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대

He said, she said

by 겨울달

한국 제목 번역이 빻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영화. 케빈 베이컨, 엘리자베스 퍼킨스 주연의 1991년 로맨틱 코미디로, 영화보다 원제 "He said, she said"가 더 유명할 것이다. 직장 내 라이벌이었던 남녀가 아옹다옹 컨셉 때문에 성공하는데, 정작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관계에는 위기가 다가온다는 내용. 하지만 주목할 만한 건 남녀의 관점에 따라 같은 사건을 다르게 그리는 방식이다.


두 사람이 처음 칼럼 집필을 두고 경쟁을 벌일 때 누가 데이트 신청을 먼저 했는지, 그들이 왜 싸웠는지 같은 내용부터 책상 위 사소한 물건을 어디에 두는지 등 자잘한 디테일, 서로에게 말하지 못한 깊은 감정을 각자의 시선과 입장에서 다룬다. 첫 데이트 디테일이 다른 게 흥미로웠는데, 남자는 여자가 자신의 데이트 신청을 덥석 받아들인 걸로 기억하는 반면, 여자는 그날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고 나서 우연히 남자를 마주친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토크쇼 오디션 테이프를 만들 때 남자는 결과물이 잘 나온 것에 기뻐하며 같이 살자고 말한 걸로 기억하지만 여자는 녹화 자체가 너무나 힘들었고, 남자가 그녀를 위로하며 같이 살자고 말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바람둥이로 유명한 남자에게 대책없이 끌리는 여자의 고민, 온갖 여자를 다 만나다가도 여자가 생각나 집앞에서 기다리는 남자의 설렘 같은 것도 흥미를 돋운다. 결국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진한 키스를 나누며 '뻔하게' 끝나지만, 이런 세세한 디테일이 영화를 꽤 잘 살려서 재미있게 봤다.


남녀의 관점이 다른 만큼 영화는 남녀 감독이 함께 만들었다. 켄 콰피스 & 마리사 실버 감독은 각자 남자와 여자의 관점으로 대본을 집필하고 연출을 맡았다. (두 감독은 원래 연인이었고, 이 영화를 만든 후 결혼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남자의 시각에서 본 사건은 남자들의 시선대로 섹시하고 다소 노골적이고 도발적인데, 여자의 시각에서는 여자의 일렁이는 감정이 잘 느껴졌다.


영화 자체는 뻔하고 특별할 것 없는 옛날 로코이지만, 이후 나온 '그 남자 그 여자' 컨셉의 시초 격이라는 점에서 한 번 볼 만하다.


옛날 로코 계속 보니까 재미있다. 이것도 나름 길티 플레저인듯 ㅎㅎㅎ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5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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