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3주 영화감상 기록
(최초 작성: 2019.1.20)
<23 아이덴티티>의 마지막 장면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등장할 때 육성으로 소리 지른 사람 여기 있다. <언브레이커블>을 처음 봤을 때 너무 재미없었는데 (무려 19년 전 영화다. 당연히 개봉 한참 후 케이블 TV로 봤다.) <23 아이덴티티>에서 나왔을 때 반가워서 넷플릭스로 다시 돌려봤다. 암튼 본의 아니게 19년이나 걸린 M. 나이트 샤말란 슈퍼히어로 유니버스의 마지막이 다가왔다. 히어로와 빌런이 한자리에 모여 최후의 쇼다운을 벌인다. 그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고 사건을 조작하는 치밀함이 필요했지만, 아무튼 한자리에 모였다.
영웅 데이빗 던, 빌런 케빈 웬델 크럼, 설계자 "미스터 글래스"까지 캐릭터 구성은 슈퍼히어로 서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반면 그 외의 모든 것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모든 것에 가운뎃손가락을 들듯 비틀거나 바꿔놓았다.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는 우주에서 보라색 외계인이랑 주먹다짐까지 하는데(...) <글래스>의 쇼다운에는 VFX가 아니라 FX도 거의 없어 보인다. (맥어보이의 몸도 FX가 아니라던데...) 빌런 '비스트'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은 가족도 친구도 아닌 그와 '아픔을 공유하는' 소녀다. 세 인물을 모두 모은 정신과 의사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이들의 행동은 자신이 슈퍼히어로라는, 또는 빌런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모두의 불신으로 가득한 최후의 무대에서 벌이는 쇼다운은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강렬하게 인정하는 행위가 된다. 마지막 반전, 그리고 또 다른 반전은 결국 "우리 안의 영웅을 찾자."라는 감독의 메시지와 연결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다른 이들의 '존재'를 거울삼아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기도 하니까.
야심은 정말 크다. 샤말란의 영화는 언제나 그랬다. 하지만 <글래스>는 감독이 조금 더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가장 '샤말란답지 않은(<라스트 에어벤더>는 제외한다)' 영화가 됐다. 새말란 영화에서 보았던 수많은 눈빛과 표정은 <글래스>에서도 빠지지 않지만, 이번엔 한 인물의 대사가 ‘정말’ 많다. (케빈 인격은 24개니까 패스하도록 하자.) 게다가 반전 뒤 숨은 반전을 풀어내려면 이것보다 더 많이 설명해야 한다. 한 외쿡 평론가가 “TED 강연”이라고 표현한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설정을 다 말로 풀어 설명하니까 재미도 없고 지루하다.
3부작은 정말 다 이런 거야?!! 샤말란마저 기대를 무너뜨리고 용두사미로 이야기를 마무리해서 속상하다. 좀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을 바랐는지라, <글래스>의 행보는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