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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킹덤

내가 잘 몰랐던 영국의 역사

by 겨울달

영미 드라마를 많이 보다 보니 사극도 시대별로 나눌 만큼 접하게 된다. [라스트 킹덤]은 그 중에서도 특이한 작품이다. 로마가 영국을 점령한 고대도 아니고, 로빈 후드가 활약하고 프랑스와 전쟁을 치른 중세가 아닌, 고대-중세에서 넘어가는 시기인 9~10세기, 북부 바이킹에 대항해 탄생한 잉글랜드 왕국의 시작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원작은 버나드 콘웰의 소설 시리즈 [색슨 이야기]로, 베번버그의 우트레드가 그 주인공이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바이킹의 노예가 되지만, 노예보다는 아들로 키워졌다. 양아버지인 라그나가 다른 바이킹의 음모로 사망하고 자신이 살인 혐의를 받게 되자, 그 억울함을 풀고 복수하기 위해 7왕국 중 웨섹스를 이끄는 알프레드 왕의 가신이 된다. 앵글로색슨 족이지만 바이킹처럼 입고 먹고 말하는 그는 바이킹을 물리치고 영국을 하나로 통일하는 여정의 선봉에 선다.


잘 몰랐던 역사의 한 자락을 알게 된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다. 이 시기를 실제로 다룬 사극은 거의 없고 세계사 배울 때도 이 부분은 훌렁 넘어간 것 같아서 볼 때 검색해가면서 봤다. 우트레드는 실제 인물인 우트레드 더 볼드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의 삶을 100% 가져온 것은 아니다. 능력은 다른 캐릭터보다 조금 더 있는 것 같은데 운이 너무 좋다. 아무리 주인공이라도 이건 너무하잖아 싶을 만큼.


이 드라마에서 가장 흥미로운 관계는 우트레드와 알프레드 왕이다. 우트레드는 왕의 가신이 되었지만 왕의 의도에 언제나 반하고, 알프레드 왕은 용맹한 영웅을 가신으로 삼았지만 그가 세력을 키워 자신에게 대항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서로의 인성에 감복한다거나 원대한 목표에 반한다거나 해서 주군-가신이 된 게 아니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데인족을 물리치기 위해 관계를 맺었고, 만약 알프레드 왕이 우트레드의 복수와 정당한 권리를 되찾는 과정을 방해하거나, 반대로 알프레드 왕이 꿈꾸는 원대한 잉글랜드 통일왕국 건설에 우트레드가 방해 요소가 된다면 두 사람은 즉각 서로에게 칼을 겨눌 게 뻔하다. 이런 군신관계 은근 신선하지 않나요?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건 우트레드와 그의 여자들이다. 첫 연인 브리다는 함께 노예로 있던 색슨족 소녀다. 그러나 데인족을 죽이기 위해 알프레드 왕의 가신이 되려는 우트레드의 결정을 줄곧 반대했고, 종교와 관습에 얽매인 잉글랜드보다 자유로운 바이킹의 삶을 선택했다. 이 두 사람은 결국 철천지 원수가 된다는데, 그 전개는 두고볼 일이다. 두 번째 여자는 첫 부인 밀드리스로, 알프레드 왕이 우트레드를 정착시키기 위해 혼인을 주선했다. 두 사람 사이에 아들이 있었지만 우트레드가 왕의 가족을 지키려는 사이 죽었고, 밀드리스는 우트레드와 연을 끊고 수녀가 됐다. 세 번째 여자는 브리탄 족 왕비인 이졸데로, 예언 능력 때문에 처녀로 남아야 했다. 이졸데는 자신의 힘으로 알프레드 왕의 아들을 살렸고, 우트레드와 하룻밤을 보내 처녀성을 상실한 후 전투에서 목숨을 잃는다. 네 번째는 두 번째 부인 기셀라로, 우트레드가 옹립한 노섬브리아 왕 구트레드의 여동생이다. 구트레드가 우트레드를 배신했지만 기셀라는 우트레드의 옆에 남아 그와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맞다, 이 드라마는 우트레드가 이루고자 하는 평생의 목표만큼 우트레드의 삶을 스쳐간 여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솔직히 너무 많아...


조금 재미있으려 하는 부분에서 내용이 살짝 갸우뚱해지는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현실적이고 과장된 부분 없는 점이 돋보인다. 인기도 많이 없고 화제가 크게 되지 않아도 평론가들 사이에선 소소하게 좋은 평가 받은 드라마. 올해 말 시즌 3가 나올 것 같다는데 아직 확실한 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넷플릭스에서 시즌 1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우회하면 아직 영자막만 있는 시즌 2도 볼 수 있다.


+

시즌 3까지 보고 난 감상은 에그테일에 업데이트했다.

http://eggtail.net/netflix20190105/



https://www.netflix.com/title/8007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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