한 말들이 있지만 어쨌는 나는 이 모든 단어가 주는 의미로 볼 때 정상인이 가지는 범주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 나는 난독증이 있다. 거짓말 같은 지금의 직업은 소설가로 나의 첫 베스트셀러가 된 책의 제목은 "당신의 멀티 페르소나"이다. 한 사람이 다양한 자아를 가지고 있는 현상을 멀티 페르소나라고 하는데 이는 곳 나의 현실을 방증한 책이기도 하다.


서가에는 많은 책이 있지만, 활자의 내용보다 그림의 형상들이 더 많이 책장에 진열되어 있다. 큰 성공을 거둔 것에 비해 나의 문장의 업적은 형편없었고, 헌신한 것에 비해 글들은 읽히지 않고 쌓여만 갔다.  


요즘 현대의 언어는 고대의 언어들보다 어렵게 다가온다. 인터넷에 쏟아지는 신조어들은 나의 난독증을 부추기는 더 큰 요인이 되었다. 불규칙적으로 보인 나의 생활 패턴에도 질서와 규칙성은 있었다. 요즘의 증세는 더욱 심해졌고 근본적인 변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판단되었다.


담당 의사의 말은 어떤 유전질환들은 말라리아처럼 무서운 질병으로부터 지켜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런 질병들과 달리 난독증은 치료가 되면 그에 발생하는 장점들도 사라진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난독증을 가진 사람들이 예술 영역에서 뛰어난 두각을 발휘했다는 말인데 나는 이제 그런 장점들을 그만 포기하고 싶다.


밤이 되면 읽히지 않은 문장들은 '사어'(死語)가 되어 나의 가슴을 짓눌렀다. 쓰이기 바라는 문장들이 머물 곳 없이 마음에 부유하며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속삭임은 밤마다 계속됐다.  

그때부터 사회적 미신이란 미신은 전부 찾아다녔다. 재능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으니 다들 만류했다. 그래,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따라붙는 학습장애 같은 지긋지긋한 꼬리표를 그들이 알 리가 없다.




* 모놀로그에는 가끔 생각나고 쓰이는 글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


난독증 작가의 서가 (2) 

https://brunch.co.kr/@thewhalestar/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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