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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달 Mar 05. 2018

하산 미나즈의 금의환향

울리고 웃기고 난리고

데일리 쇼 출신으로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위클리 토크쇼를 진행할 코미디언 하산 미나즈의 첫 코미디 스페셜.


넷플릭스에서 지금까지 스탠드업 코미디를 여러 편 봐 왔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결로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이민자의 아들로서 성장한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 1인극 형식으로 풀어갔다. 그의 말에 따라 바뀌는 조명과 배경 화면, 양쪽에 설치된 작은 무대장치도 연극적인 느낌을 더했다.


미나즈는 자신이 어릴 적 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단둘이 미국에서 살아야 했던 경험, 갑작스럽게 만나서 질투하게 된 여동생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삶을 지배하고 상처를 남겼던 첫사랑과 인종차별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열정적인 표정과 몸짓으로 자신의 경험을 되살리는데 어느새 빠져들어 버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박수치면서 보고 있더라.


특히 자신의 고등학교 첫사랑 이야기가 너무나 감동적이다. 미나즈가 고등학생 때 좋아하던 백인 여학생이 어머니 때문에 졸업파티 파트너 약속을 취소하고 백인 남자아이와 갔던 사건인데, 이 이야기는 말로 풀기엔 감정이 너무나 너른거려서 직접 영상으로 보시길 권한다. 아무튼 어른의 잘못된 판단에 두 아이만 크게 상처받았던 그 상황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만 들었다. 다행히 두 사람은 각자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백인 여학생은 이번에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어머니의 편견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하산 미나즈 스탠드업을 보면서 눈물이 나는데 웃기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스탠드업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음담패설을 좋아하거나 즐기질 않아서 넷플릭스 코미디 대부분이 안 와닿는다. 하지만 미나즈의 스탠드업은 젊은 코미디언이 살면서 겪은 역정, 고민을 성실하고 신실한 목소리로 전한다. 그의 표정을 클로즈업할 때마다, 그가 코미디가 아니라 심장을 내놓고 열정적인 연설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의 개그에 웃기도 하지만 그가 겪은 삶을 생각하며 눈물이 날 것 같단 느낌도 드는 것이다.


그의 삶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최소한 시도만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www.netflix.com/title/80134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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