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메리 퀸 오브 스코틀랜드

2019년 2월 2주 영화감상 기록 (2)

by 겨울달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남자들이 다해먹던 질투와 정쟁의 시대극을 여자들이 다해먹을 때 어떤 작품이 나오는가. 앤 여왕과 실제 여왕의 가신이었던 두 사람의 관계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작품 개별 요소를 보면 완벽하다. 불안하면서 멋진 화면 구도, 어딘가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비주얼, 저예산인 게 더 매력이 된 의상, 분장, 미술. 각자 상받을 때보다 더 연기를 잘 하는 주연 3인방까지 다 갖췄다. 그런데 요르고스 란티모스 작품에 기대한 수위(?)가 아닌 게 불만족으로 남는다. 란티모스 영화는 <킬링 디어>만 봐서 필모그래피상 수직적 비교는 어렵지만, 블랙코미디라기에도 날선 느낌이 없달까. 더욱 신랄하고 날카로울 줄 알았는데 뭉툭한 칼끝으로 쿡쿡 찔리는 느낌이었다. 작품은 정말 재미있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만큼 신랄하고 재미있는가는 잘 모르겠다.




메리, 퀸 오브 스코틀랜드

여성 투톱을 세워놓고도 여캐를 못 쓴다는 욕을 먹고 다니는 영화인데, 오히려 <더 페이버릿>보다 더 재미있게 봤다. 영화 포스터와 달리 내용은 제목에 충실하다. 어디까지나 이는 메리 스튜어트의 이야기다. 메리 여왕의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 엘리자베스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기에 등장하는 것인데, 솔직히 조금만 조정했어도 나올 필요가 없긴 했다. 작가 보 윌러먼이 욕심을 부린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여성이 왕이라도 시도때도 없이 약점을 잡고 끌어내리려 했던 남성들의 탐욕과 이기심은 시대의 공기와 맞물려 엄청나게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메리와 엘리자베스의 대결 구도라면 물론 흥미는 있었을 테지만, 시대의 맥락을 무시하고 사극을 만들 순 없으니까. 오히려 “애인과 결혼하려 남편을 죽였다.”라는 오명을 쓴 메리가 사실 시대적 상황에 저항하거나 반응하면서 왕위를 지키려 한 군주였다는 새로운 해석은 만족스러웠다. 두 여왕이 정말 사촌이란 촌수만큼 친밀한 사이였다면, 누가 왕이 되고 안 되고를 따질 필요 없이 마음이 통하는 사이였다면, 영국과 스코틀랜드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광활한 스코틀랜드의 자연을 아낌없이 담아낸 영상과 배우들의 연기, 눈을 홀리는 의상, 분장, 미술이 돋보인다. 연극 연출을 주로 했던 조지 루크 감독은 이번이 영화 연출 데뷔인데, 굉장히 터프하면서도 섬세하게 감정을 자아넣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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