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력 하나는 끝내준다
이젠 예명보다 본명이 더 익숙한 드웨인 존슨 주연 '괴수 액션 블록버스터.'
방점은 '괴수'에 있다. 괴수가 하나도 아니고 다른 종류로 셋이나 나온다.
유전자 조작 물질을 흡수한 야생동물이 몸집이 거대해지고 더불어 공격성까지 강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중 하나가 데이비스(드웨인 존슨)이 어릴 때 거둬들여 키운 알비노 고릴라 조지. 유전자 조작 물질을 만든 악덕기업은 괴수가 된 동물들을 시카고로 유인하고, 기업의 이기심과 정부와 군대의 바보 같은 판단 때문에 시민이 미처 다 대피하지 못한 상황에서 도시는 미친 괴수들의 전쟁터가 된다. 데이비스는 유전학 박사 콜드웰과 함께 괴수를 막고 조지를 구하려 한다...는 내용이다.
드웨인 존슨도 그렇거니와 이 영화감독 전작이 서부 해안을 완전히 가라앉힌 [샌 안드레아스] 감독이다. 이번엔 덩치 큰 괴물과 맞붙었으니 욕심만큼 규모는 제대로 키웠다. 와르르! 와장창! 헬기, 배, 전투기, 자동차, 빌딩을 정말 쉴 새 없이 때려 부수기 때문에 이쪽이 취향이라면 정말 즐기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난 아니라서... 부수는 장면만 자꾸 나오니까 나중엔 지루했고 피로해서 눈도 아팠다. 중간에는 아주 잠깐 '저렇게 때려 부수는데 제작비가 얼마나 들까'라는 현실적인 생각도 했다.
액션에 너어어어무 치중하다 보니 인물의 관계나 과거는 아주 간단하게, 대화로! 처리한다. 육군 특수부대 출신이 왜 영장류 전문가가 되었는지, 재능 있는 유전공학 박사는 왜 회사에서 쫓겨나 교도소에 갔는지! 이걸 아주 시시하고 허무하게 대화로 푼다. 차라리 아무 설명 없이 '나는 카우보이'라며 군대며 기업이며 다 엿 먹이는 러셀 요원이 기능적 역할에 머무르지만 더 깔끔했다. [워킹데드]를 본 분들은 러셀 요원의 말투와 행동이 너무 네간 같았다고 한다. 난 [워데]를 안 보기 때문에...
괴수 세 마리가 미국의 대표 대도시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동안 드웨인 존슨, 아니 데이비스도 온갖 고초를 당한다. 총도 맞고, 헬기 타고 추락도 하고, 악어랑 늑대한테 제대로 얻어맞을 뻔하기까지 하는데, 결국 멀쩡하게 살아남는다. 아니 왜? 총 맞았잖아! 아프지도 않은지 정말, 열심히, 잘 뛴다. 유전자 실험 물질을 괴수가 맞은 거 맞음? 누가 맞은 건지 한 번 더 확인해 봐야 하는 거 아님?
기대 이상으로 잔인했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다. 오프닝 장면에서 우주 정거장에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걸 보고 그냥 눈을 감고 그 장면 전체는 건너뛰었다. 용병들이 늑대를 잡으러 갔다가 끔살당하는 장면, 시카고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괴수에게 당하는 장면도 피가 너무 많이 튀고 사람이 많이 죽는다. 과일이랑 채소만 먹는 조지도 괴수가 되어서는 가리는 것 없이(...) 다 먹어치운다. 내가 악어랑 늑대까진 이해해 보겠지만 이건 좀 심하잖아.
아무튼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보기 딱 좋은 액션 블록버스터이고, 얼마 전 개봉한 [레디 플레이어 원]보다 너드스러움도 덜해서 진입 장벽이 더 낮을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이렇게 mind-numbing한 건 한 번 더 볼 마음이 안 생기고, 잔인함 때문이라도 다시 볼 일은 없을 듯하다.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08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