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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유필잇] 블랙리스트

아저씨 액션히어로

by 겨울달

이 글은 미드 콘텐츠 플랫폼 테일러컨텐츠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tailorcontents.com/


캔유필잇 Can You Feel It?!

목적

지금 보고 있는 드라마 한 번 시원하게 쪼개 보자.


차례

What's Charming

이 드라마의 매력포인트

What's Changed

드라마가 시즌을 거듭하며 겪은 변화

What's Affecting

드라마의 시청률 추이와 시청률에 영향을 준 요인

What's Different

이 드라마가 비슷한 드라마들과의 차별화를 꾀한 지점


※ 이 글은 롤링스톤에 기고된 Rob Sheffield 의 'The Blacklist': Full House, Ace of Spaders를 참고하여 틀을 짠 글입니다.

※ 이 코너에서 처음으로 다룰 드라마는 The Blacklist 이기 때문에, 원문의 내용을 어느 정도 참고했습니다.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Story

FBI의 지명수배자였던 전 정부요원 레이먼드 "레드" 레딩턴이 베일에 싸인 범죄자 블랙리스트를 토대로 FBI 프로파일러 엘리자베스 킨과 함께 범죄자들을 검거해나가는 이야기.


What's Charming

제임스 스페이더

세상에 살면서 '제임스 스페이더'가 젠틀하면서도 무자비한 액션 스타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제임스 스페이더라고 하면 아직도 홍학으로 분장한 앨런 쇼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 액션스타 스페이더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하지만 스페이더가 연기하는 레이먼드 "레드" 레딩턴(이하 레드)이 멋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FBI 요원에서 세계적 범죄 컨시어지로 변화한 캐릭터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한 만큼 생각도 통찰력도 깊다.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과 오만한 미소, 자신감 있는 표정과 행동, 그리고 이전의 스페이더라면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을 '소음기 달린 총으로 눈도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레드 짜응'을 외치게 된다. 머리 빠지고 배 나온 아저씨에게 빠지면 답이 없다.

물론 너무나 잘난 레드 때문에 FBI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바보처럼 보이는 게 부작용이면 부작용. 하지만 천하의 레드도 역사와 자금줄을 자랑하는 카발(Cabal)을 상대하는 건 좀 힘겨워 보이긴 한다. 자신의 목숨을 옭아매고 더불어 자신이 아끼는 리즈까지 위기에 빠뜨리는 카발을 상대하는데, 뜻대로 되진 않는 듯. 두 시즌 동안 버티고 버티던 리즈가 이제야 협조의 제스처를 보여주나 했더니, FBI에서는 레슬러가 뜻대로 해주질 않고, 믿었던 뎀베는 카발의 하수인에게 납치되질 않나, 톰마저 그 주위를 알짱거리고 있으니... 도주 중이시라 상황 통제가 어려운 레드의 골치는 점점 아파온다. 이러니 특유의 철학이랄까, 평안함이랄까. 호텔방처럼 꾸며놓은 트레일러를 타고 돌아다니며 리즈와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는 아무에게서나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What's Changed

'도망자'로 이야기 물꼬를 틀어버리다

1~2시즌에선 매번 '레드'가 던져주는 떡밥을 받아먹는 'FBI 특별수사대'라는 형식을 고수해왔다. 특히 1시즌에서는 22에피소드 동안 잡았던 범인들이 결국 레드의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 하나하나씩 던져진 것이고, FBI는 그런 목적을 나중에서야 알아채면서 결국 시청자들이 'FBI는 바보야'라는 말을 나오게 만들었다. (얘넨 대체 하는 게 뭐예요? 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던... ) 하지만 2시즌 후반부에서 조금 더 큰 음모가 있다는 구름을 뭉게뭉게 피우더니 2시즌 마지막회에서 리즈가 사람을 죽이고, 레드가 리즈를 데리고 도망가면서 이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도망자'를 찍기 시작했다. 인질극도 벌이고 컨테이너를 타고 도주하는 와중에도 레드는 FBI에 꼬박꼬박 연락해 블랙리스트의 사람들을 알려주고 하나둘씩 지워나간다. '이것은 드라마다'라는 걸 끊임없이 주지시키고 있지만, 이쯤 되니 스페이더를 보기 위해 나도 너도 이 '밑도 끝도 없이 마구 던져대는 이야기'에 어디까지 설득당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그래, 더 많은 걸 원하지 않으니 갈아 넣은 떡밥만 회수 잘 해주시오. 제발...


What's Affecting

숀다펀치

원래 월 10시에 편성되어, The Voice의 리드인을 받았다. 당연히 시청률이 잘 나왔다. 방영 당시엔 '참 오랜만에 나온 시청률' 3.8로 시작해 2시즌 중반까지는 평균 2% 중후반을 유지했었으니까. 그러나 2시즌 초반을 8편으로 마무리하고 장기간 휴방 후 목요일로 시간을 옮기면서 시청률은 처참해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1% 중후반에서 머물고 있다. 시청률이 이게 뭐니 아무래도 이 시간대에는 전통 강자 ABC TGIT 라인업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예전만큼 시청률이 나오는 건 제작진도 배우들도 채널도 기대하지 않는 듯하다. 다행인 건 본방 이후 DVR 등으로 보는 사람들까지 다 더하면 시청률이 많이 증가하는 편이라니까... 아직 NBC에선 이 드라마를 쭉 끌고 나가는 게 손해는 아니다. 게다가 요즘 좀 재미없다고 하지만 아직도 충성스러운 팬층 때문에 시청률이 탄탄하게 잘 나오는 TGIT 드라마들과 붙어서 이 정도 나오는 것 자체를 대단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What's Different

자가 복제 드라마들의 오리지널?

이 드라마의 성공 이후 고무된 NBC는 (특히 이번 시즌에) 마치 자가 복제의 느낌으로 비슷한 드라마를 두 개 론칭 했다. 하나는 제이미 알렉산더를 주연으로 내세운 Blindspot, 그리고 다른 하나는 웨서방 웨슬리 스나입스 주연의 The Player. Blindspot은 FBI가 여자 주인공의 몸을 뒤덮은 문신에서 매주 단서를 발견해 그에 관련된 미스터리를 풀어간다는 것이 마치 매주 레드가 던져주는 수수께끼의 인물을 찾는 것과 유사하다. 반면 The Player는 주인공이 생고생을 해 가며 활동하는 거대 범죄 도박판을 이끄는 인물이 슈트를 빼입은 젠틀한 중년 신사라는 점...?

사실 The Blacklist가 성공한 게 자리(편성 시간대) 때문인지 내용(드라마 자체) 때문인지 헷갈렸던 NBC에서 이미 지난 시즌에 한 번 새로운 드라마를 편성한 적이 있다. 제임스 스페이더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이름값있는 캐서린 하이글이 제작에 참여했고, CIA의 첩보전과 적절한 드라마를 섞은 작품이라 자신감도 있던 것 같은데 결과는... (암전). 그래도 NBC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새로운 드라마를 편성했고, 다행히도 신작 Blindspot은 시청률도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디서 괜찮은 것들을 가져와서 잘 조합한 것 같은 The Player의 시청률은 처참한 수준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니 저 문제의 '월 10시' 자리에서 대박이 나는 건 그냥 그 자리라서 잘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내용이 재미없으면 안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시청률의 오묘한 세계는 알 수가 없다. 소소한 바람이라면 The Blacklist가 마지막 시즌에라도 월 10시에 복귀했으면 한다. 그러면 마지막 시즌이 언제일지가 궁금해지는데, 시청률이 못 나오는 편이 아니니까 작품 하나가 아쉬운 NBC의 특성상 언제 끝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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