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재가 길었던 동안 시골에는 지속된 장마와 태풍으로 할머니 댁 텃밭 둑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로 인해 해피 집까지 물이 차올라 잠기게 되었고, 갈 곳이 없어진 해피는 지붕 위에서 구슬프게 울었다.
연로하신 할머니께서는 해피를 구해주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셨다.
그 사건 이후로 충격을 받으신 할머니께서 해피가 예쁘다며 올 때마다 사진을 찍어가신 윗동네 주민에게 해피를 입양 보내는 상황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너른 마당이 있는 금수저 집으로 갔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지만,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보낸 일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따뜻한 장판 위에서
소식을 듣고 시골에 갔을 때 동네 집마다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녀 보았다.
해피는 순한 성격에 짖지도 않는 사실도 잊은 채로 말이다.
아마 입양 갈 때의 모습은 산책하러 가는 줄 알고 꼬리를 흔들었을까?
강아지들은 집을 찾아가는 귀소본능이 있다고 하던데 그래도 한 번쯤은 이곳으로 찾아오진 않을까?
거리 두기가 한창인 요새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은 집이 되고 있는데특히 시골의 따뜻함이 숨 쉬는 풍경들은큰 위로와 위안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