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4주 영화감상 기록 (2)
(최초 작성: 2019.2.27)
이걸 보기 전에 <시인 할매>를 봤다. 그래서 시쓰는 할머니들 이야기라고 해서 이것도 울지 않을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들어갔는데, 정말 극장이 떠나가라 깔깔 웃으며 봤다. 할머니들 일상은 즐거움으로 가득하고 시어는 생기와 센스가 넘친다. 과거보다는 지금의 행복에 더욱 집중하는, 진정한 욜로를 보여준다. 감독님은 비교하지 말라고 하시지만 말을 안 듣기로 했다. 영화적인 완성도를 따지자면 <칠곡 가시나들>이 <시인 할매>보다 높다. 영화가 소재에 접근하는 방식 또한 다큐 영화다운 느낌이 강하다. 두 편 모두 좋고, 다 보길 권하지만 굳이 한 편만 더 보라고 한다면 난 이걸 고르겠다.
연애를 한 사람이라면 현실을 자각하게 하고, 연애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다면 그걸 보기좋게 파괴해버리는 영화다. 초반 5분 사이에 이미 영화에 대한 핑크빛 환상이 와장창 깨진다. 내가 연애에 대해 좀 더 알았다면 입에 거품을 물고 논쟁을 했거나, 아무말 없이 술이나 마셨을 것 같다. 아직 추운 기운이 도는 이 시기에 잘 맞기는 한데, 오래된 연인과 함께 보면 위험하다. 내가 섹스할 때 혹시 저러는 거 아닐까, 내가 함께 살면서 저렇게 느끼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시작된다. 그래서 위험하다.
이건 그냥 글렌 클로즈가 1부터 100까지 다 한다. 캐릭터에 맥락을 부여하는 관록 있는 배우의 무시무시한 연기. 영화 보는 걸 좋아하지만 기술적인 건 잘 모르지만 글렌 클로스를 보며 "저게 연기를 잘 하는 것이구나" 깨달았다. 오롯이 배우를 통해 관객이 캐릭터의 삶을 이해하고 영화에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클로즈의 연기도 그렇지만 조나단 프라이스와 함께 부부를 표현하는 부분이 더욱 소름돋았다. 아무리 과거 회상이 있어도 그건 그저 회상일 뿐. 두 사람의 호흡은 오랫동안 함께한 부부의 역사를 구구절절 설명 없이 펼쳐낸다. 이게 영화를 이끌어가는 연기구나. 무서울 만큼 감동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