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부탁

그렇게 가족이 된다

by 겨울달

[당신의 부탁]은 갑자기 ‘어머니’가 된 효진을 중심으로 가족을 새롭게 탐구한다. 효진은 죽은 남편의 16살 아들 종욱을 갑자기 맡게 된다. 이미 몸은 다 커버린 아이를 '양육'하는 건 쉽지 않다. 이들의 인연을 증명하는 것이 법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상황도 어려움을 더한다.


하지만 너무나 젊은 엄마와 10대 소년은 ‘가족’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간다. 바깥에서 보기엔 말이 안 된다 생각할 만큼 이상하게 보여도, 그 안에 들어가면 말이 된다. 말없고 조용한 소년은 엄마 앞에서 미소를 짓고, 삶의 생기를 잃었던 효진도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다시금 힘을 내서 살아간다.


영화는 효진과 정욱의 주위에 여러 어머니를 등장시킨다. 딸의 고생길이 훤하니까 독한 말로 말리려는 효진의 어머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효진의 친구 미란, 아이에게 좋은 가정을 만들어주기 위해 기꺼이 포기하는 주미, 그토록 기다리는 아이를 품에 안은 서영 등. 캐릭터가 다양한 만큼 엄마의 모습도 다양하다. 이들의 모성은 그 정도와 표현이 다르고, 그만큼 이들이 꿈꾸는 가족의 모습도 차이가 크다. 이런 사람들 앞에서 일반적, 보편적 잣대를 대는 게 얼마나 폭력적인가. 게다가 의미도 없다. 누구든 비슷한 삶을 살아도 똑같은 삶을 살 순 없으니, 보편의 잣대로 가족의 형태를 다듬는 것은 시간낭비, 에너지 낭비일 뿐이다. 인륜과 법률을 거스르지 않는 안에서,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맞게 법률이 변화한다는 조건 아래에서 가족의 형태가 다양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영화 말미,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에 왠지 마음이 놓였다. 시작은 덜컹거렸지만 결국 삶을 맞춰간 두 사람은 앞으로도 이렇게 조용히 살아갈 것이다. 그 지점에 다다를 때까지 영화는 조용히 흘러간다. 상황 자체가 세지만 인물에게 모두가 이해할 만한 드라마틱한 반응을 강요하지 않는다. 정해놓은 결론으로 세차게 달려가지도 않는다. 내면에선 수많은 감정이 부딪힐지 몰라도, 표면은 고요하게 흘러가는 강물 같다.


그래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빛을 발한다. 이들의 연기가 조용히 흘러가는 이야기에 섬세한 리듬을 더한다. 믿고 보는 배우 임수정의 연기는 매 순간 마음을 울린다. 윤찬영의 ‘말없고 평범한 소년’은 통통 튀는 10대 캐릭터가 많은 요즘 더 눈에 띈다.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12871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