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하, 콜드 체이싱, 크리드 2, 퍼스트 리폼드

2019년 2월 3주 영화감상 기록

by 겨울달

(최초 작성: 2019.2.24)


사바하

잘 만든 영화라기보단, 내 취향에 맞는 영화다. 접근 방식도, 내용도 결말도 모두 다른데 <퇴마록>이 생각나긴 하더라. 장르나 정서적 유사성 때문일까.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오컬트와 결합된 추리 미스터리이자, 종교와 절대자에 대한 관점을 뒤집어 생각하는 시도가 돋보인 작품이다. 완벽하다고 할 순 없다. 이것보다 더 잘 만든 것도 많다. 하지만 일단 굉장히 친절하며, 대중적이고, 무엇보다도 이야기가 내 취향이다. 장르가 장르이다 보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긴 어렵겠지만, <캡틴 마블> 개봉 전까지 200만 넘긴다면 나쁘지 않은 성적일 지도. 아, 박 목사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시리즈로 오래오래 보고 싶을 만큼.




크리드 2

<크리드>는 보지 않았지만, 누가 누구인지만 알면 된다고 해서 정말 그것만 알고 갔다. 언더독이 챔피언이 되는 과정을 그린 것보다는 재미없겠지만, <크리드 2>가 보여준 모든 걸 다 가진 챔피언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재기하는 스토리도 매력적이다. <크리드 2>는 <록키>부터 지금까지 여러 편에 걸친 이야기의 틀 안에서 나름대로 훌륭한 변주를 해 냈다. 캐릭터가 멋지고 배우가 연기를 잘 하면 못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마이클 B. 조던, 실베스터 스탤론, 테사 톰슨 모두 각자의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표현한다. 땀 냄새도 진하고, 마음을 울리는 뭔가도 있다.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던 스포츠 드라마.




콜드 체이싱

복수극의 탈을 쓴 블랙코미디다. 리암 니슨 주연 복수극이라고 해서 <테이큰>을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표값이 아까울 것이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진실을 찾아가면서 사람을 하나둘씩 살해하는데 이게 눈 덮인 콜로라도 소도시 속 마약 조직 간 전쟁으로 커지는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큰 웃음을 준다. 폭력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타란티노식, 혹은 <파고>식 블랙코미디는 역시 내 기미는 아니나, 이 감독이 우직하게 미는 코미디 코드에 결국 깔깔 웃고 말았다. 지금 극장 상영시간이 너무 x 같아서 나중에 VOD로 본다면, 기대한 것들이 모두 산산이 부서지는 경험을 맛볼 것이다. 하지만 "이게 뭐야"라고 하면서 끄지 마시고 끝까지 보면 결국 마지막 장면에선 꺅 소리 지르면서 웃게 될 것이다. (+ 리암 니슨이 아버지 역은 잘 해도 소시민 역을 잘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퍼스트 리폼드

본 지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작품의 모든 걸 이해하기 어렵다. 정말 수많은 질문과 논쟁을 이렇게 한 영화에 다 넣어버리는 데 풀어내는 솜씨마저 훌륭하다. 지금은 관광지가 된 18세기 개척교회 목사인 톨러는 어느 날 일기를 쓰겠다고 마음먹는다. 이 일기는 사건과 그의 마음을 풀어가는 내레이션의 역할을 한다. 지금은 대형 교회의 자매 형태가 된 작은 교회는 신도도 거의 없고, 톨러 목사는 술과 일기에 의존해 하루를 보내면서 몸, 마음 모두 상태가 나빠졌다. 그때 자신이 상담하던 교구 신도가 자살한다. 톨러는 충격에 빠진 채 그의 아내가 신변을 정리하는 것을 도우며 그의 마음 상태를 더욱 살핀다. 이 생각의 나래는 더욱 멀리 뻗어간다. 환경에 대한 인간의 책임, 인간이 신의 선택을 받은 특별한 종이라는 특권 의식,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의 윤리의식 부재, 그런 기업의 후원으로 신도를 늘리고 교세를 확장하는 교회의 비양심, 신의 존재와 인간의 믿음에 대한 근본까지... (빠진 것도 있는 듯하지만) 이 수많은 이야기를 모두 말한다. 굉장히 짜임새 있고 영화는 크지 않은데 이야기의 규모는 굉장히 크다. 게다가 비주얼과 사운드로 자아내는 불안함과 톨러의 심리를 긴장감 있게 쫓는 스릴러 구성은 어느 순간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너무 야심 차서 잘못하면 길 잃기 딱 좋은 이야기는 에단 호크의 연기로 모두 정리된다. 연기 진짜 잘 하는데 이번엔 훨씬, 더더더 잘한다. 정식 개봉하면 한 번 더 극장에서 보고 싶다. 이번엔 정말 집중 또 집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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