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건을 죽였다

재즈와 함께 하는 사랑과 죽음의 이야기

by 겨울달

- 50~60년대 명성을 떨쳤던 천재 재즈 트럼펫 연주자 리 모건과 아내 헬렌 모건의 이야기.


- 2016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고 유수 영화제를 돌면서 꽤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영화는 리 모건의 죽음을 전하는 기사의 헤드라인과 지인들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재능 있고 젊은 트럼펫 연주자인 그가 아내가 쏜 총에 맞아 죽었다? 과연 헬렌이 그를 죽인 이유는 무엇일까?


- 다큐는 헬렌 모건이 96년 2월, 사망 한 달 전 했던 육성 인터뷰 녹음과 현재까지 생존한 당시의 지인들과 음악 동료들의 인터뷰, 리 모건의 생전 모습들과 인터뷰, 공연 영상 등으로 구성된다. 초반에는 노스캐롤라이나 빈촌 출신 미혼모 헬렌 무어가 뉴욕에 와서 매력적인 사교 인사가 되는 과정과 어린 천재 음악가 리 모건이 빛나는 재능만큼 화려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마약에 손대서 곤두박질치는 과정을 교차로 보여준다.


- 두 사람은 아주 추운 겨울 뉴욕의 길거리에서 만났다. 헬렌은 마약 때문에 노숙자처럼 되어 버린 리를 아들을 돌보듯 돌봤다. 헬렌이 꽤 연상이었지만(리와 헬렌은 13살 차이로, 헬렌은 그때 첫 아이를 낳았다) 지인들은 두 사람이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아꼈다고 말했다.


- 헬렌은 리의 재기를 물심양면으로 도왔고, 리는 그녀 덕분에 마약을 끊고 다시 음악을 시작했다. 헬렌은 그의 매니저 일을 하면서 다시금 명성을 얻어가는 엔터테이너의 아내로 살아갔다.


- 불행은 그때부터였다. 리가 다른 여자를 만나기 시작한 것. 그 전에는 외박도 하지 않고 행선지도 항상 알려주던 리는 다른 여자에게 빠져든 것이다. 놀라운 건 그 '여자' 또한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한다. 그녀, 캐서린을 소개하는 말은 '친구'였다.


- 헬렌은 리가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것을 알고 몇 번이고 경고했지만, 리는 캐서린을 계속 만났다. 헬렌은 모건과 뉴욕을 떠나 친구들이 있는 시카고로 잠깐 동안 떠나 있으려고 했다. 리는 마지막에 헬렌을 말렸고, 결국 헬렌은 시카고로 떠나지 않지만, 리에게 "내 생애 최악의 실수를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영화 후반부는 그날의 그 사건을 다룬다. 큰 눈이 내리는 1972년 2월 18일, 리는 공연을 위해 캐서린과 함께 브롱크스에 들러 악기를 가지고 '슬러그스'라는 클럽으로 향했다. 자갈길에 눈까지 높게 쌓인 도로에서 캐서린의 차는 눈길에 미끄러져 완파됐다. 하지만 리는 공연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고집을 피웠고,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슬러그스에 도착했다. 한편 리의 공연이 그 주 내내 있었지만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헬렌은 그날따라 눈보라를 헤치고 슬러그스에 왔다.


- 리는 공연을 하는 도중이었고, 헬렌은 리의 친구 폴 웨스트에게 부탁해 캐서린을 다른 데로 보내라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리는 오히려 헬렌을 클럽에서 쫓아냈다. 눈 내리는 추운 날 헬렌은 코트도 챙기지 못한 채 핸드백만 들고 나왔고, 그 순간 핸드백에서 리가 사 준 총이 떨어졌다.


- 헬렌은 다시 총을 들고 클럽으로 들어갔다. 공연을 준비하는 리를 돌려세운 후 총을 쐈다. 단 한 발이었고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그날 눈 때문인지 몰라도 구급차가 신고 후 1시간이나 늦게 도착하면서 리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 헬렌은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이 이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건 꿈이야, 깨면 될 거야." 라고.


- 벨뷰 병원에 이송된 리 모건은 죽었고, 고향 필라델피아에 묻혔다. 음악 동료들과 친구들은 새 시대를 연 아까운 인재가 죽었다고 아쉬워했다.


- 헬렌은 경찰에 체포된 후 기소됐고, 감옥에 갇혔다. 그 당시에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만 앉아 있었다고 한다. 헬렌의 아들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헬렌은 2급 과실치사를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받았다.


- 헬렌은 1974년 뉴욕을 떠나 고향으로 향했고, 고향 윌밍턴에 정착했다. 그곳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을 위해 요리를 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자신만의 구원을 얻었다.


- 다큐멘터리 영화는 (극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 여기 저기 뿌려놓은 단서로 그들이 명시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헬렌과 리가 만난 그 날은 뉴욕의 눈오는 모습과 헬렌의 육성 인터뷰만으로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차이를 극복하고 점점 사랑에 빠져든 것도, 나름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해왔던 것도.


- 리 모건이 총에 맞는 그 순간을 재구성하는 것도 인터뷰와 이미지를 교차하면서 내러티브를 구성해 나간다. 총소리 하나 들리지 않아도 그 때 장면이 생각난다. 음악소리와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생생한 클럽에서 울리는 총소리, 놀라서 비명를 지르며 뛰어나가는 사람들, 지인들은 놀라서 리를 붙잡고, 경찰이 오고, 눈쌓인 클럽에 구급차는 오지 않는 광경.


- 이런 내러티브를 채우는 요소는 음악이다. 다큐는 처음부터 끝까지 리 모건의 음악 또는 그가 활동한 시기의 재즈 음악으로 채워져 있다. 행복한 순간에도, 나락에 떨어진 순간에도, 갈등과 죽음의 그 순간과 이후의 이야기에도 마찬가지다. 스코어처럼 쓰인 재즈 음악은 사랑과 배신, 죽음의 이야기에 독특한 느낌을 부여한다. 음악만으로도 이 다큐는 볼 가치가 있다.


- 리 모건뿐 아니라 지난번에 보다 중단했던 존 콜트레인 다큐를 보면, 50년대 재즈 뮤지션들은 지금의 힙합 아티스트 같다. 아... 콜트레인 다큐를 얼른 봐야 하는데.



http://www.netflix.com/title/80147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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