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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상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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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인아 Oct 26. 2022

상담일지: 기억으로 인해 현재를 살지 못하더라도,

2022-10-25

상담 선생님이 뚜렷한 경계를 선언하고 그 경계 안이 안전하다고 말해주기까지

나는 그 경계 짓기가 나를 버리려는 신호라고 느끼고 있었다.

대뇌 전두엽 피질의 힘을 꽉 주고, 지금까지의 몇 안 되는 경험들을 빗대어

'아니야, 경계 지어주는 것은 너와 더 오래 함께 하기 위해 서로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거야'

'네가 지금 불안한 것은 부모가 만들어준 기억과 중학교 때의 따돌림 트라우마 때문이야. 속으면 안돼'

이렇게 안간힘을 쓰며 머릿속에서 지지 않으려 편도체의 기억 침습과 줄다리기를 한다.

그 줄다리기가 나의 치료 과정에 중요하면서 이 과정이 쌓이면 쌓일수록 나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알기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자칫 일상에 지치거나 인지적 노력을 쏟는데 기력이 다하면 편도체가 대뇌를 납치하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응, 나는 버림받을 거야. 중학교 때처럼 나를 떠나려고 신호를 보내는 거야. 그 신호를 지금 읽지 않으면 너는 또 비참해질 거야.' 이 목소리가 머릿속에 가득 찬다.


그렇게 나는 친구들을 떠나려고 준비하고, 상담 선생님과의 1년간의 라포를 뒤로하고 새로운 사람을 찾아 떠나려 준비한다. 다른 동기를 찾고, 다른 상담소를 탐색한다.

그러다 다시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상담 회기를 찾아 선생님 얼굴을 보면

'아 이 사람들은 변한 게 하나도 없구나. 나 혼자 난리였구나. 나도 다시 돌아가자'

그렇게 다시 안정을 되찾는다.


이번 회기에는 이런 나의 반복되는 레퍼토리를 풀어놓는 시간이었다.

나의 이 모든 레퍼토리가 10년 전 외상 기억으로부터 촉발되는 행동임을 더욱 강력하게 인지하고 선생님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나누었다.


여전히 너무 아프지만 앞으로 그 당시의 따돌림 기억을 상담에서 열어보이고, 약을 바르고 바르고 덧바르다 보면 언젠가는 딱지가 앉고 흉터가 앉는 날이 올 것임을 굳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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