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작성일 2016년 9월 21일
NHK는 매년 1편의 대하사극을 제작한다. 올해의 사극은 <사나다마루>.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 "사나다 노부시게"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사나다 노부시게"는 전국시대 작은 다이묘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특유의 지략과 용맹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눈에 들었고, 그 아들인 도요토미 히데요리 때까지 도요토미가에 충성한 무장.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도요토미 가가 머문 오사카 성을 공격할 때, "사나다마루"라는 구조물을 지어 성을 방어하며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벌벌 떨게 만들었다... 는 사람이다.
일드알못이 보는 NHK 사극은 <아츠히메>, <고우 ~공주들의 전국~>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특히 <아츠히메>에서 가장 멋있었던 사카이 마사토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사카이 마사토는 뭘 해도 멋진 배우이지만 사극을 할 때는 머글이 봐도 눈돌아가게 멋있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극본은 미타니 코키가 맡았다...? <사나다마루> 소개에서 이 사람의 이름이 너무나 자주 언급되고 있어서 머글로서 검색을 좀 해보았다. "일본 드라마계의 괴짜 천재"라는 별명을 가진 미타니 코키는 2004년 NHK사극 <신선조>의 극본을 맡았고, 이번이 12년만에 다시 집필한 사극이라고 한다. <신선조>는 예전에 일드를 이것저것 찾아볼 때 검색하는 곳마다 꼭 봐야 하는 사극이라고 추천받았던 작품이었다. 그렇단 말이지...?
일단 영상에서 처음으로 인상을 남긴 건 오프닝 영상. 영상도 그렇지만 음악이 정말 멋있잖아! 이 오프닝의 음악은 일본 영상음악계의 거물 핫토리 타카유키의 작품이라고 한다.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음악을 담당했고, 특히 기무라 타쿠야의 대표작 <히어로>의 음악을 맡은 것으로 유명하다.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보긴 했는데, 아마 다른 걸 열거하자면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ㅎㅎ
그리고 인상적인 다른 한 가지는 전국시대 일본 열도를 보여주는 지도다. 마치 게임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의 그래픽. 이 드라마는 실제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유명한 일본의 KOEI사가 제작한 3D맵을 사용하고 있다. 1화에서 지도 화면 우측 상단에 등장인물의 사진과 이름이 있는 게 마치 캐릭터 소개같은 느낌이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하사극도 현대의 기술과 그래픽을 받아들이고 이를 적용하는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대하사극도 충분히 다른 미디어, 장르와 크로스할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랄까. 실제로 사나다 유키무라라는 무장 캐릭터는 KOEI가 제작한 게임에서 인기 많는 (미남) 캐릭터라고.
얼마 전 KBS가 열심히 준비하던 <정약용>이 제작비와 수익성을 이유로 제작이 취소된 것을 보면서, 1년에 대하사극 1개씩은 꼭꼭 만드는 NHK가, 일본이 부러워졌다. 최근 NHK 사극도 시청률이 떨어졌지만 (사실 TV업계가 전체적으로 시청률 하락에 시달리고 있음) 그래도 재미있는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부럽다. 역사가 정말 좋은 원천 소스가 될 수 있는데, 왜 그걸 하나로만 활용을 생각을 하는지...ㅠㅠ
일단 30회까지 보았는데, 특히 히데요시의 이야기가 굉장히 재미있게, 독특하게, 똘기있게 전개된다. 평범하지만 비범한 인물이 결국 욕망이 번들거리는 인간이 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만든 작가의 필력에 감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