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주 영화 감상 기록
아쉽지만 최악은 아님.
아포칼립스 봤잖아요.
로튼토마토에서 재앙의 점수가 나올 만큼(다른 거에 비해서 재앙도 아니다 뭐) 그렇게 엉망인 영화는 아니었다. 물론 잘 만들었다는 느낌도 없지만, ‘닭복동’이란 모욕적인 평가가 나올 만큼은 아니었다.
3장에서 이야기의 빠른 마무리를 위해 뭔가 훅훅 넘어가는 것이나, 죽은 레이븐과 행크 사이에 에릭은 왜 끼워 넣으며(감정이 설명이 안 되잖아, 설명이!) 명배우들을 데려다가 정말 얄팍한 캐릭터를 주고는 “알아서 잘해봐.”라는 것도 정말 별로였다. <엑스맨> 전편에서 캐릭터를 공들여 구축한 적도 없고, 프로페서 X, 매그니토, 울버린 이야기만 주야장천 해놓고는 마무리해야 하니까 “이거 알지?”라며 설명을 생략함. 마블 스튜디오가 시간이랑 돈이 남아돌아서 아이언맨 3편, 캡아 3편, 토르 3편, 앤트맨 2편. 가오갤 2편, 블랙 팬서, 닥스, 캡틴 마블, 어벤져스 3편으로 대형 서사를 구축한 줄 아나. 투자할 수 없다면 애초에 3편 만들 때부터 그들만의 이야기로 만들진 말았어야지. 팬들만 캐해석 다 하게 해 놓고.
좋은 이야기 좀 하겠다. 역시 <엑스맨> 시리즈 성공의 시작과 끝은 배우들. 역시 배우들은 너무너무 연기를 잘하는데 인상적인 배우를 꼽으면 단연 소피 터너. <왕좌의 게임>을 안 보기 때문에 터너의 연기를 제대로 본 건 <엑스맨>이 전부이지만, 진의 복합적 감정을 정말 섬세하게 표현한다. 터너의 연기에는 감탄만 나옴. 그다음은 제시카 차스테인과 마이클 패스벤더. 원래 잘하는 사람들이지만 역시나 엄청남. 맥어보이도 너무 잘하지만 이번엔 찰스가 너무 미워서 좋은 기억이 안 남아있음. 그리고 타이 쉐리던. <엑스맨: 아포칼립스> 때보다 여러모로 성장한 게 눈에 보임. 단단하고 듬직한 느낌에 연기도 잘해서, 그동안 성장한 모습에 가장 만족했다.
확실히 마무리로는 아쉽다. <엑스맨>은 슈퍼히어로로 소수자에 대한 차별, 억압과 매정한 여론 같은 사회의 잔인함을 이야기했는데, 슈퍼히어로가 찬양의 대상이 된 MCU가 이들을 품을 수 있을까? 리부트는 5년 안으로는 안 될 거라는 보도가 있으니, 새 엑스맨을 만날 땐 나도 나이가 더 많이 들었겠네. 이렇게 한 시대가 가는 게 아쉽다. 이렇게 가서 더 아쉽고.
덧붙임. 조금만 망작 스멜이 나오면 <자전차왕 엄복동>에 갖다 대는 사람들은 실제로 <엄복동>을 보긴 했을까? 지금까지 개봉한 영화 중 저 영화 급이라고 할 만한 영화는 아직도 한두 편 정도다. 이건 <엄복동>을 올려치는 거지. 대체 뭐 하는 거야?