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메이커

치유의 베이킹

by 겨울달

제목 그대로 케이크를 만드는 사람, 베이커(baker)의 이야기다. 하지만 달콤한 디저트처럼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러브스토리를 기대해선 안 된다.


[케이크메이커]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후 남은 사람들이 베이킹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다. 예쁜 케이크와 달콤한 쿠키도 나오지만, 베이킹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예고 없이 황망하게 떠나보낸 토마스와 갑자기 세상에 아들과 단둘이 남게 된 아나트, 그리고 두 사람을 잇는 위태로운 진실의 주인공, 오렌. 토마스는 갑자기 연락이 끊어진 애인을 찾아 무작정 베를린에서 이스라엘로 날아가고, 애인의 죽음을 알게 된 후 그의 '아내'와 가족의 주위를 맴돌다 점점 그들과 가까워진다.


처음엔 막장 설정이라 좀 놀랐다. 이런 걸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하지만 영화가 전개되며 캐릭터들의 선택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토마스는 한 달에 며칠 간만 만나는 오렌이 다른 곳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고, 아나트는 혼자서 가정을 꾸려가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밀가루를 반죽하고, 크림으로 케이크를 장식하고, 쿠키를 예쁘게 꾸미고, 완성된 케이크를 한입 베어 먹는 과정과, 서로가 서로에게 완벽히 솔직하진 않았지만 각자의 상처를 가장 먼저 알아보고 어루만져 줬다. 그 과정이 내게도 큰 위로로 다가왔다.


위기에 처한 아나트를 도와준 후, 아나트와 주위 사람들은 토마스를 천천히 받아들인다. 시간이 흐르며 토마스가 샤밧(유대교 안식일)을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심지어 오렌의 어머니는 토마스의 마음을 어렴풋이 눈치채기도 했다. 토마스 또한 오렌의 삶을 따라가고 오렌이 떠난 자리를 자연스럽게 채워간다. 하지만 토마스가 아무리 노력해도 토마스는 오렌이 될 수가 없고, 오렌의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결국 진실이 드러나며 관계는 깨진다. 물론 그게 끝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코 셔라는 것이었다. 유대교 율법에 맞게 음식을 조리하는 방식인데 유대교인이 아니면 열을 쓰는 음식을 조리할 수 없다. 이스라엘과 유대교의 독특한 문화인 만큼 영화에서 많은 부분을 통제하며, 토마스에게도 자신의 실력을 완벽하게 펼칠 수 없는 장애물이 된다. 그뿐 아니라 아나트의 마음을 막는 엄격한 교리를 대표하기도 한다. 결국 아나트는 코셔 때문에 큰 위기를 겪기도 하니까.


결국 결말은 그렇게 됐는데, 과연 두 사람에게 그 이상의 미래가 있을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아나트가 그 발길을 다시 돌렸을 거라 생각하지만, 또 모르지. 그들이 보여줬듯이 사랑의 마음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니까.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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