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대화, 감정, 교감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콜럼버스]가 개봉했다. 전주 때는 모르고 있었다가 작년 8월 인디와이어에서 이 영화를 극찬하며 감독 코고나다와의 인터뷰를 길게 실었을 때 관심을 가졌다. 게다가 존 조가 주연이다. 당연히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인디애나 주 콜럼버스를 배경으로 한다. 평생 미국 영화를 보고 자란 사람이라도 '어디?'라고 물을 법한 작은 도시이지만, 이곳은 '현대 건축의 메카'라 불린다. 콜럼버스에는 미국 제2의 엔진 제조기업인 커민스가 자리 잡고 있고, 커민스의 회장이었던 J. 어윈 밀러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기 위해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미국 중서부의 작은 도시에 매력적인 건축물을 올렸다.
그런 곳에 한 이방인이 온다. 평생 건축만 알고 살았던 아버지와 소원한 한국인 진. 서울에서 번역가로 일하는 진은 '마감 시한을 쪼는' 출판사의 전화까지 감당하며 쓰러져 의식을 잃은 아버지에게 찾아온다. 진은 그곳에서 케이시를 만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케이시는 똑똑하고 건축을 공부하고픈 열정이 있지만 마약중독자인 어머니의 곁을 지키려 이 도시에 남아 있다.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 담배를 같이 피우며 친구가 되고, 케이시는 이방인 진을 데리고 콜럼버스의 건축물을 돌아보며 건축과 꿈과 미래를 이야기한다.
세대도, 성별도, 인종도 다른 두 사람은 건축에 얽힌 이야기와 건축물이 건드리는 감정을 나눈다. 케이시는 진의 앞에서 앵무새 같은 가이드가 아니라 영혼과 열정을 담은 건축 이야기를 풀어가고, 진은 케이시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고 응원하면서 케이시의 용기를 북돋는다. 두 사람의 만남과 여정은 지적인 대화로 채워져 있고, 그 밑에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며 느끼는 일종의 '동지 의식'이 깔려 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완전히 같은 것도 아니다. 진과 케이시는 자신의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왜 당신은 그러지 않는 거냐'며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화해하고, 대화하고, 서로를 다시 이해하고 힘이 되어 준다.
[콜럼버스]의 가장 큰 매력은 비주얼이다. 영상 에세이스트 코고나다는 그 명성만큼 감탄이 절로 나오는 비주얼을 끊임없이 선보인다. 장면 하나하나가 건축 사진집이나 콜럼버스 기념엽서 같다. 사람은 아름다운 경치에 살짝 끼어들어가 풍경의 일부가 된다. (실제로 그런 장면이 영화에 굉장히 많다.) 이 그림은 경치를 해치지 않으면서 분위기는 증폭하는 앰비언스 음악과 함께 한다. 그래서 영화는 전체적으로 조용하다(고요하진 않다). 딱 한 장면, 이 영화에서 가장 시끄러운 부분이 있는데 그때는 화면마저 이 영화에서 가장 역동적이다.
연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넘어가야지. 그동안 조연급에 머물러야 했던 존 조는 이 영화에서 지난 억울한 건 다 풀듯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 회사생활에 찌든 한국어(ㅋㅋ)와 과감한 노출(ㅋㅋㅋㅋ) 사이에 그가 그동안 잘 보여주지 않았던 감정이 물 흐르듯 지나가는데 탄이 나온다. 헤일리 루 리차드슨도 이 영화에서 정말 좋았다. 강단 있고 꿈 있는 소녀를 멋지게 소화했다.
개인적으로는 진과 케이시 중 난 케이시에 더 공감이 간다.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은 편은 아니라서. 오히려 고향을 좋아하고 어머니를 너무 사랑해서 차마 떠나지 못하는 케이시의 마음에 공감이 갔다.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090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