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역사의 조각을 찾아서

by 겨울달
daum_gallery_photo_20170710232313.jpg 이미지='택시운전사' 스틸컷

광주의 실상을 세계에 알린 독일 저널리스트 위르겐 휜츠페터. 그리고 그 사람을 싣고 간 택시운전사 김사복(극중 이름은 김만섭). 그 이후 다시 만나지 못한 택시운전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1980년 5월, 생각만 해도 먹먹해지는 그때의 광주에 도착한 외지인들의 눈으로 민주화 항쟁을 그린다.


어떤 역사적 사건이든 개인의 삶에 들어오는 순간 별다르게 노력하지 않아도 감동을 자아낸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저널리스트의 신념 하나만으로 광주로 간 피터의 사연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하다. 그러나 영화는 굳이 그와 함께 한 무명의 택시 운전사를 중심으로 내세웠다. 결국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날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성실히 하루를 살아왔고, 조작된 뉴스가 진실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다. 이는 택시운전사 만섭의 대사에도 잘 드러난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만섭의 대사는 수많은 이들이 그때 "했어야 하는" 말을 옮겨 놓은 듯하다.


대학생들이 대학에 가면 공부나 할 것이지 데모나 하고...
여기 댄저, 렛츠고 서울.
저는 빨갱이 아닙니다.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
사람한테 이러면 안되잖아요.


영화는 그날 광주의 사람들에게 얼굴을 부여하고, 이름을 기억하게 한다. 그래서 송강호의 김만섭, 토마스 크레취만의 피터보다 광주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이를 연기한 배우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특히 류준열의 구재식, 박혁권의 최기자가 제일 기억에 남았다. 소박하지만 정의로운 세상을 꿈꾼 사람들이 총소리 탕탕 울릴 때마다 스러져가는 것을 보면 아무리 영화라도, 픽션이라도 당연히 놀라고 분노하게 된다.


외지인 두 사람의 눈과 카메라는 이를 담아낸 도구 같은 느낌이다. 광주 사람들의 다이내믹한 캐릭터에 비해 김만섭의 소시민성은 평면적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날의 일을 모르고 살았을 수많은 사람들을 대변한다면 캐릭터 성격은 이해할 수 있다. 피터 또한 크게 개성 강한 역은 아니었지만, 그 또한 '눈과 입'이라고 생각하면 용인 가능하다. 송강호와 토마스 크레취만의 합은 좋았다. 기사와 승객의 티격태격 갈등, 돈 때문에 벌어진 실랑이, 비극을 함께 목도한 사람으로의 동지 의식까지, 감정의 변곡점마다 두 사람의 연기는 빛났다.


역사의 생생하고 재미있게 옮긴, 딱 한국영화. 웃으며 울며 함께 분노하게 하는 영화. 과거를 절대 잊지 않겠다 다짐하게 됐다.


딴소리 1. 시사회 전 무대인사로 감독님과 배우들을 봤음. 이번에 류준열 배우 실물을 처음 봤는데, 키크고 비율이 좋음. 팬이 굉장히 많은데, 이유를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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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소리 2. 오늘 굿즈 대단히 만족. 손수건과 초코파이라니, 아이템 선정이 좋았다.


브런치 무비패스로 영화 관람했습니다. 시사회 초대해주신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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